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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Aug 25. 2024

고독에 익숙해질 것이다.

산다는 건 고독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가족이 있다고 해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부딪힌다면 그곳은 지옥이 되어버린다. 가족이 있고 곁에 누군가가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해받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다면 더 외롭게 느껴진다. 차라리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공감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헛된 기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데도 마음의 거리는 극에서 극이고 마음의 온도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갑다면 더 외롭고 힘들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위안받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공허하고 헛헛해진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라 로슈푸코는 “자기 마음에서 평안을 발견하지 못할 때는 밖에서 구하려고 해도 소용없을 때가 많다”는 명언을 남겼다. 타인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다. 지금 혼자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혼자가 되어야 한다. 혼자가 되는 연습이 안 되어 있으면 나중에 더 힘들 수 있다. 사이좋게 잘 지내는 가족이나 배우자라고 해도 언젠가는 헤어지고 이별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다행히 내가 먼저 떠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겨진 상황이라면 사랑한 만큼 고통이 몰려온다. 상대에게 의지하고 살아온 세월이 깊으면 깊을수록 고통의 강도는 더욱 거세진다. 그러다 보니 사랑하고 의지하던 상대가 사망하면 멀지 않아 뒤따라 사망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함께 하는 달콤한 순간이 길면 길수록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가족이 있는 경우라도 언젠가 혼자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과도 같다. 



고독은 숙명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혼자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무리 아는 것이 많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혼자 지내는 법을 모른다면 성숙한 어른이라고 할 수 없다.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한 채 살아간다면 자아를 상실한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혼자가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고독에서 태어나 고독으로 사라지는 존재다. 태어날 때도 혼자 왔고 죽을 때도 혼자 가야 한다. 내가 나다워지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고독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을 통해 '나다움'을 찾고 사회적 시선이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고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도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만 자유롭고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면의 풍요로움을 지닌 사람은 스스로 만족하기 때문에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타인과 관계 맺으려 하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내면이 공허하면 할수록 남들과 어울리려 하고 상처를 주는 인간관계라도 감수하려 한다고 보았다. 자신의 내면이 공허하고 자기다움이 부재하면 할수록 사회적 강요와 부당함을 감내하면서까지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것이다. 나다움이 없어 공허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퇴출당하면 마치 사회적 죽음인 양 받아들여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집단에 잔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 외딴섬처럼 살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집단이나 단체에 속해 자아존중감을 갉아먹고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누구도 내 허락 없이 나를 무시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나를 지키고 보호해 주는 존재는 나밖엔 없다.  



고독 없이는 자유로움도 없고 나다움도 없다. 성장도 없고 발전도 없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롭고 쓸쓸한 시간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을 피한다면 스스로 성장의 기회를 회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 없이 성취되는 것은 없다. 괴테는 "재능은 고독 속에서 가장 크게 발전한다"라고 말했다. 공부건 운동이건 창조적 작업이건 혼자 고독하게 연습하고 훈련하는 시간이 없다면 꽃 피우고 열매 맺을 수 없다. 고독의 시간을 거쳐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나다움을 드러낼 때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지금 고독하지 않더라도 살아 있다면 누구라도 언젠가 고독해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누구라도 고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고독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고독을 외면하지 않고 고독 속에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다. 고독에서 탄생해 고독으로 잃어지는 존재인 인간은 존재 자체가 고독이다. 고독은 거부하고 외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삶의 동반자이자 영혼의 단짝이다. 만일 내가 다시 산다면 고독에 좀 더 익숙해지려 노력할 것이다. 고독을 피하려 하지 않고 외면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 고독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여길 것이다. 마치 나의 또 다른 그림자처럼. 내가 다시 산다면 고독과 친해지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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