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아내는 내가 언제 지쳤는지 알려줬다. 맞아. 그때쯤 실수와 고민이 많았어. 1년의 에너지 사이클이 예측되더라. 지속가능하기 위해 대략 1년을 3 등분하여 쉼을 계획했다.
도시 생활을 잘하려면 자연을 충분히 만나야 한다. 내게는 제주 올레길이 최고다. 적어도 1주일 이상이면 좋겠는데 그게 쉬운가. 연휴+연차를 이용할 수밖에. 고객이 쉬는 날도 고려해야 한다. 그게 5월과 추석연휴였다. 성수기라 비싼 가격이 고민이었지만 일찍 예약했기에 부담이 덜했다. 그리고 두 계절 앞서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 1년 사이클을 알게 된 유익이다.
드디어 이 날이 왔다. 다른 말로는 열심히 살았고 좀 지쳤다. 그런데 올해는 느낌이 다르네. 뭔가 쌓였다.
10여 년 다니던 회사를 나온 지 5년이 되었다.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었다. 감사하게도 멘토와 동료와 고객의 도움으로 5년 전에는 상상 못 한 일을 하고 있다. 압축성장했고 보람 있는 성과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쫓기듯 달렸고 서툴게 몸을 관리했다. 그렇게 지금 5년의 무게를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연휴가 더 반가운 이유이다.
여유가 생기면 긴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바라보게 된다. 돌아보니 대학 졸업 이후 내 커리어는 대략 5년 단위로 바뀌었다. 공대, 사법고시, 전략기획, HRD, 조직개발 FT까지.. 늘 삶은 상상하지 못한 5년을 주더라. 때로는 연속성이 없어 보여 원망도 했는데 지금은 그게 내 특별함이란 걸 알게 되었다. 역시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게 있는 거다.
'5년 후 2028년 가을의 내 모습은 어떨까?' 이런 상상을 Future Self라고 한다. 30대 때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달라고 기도했다. 역설계하여 최단거리로 뛰어가도록. '주여 그것만 알려주시면 제가 행복해질 것 같아요.' 그게 내 우상이었다.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어' 그게 주의 바램이었다.
40대인 지금의 기도는 다르다. 5년 사이클은 2가지 유익을 주었기 때문이다. 첫째, 지금 알지 못해도 5년 후 모습이 기대된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두려움이 별로 없다. 더 좋은 어른이 되어 세상에 일정량의 소금이 되길 바랄 뿐이다. 둘째, 좋은 목표를 찾게 된다. 돌아보면 터널 끝 빛처럼 좋은 목표들이 때에 따라 나타나 이끌어줬다. 그 목표들 덕분에 도착지는 몰라도 여정이 가치로웠다. 목표에 다가갈 때 또 다른 길도 열렸다. 누군가 40대는 한계를 아는 나이라 했던가. 정보와 지식이 너무 많아 좋아 보이는 것이 가득한 이 시대에.. 덜 중요한 것에 더 신경 쓰지 않고 싶다. 향후 5년을 가치롭게 집중할 좋은 목표를 만나길. 요즘 기도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