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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Aug 22. 2024

지나치게 애쓰지 않을 것이다.

- 꽃 피어야 하는 건 꽃 핀다. 

아프고 나서는 무엇이건 최선을 다해 '노오력'하며 애쓰는 삶에 대해선 회의적이 되었다. 노력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이루고자 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도 아니다. 괜히 안 되는 걸 되게 만들려다 몸만 망가지고 병만 얻는다. 무리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으로 변했다. 지나치게 애쓰며 살고 싶지 않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다. 그래야 요즘 말로 존버가 가능하다. 존버가 가능해야 결실이라는 과실을 딸 수 있다.




세상에는 인과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인과 법칙이란 원인에 따라 걸맞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인과 법칙에서 기억할 게 있다. 세상사 모든 일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절기는 하지이다. 양력으로는 보통 6월 21일 혹은 6월 22일 경이다. 낮이 가장 길다고 해서 하지가 가장 더운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더운 시기는 8월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했다고 해도 노력에 대한 결과도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버틸 체력과 에너지를 비축하지도 않은 채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노력을 넘어서는 '노오력'을 하게 되면 결국 좌절하거나 포기하게 될 공산이 크다. 무엇이건 쉬어가며 즐겁게 하는 게 오래간다. 그래야 시차에 대응할 수 있다. 하루하루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다 보면 행복하고 굳이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성공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이 된다. 물론 즐겁게 사는 사람에게 성공이 찾아올 확률도 훨씬 높다.  




서머셋 모옴(William Somerset Maugham)이 아랍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엽편 소설(葉篇小說) 중 <사마라에서의 약속>(Appointment In Samarra)이 있다. 엽편 소설이란 나뭇잎 넓이 정도에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단편소설보다 짧은 소설을 말한다. 바그다드에 사는 한 상인이 하인에게 장을 보라고 시장에 보냈는데 하인이 돌아와 죽음이 자신에게 위협을 가했다고 했다. 말을 빌려주면 바그다드로부터 도망쳐서 죽음을 피하겠노라고 말했다. 상인은 하인에게 말을 빌려주었고 하인은 사마라로 도망쳤다. 하인이 떠난 후 상인은 시장에 가서 군중 속에 섞여 있는 죽음을 찾았고 왜 오늘 아침 하인을 위협했는지 그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죽음이 대답했다. "그건 위협적 행동이 아니었소. 그저 놀랐을 뿐이오. 오늘 밤에 사마라에서 그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바그다드에서 보니 놀랐을 뿐이었소"



하인은 죽음을 피해 말을 타고 사마라로 갔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를 죽게 만든 행동이었다. 차라리 바그다드에 있었더라면 그는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죽음을 피한다고 도망간 것이 죽음을 맞이한 행위가 되었다. 애석하게도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자연법칙은 그렇다. 누군들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 있으랴. 누가 낮과 밤의 순환을 막을 수 있겠는가. 어떤 생명체건 태어나면 죽어야 한다는 자연법칙 앞에 예외는 없다. 엄청난 권력자도 세계적 부호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꽃 피어야 하는 것은 어디에 있든, 어떤 악조건이 찾아와도 꽃을 피운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꽃은 핀다. 꽃 피어야 한다면 꽃은 핀다.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도.




살아보니 알겠다. 과도하게 열심히 노력한다고 성공하거나 성취하는 게 아니라는 걸. 성공은 오히려 운이나 우연이 선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대충 사는 데 성공이 찾아오진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는 성공이 찾아와도 지켜낼 맷집이나 체력이 없어 감당하지 못한다.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은 모두 노력한 사람이다. 인생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한 가지에만 올인해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와 집념으로 아등바등 살다 보면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게 해서 성공을 이룬다 해도 성취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한다. 더 이상 그 성취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목표를 추구하게 된다. 그렇게 삶을 살다 눈감게 되면 만족이나 행복은 모른 채 욕망의 노예로 살다 가는 가엾은 인생일 뿐이다.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력해야 한다. 지나치게 애쓰지 말아야 한다. 오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삶의 대부분을 희생하며 목표만을 향해 달려갈 필요는 없다. 삶의 조화와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렇게 살아도 꽃 피어야 한다면 꽃은 핀다. 내가 다시 산다면 과도하게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애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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