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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Aug 20. 2024

오늘을 살 것이다.

사람은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 빛나고 아름답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이 그렇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잡초나 들풀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만으로 경이롭고 신비롭다. 살아 있는 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반짝이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어떤 사람이 지인이 암에 걸려 1년밖에 살 수 없다는 비보를 접하고 문병을 갔다. 그런데 문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그날 밤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만큼인지 알 수도 없고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게 삶이다. 어려선 몰랐다. 어른들이 말하는 대로 그저 성실하고 착실하게 인내하며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현재를 희생하며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원하는 목표가 이루어지면 그때부터 삶이 달라지고 행복해질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헨리 조지가 "사람은 욕망이 충족될수록 더 큰 욕망을 갖는 유일한 동물이며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동물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성취에 대한 만족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옷을 사면 일주일, 차를 사면 한 달, 집을 사면 일 년간 행복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 이후엔 다시 이전의 상태로 회귀된다. 또 다른 불만족이 고개를 들고 또 다른 목표가 생겨 지금 여기에 사는 것을 방해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 누려야 할 모든 일을 포기하면서 골방에 틀어박혀 입시 준비를 하면서도 그 시간이 삶의 소중한 순간임을 망각한다. 그저 미래를 위해 인내해야 하는 시간이라고만 치부한다. 사실 입시를 위해 인내한 그 모든 삶의 시간은 그 순간에 누려야 할 중요한 삶의 경험과 맞바꾼 시간이다. 가장 감수성이 풍부한 시절, 세상에 대해 배우고 경험해야 할 많은 것을 포기하고 대입 준비를 위해 모든 시간을 사용한 것이다. 막상 대학에 가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라 실망하면서도 또 취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을 위해 현재의 순간을 포기하고 목표를 향해 계속해 전진하기만 한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삶만이 지속된다. '졸업만 하면, 학위만 취득하면, 취직만 하면, 승진만 하면, 내 집 장만하면…….'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만 시간을 쏟아붓는 끝없는 향연이 펼쳐진다. 내 몸은 현재라는 시간에 머물지만 내 삶은 오지 않은 미래에 맞춰져 있다. 온전히 지금 현재를 살지 못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고기를 기가 막히게 잘 잡는 젊은 어부가 살고 있었다. 이웃 마을에 부유한 상인이 그 소문을 듣고 젊은 어부를 찾아가 잡은 물고기를 자신에게 팔면 이문을 넉넉히 챙겨줄 테니 자신과 거래하자고 제안했다. 그 젊은 어부는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음에도 오전 반나절만 고기를 잡을 뿐 오후 시간엔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친한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부자 상인의 눈에는 젊은이의 그런 모습이 나태하고 게을러 보였다. 오후에도 물고기를 잡으면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젊을 때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어 놓으면 노후에 편안하게 석양을 보며 술 한 잔 기울일 여유도 생기고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젊은 어부를 설득했다. 그러자 젊은 어부는 지금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데 뭐 하러 노후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인생의 각 시기는 그 시기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중요한 경험이 있다. 봄에는 꽃구경,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 구경, 겨울에는 눈 구경하기에 적기이지만 계절을 거슬러 봄에 단풍 구경을 하려고 하면 수고롭고 힘들어진다. 인생의 계절도 그 시기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의 성장기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고 노후 준비를 위해 일만 한다면 자녀의 소중한 성장 과정은 놓치게 된다. 시간이 흘러 뒤늦은 후회를 해도 어린 시절의 자녀를 다시 만날 수는 없다. 자녀와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 동안 경제적 안정을 위해 열심히 일만 해서 경제적 기반을 다졌다고 해도 자녀와의 관계는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은퇴하고 나서 여행 다닐 거라고 다짐하며 살았지만, 막상 은퇴하고 나니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아파 걸을 수 없다면 그토록 바라던 여행은 고난의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젊은 시절 노후 준비를 위해 악착같이 일만 하다 설상가상 큰 병이라도 찾아오면 노후를 누리기도 전에 세상과 작별할 수도 있다.     



인생은 미래의 다음 단계를 위해 준비하고 인내해야 하는 여정이 아니다. 미래는 현재를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시간이다. 미래는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시간일 뿐이다. 통제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밖에 없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현재를 희생하며 미래만 위해 사는 삶은 후회와 회한을 남긴다. 그렇다고 꿈을 향한 노력과 인내가 무가치하다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은 현재의 소소한 기쁨이나 즐거움, 행복을 불확실한 미래와 맞바꾸고 배팅하는 것이다.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쪽박일지 대박일지. 다만 한 가지, 인생은 무한 반복되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현재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꿈을 향해 노력하고 인내하는 그 순간도 분명 내 인생의 소중한 순간이며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다. 




살아 있는 모든 건 언젠가 죽는다. 밤하늘을 수놓는 반짝이는 별들도 정해진 수명이 있다. 언젠가는 별도 완전히 타서 소멸하게 되고 그 빛을 잃는다. 어쩌면 그래서 별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아름다운 건지 모른다. 인간도 언젠가 죽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이리라. 굳이 무언가를 잘해야 하고 성취를 통해 존재를 입증해야만 가치로운 건 아니다. 살아있는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귀하다. 걷다 보면 보도블록 틈에 새파란 잡초가 돋은 걸 볼 수 있다. 돌 틈에도 시멘트 바닥을 뚫고도 생명은 움튼다.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짓밟히고 인간에게도 밟혔을 잡초가 시들지 않고 꼿꼿이 살아남았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추위도 더위도 이겨냈다. 누구 하나 관심 가져주지 않았고 이름 한번 불러준 적 없는데도 잡초는 죽지 않고 파릇하게 살았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언젠가 죽지만 잡초도 들풀도 생명을 포기하지 않는다. 강인하게 살아남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죽겠지만 사는 동안 아름답게 반짝이며 산다. 짓밟혀도 살아간다. 잡초도 들풀도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며 살지 않는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눈부시고 아름답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다시 산다면 내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오늘을 살아라! 현재에 충실하라!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어라! 카르페 디엠(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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