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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nshine Apr 17. 2024

왜 사회정서학습(SEL)인가?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학습이 중요한 이유

저는 2007년부터 서울시 교육청 소속 초등교사로 동대문구 초등학교에서 근무했고, 2018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과 교수로 초등 교사가 될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갓 4살 된 아이, 클로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자 교육학자로써,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는 결이 많~이 다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도움이 될까를 항상 고민 중입니다.


나는 한국에서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나온 80년대생이다. 한국에서 첫 직장을 초등학교에서 시작하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역할을 20년 정도 경험했다. 그 20년 동안 교육현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목적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김누리 교수의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육은 그때나 지금이나 신분과 계급의 상승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오히려 그때에 비해 입시 지옥의 출발점이 4세 고시라는 말이 있을 만큼 영어 유치원 입학으로 인해 앞당겨진 것처럼 보이며, 학벌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2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치열해져 보인다. 적어도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학원 하나 정도 다녀도 충분하게 느껴졌었다. 그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시험에 나오는 교육 내용을 얼마나 단기간에 습득하느냐, 특정 시험 유형에 실수하지 않고 얼마나 정답을 잘 찾아낼 수 있느냐를 위한 능력을 갈고닦는데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교육의 목적이 능력주의(meritocracy)에만 집중하고, 학벌이나 특정 직업 같은 계량할 수 있는 실적으로만 그 능력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회에 살다 보니,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통찰하고 온전히 향유해 나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많은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과학 등과 같은 입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사교육은 점점 그 영역이 커지며 사회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지 오래지만, 아이들 개개인의 마음을 단단히 키워주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소셜 지식이나 기술을 길러준다는 사교육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찬가지로, 어른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에 필요한 토익, 토플, 공무원 시험 등, 자격증이나 취업을 위한 교육 기관은 언제든 인터넷만 검색해 보면, 아니면 오프라인 세팅에서, 학원가가 몰려 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법을 가르친다거나,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일깨워나간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거나 등과 같이 마음 주머니 키우는 방법에 대한 학원은 잘 못 들어보지 않았나? 특별히 그런 학원이 필요하다면서 또 다른 사교육의 영역 개척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안 그래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쁘다 보니, 내 마음을 알아보고, 다스리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면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은 사람들의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나 있다는 현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경주마처럼 입시, 취업이라는 시험의 연속을 통과하는 것, 그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달려서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와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삶의 다른 부분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때때로 그런 부분들이 채워지지 못한 내가 한없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나는 결혼을 하고 나서, 나와는 다른 관점이지만 참고 들어보고 이해해보려고 하는,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줄 아는 능력이 내 인생의 근간을 좌지 우지 할 수 있는 엄청난 역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우자와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을 현명하고 조화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짧게는 다툼이 있던 그날 하루, 길게는 며칠에 걸쳐, 몇 달에 걸쳐, 힘든 시간을 가지며 내가 그렇게 열심히 달려와 획득한 내 직장에서의 일을 수행하는 부분에도 지장을 받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자식과의 관계에서 걱정이나 갈등을 심하게 겪게 되면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삶의 절반 아니면 그 이상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 


만약 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거나 갈등을 겪어 괴로움을 겪고 있다면 어떨까? 하루가 멀다 하게 뉴스에서 보이고 들리는 왕따 문제나 학교 폭력 문제가 큰 사회적 고민이고 이슈인 만큼, 아마도 이 질문은 학령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님들의 걱정 리스트 중 학업 성적과 마찬가지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학부모님들이나, 또래 아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사춘기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키우시는 부모님들에게 이 질문에 어디서 해답을 찾아야 할지 답답하고 막막할 수 있다. 친구와의 관계를 넘어, 학업면에서, 만약 내 아이가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끼며 더 나아가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옆집 아이, 친척 누구, 심지어 형제자매들끼리도 하루가 멀다 하고 비교하고 비교받는 비교 문화가 특히나 잘 발달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누가 뭐라 하든, 자기 자신을 믿고, 장점에 집중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그 가운데 가치를 발견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하지 않을까? 


이제 먼 미래의 입시나 취업을 위한 준비에만 집중했던 교육에 대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이 원했던 자아실현이나 꿈의 대학, 꿈의 직장에 들어가는 과정이나 아니면 그 후, 무엇이 필요할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시험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좋은 직장을 구했다는 것은 인생을 좀 더 편하게 살아가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쓰이는 하나의 도구를 획득했다는 의미일 뿐, 그것이 인생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 경쟁하느라 바쁜 우리는 교육이라는 큰 개념에서 사회정서학습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한다. 살면서 저절로 개인이 습득하게 되는 '사회성'이나 '정신력'으로 퉁치는 경향이 있고, 특별히 시간을 내서 가르치려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습'이라는 말이 그 이름에도 들어 있듯, '사회정서학습 (SEL)'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인생에 뿌리를 내리는 시점부터 의도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영역이다. 어떻게 생각지도 못한 문제나 어려움에 맞닦드렸을 때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떻게 배움이라는 것을 인내와 노력의 대상이 아닌 즐거움의 행위로 느끼고 평생 해나갈 수 있는 의지를 기를 수 있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사랑하며 관계를 발전시키고 지속할 수 있는지, 어떻게 나와는 다른 의견과 관점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고 설득하고, 함께 시너지를 발생시키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등. 아마도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문법이 더 이상은 통하지 않을 수 있는 AI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 정서 학습이 성공의 열쇠가 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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