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rnshine Apr 10. 2024

프롤로그

SEL 브런치북을 연재를 시작하며

저는 2007년부터 서울시 교육청 소속 초등교사로 동대문구 초등학교에서 근무했고, 2018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과 교수로 초등 교사가 될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갓 4살 된 아이, 클로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자 교육학자로써,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는 결이 많~이 다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도움이 될까를 항상 고민 중입니다.


나는 부모의 역할에 있어서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는 기초적인 요구를 채워주는데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워킹맘인 나에게는 굉장히 버거운 일이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족들에게 가끔 할머니 할아버지 찬스와 같은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가 없을 때에 비해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서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 하고, 나는 라면으로 한 끼 때워도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음식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써야 했고, 잠을 재우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알아보고 시도하고 좌절했으며, 데이케어나 프리스쿨에 가지 않는 주말이나 방학에는 저녁에 맥주 한 캔을 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녹초가 되곤 했다. 그런 기초 요구를 채우는 데에도 3년은 충분히 바쁘고 힘들었다.


며칠 전 우리 아이는 4살이 되었다. 작년 아이가 3살이 됐을 때부터, 가끔 아이가 다니는 프리스쿨에서, "우리 아이가 클로이랑 노는 걸 좋아한다"라고 얘기하면서 대화를 거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단 한 번도 자기 친구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이랑 잘 놀고 있는 것 같고 선생님들도 잘 논다고 해서, 그냥 친구들에 대해 아직 관심이 없구나 하고 말았다. 말도 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게 뗀 편이고 해서, 우리 아이가 좀 전반적으로 또래 친구들에 비해 좀 타인에 대한 관심이 늦게 시작되나 보다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초 요구 채우기에만 집중하며 지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오늘은 학교에서 친구 누구랑 재밌게 놀았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친구 누구가 밉고 같이 놀기 싫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점점 친구 얘기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걸 관찰했다. 몇 주 전부터는 주말에 친구 누구랑 같이 놀고 싶다고 얘기하고 심지어 우리 집에 와서 같이 놀고 싶다고 얘기하기까지 했다. 귀찮은 마음에 친구 초대하려면 집을 깨끗이 치워야 되는데 시간이 없어라고 얘기했더니, 갑자기 혼자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시늉을 하면서, 자 이제 됐으니까 우리 집에 와도 될까라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아~ 이제 때가 왔구나 싶었다. 또 한 가지 부모역할 리스트에 추가할 항목이 생겼구나: 친구관계 도와주기  


아 이제 전반적으로 청소하고 집안 데코를 신경 써야 하는 그 귀찮은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구나. 친구 엄마랑 스케쥴링을 위해 연락을 해야 하고, 스낵을 준비하고, 몇 시간 동안 친구 엄마랑 스몰토크를 해야 하는 날이 드디어 왔구나. 함께 마실 차나 다과도 준비해야겠네. MBTI "I (Introvert:내향적)" 엄마에게 이 모든 사회적 행위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와 스트레스 유발 원인으로 여겨지지만,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젖 먹던 힘까지 다 끌어당겨서 "E"로 몇 시간 버텨보려고 한다.


처음으로 아이의 친구를 초대하고 스몰토크를 겨우 겨우 힘을 짜내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걱정스러운 사실을 친구 엄마한테 듣게 되었다.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 서로 육아에 관련된 챌린치를 공유하며 나는 혼자가 아니다 이런 감정에 위로받을 때쯤, 아이 친구가 요즘 학교 갈 때 옷 입는 거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고민을 듣게 되었다. 드레스와 타이즈가 아닌 티셔츠와 바지를 편안하게 입으라고 하면 아침부터 울어재끼는 바람에, 매일 눈물바람 전쟁을 치르고 등교를 시킨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도 한 달 전부터 똑같은 행동을 보여왔는데... 머리는 포니테일만, 드레스만 입고 가야 되고, 드레스도 글자가 들어간 건 절대 안 되고, 구두만 신고 가야 하고.


단순히 나는 이제 우리 아이가 자신의 미적 기준에 대해 적극적인 탐색을 시작했구나라고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아이 친구 엄마 하는 말이 3, 4, 5세가 한 반에 같이 생활하는 몬테소리 환경에 있다 보니, 나이가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것뿐만 아니라 안 좋은 것도 배우고 괴롭힘 (bullying)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아이에게 왜 바지는 싫어? 왜 레터 있는 옷은 싫어? 이렇게 물을 때마다, 친구들이 이렇게 비웃는다면서 흉내를 낸 것이 생각났다. 나는 그냥 우리 아이가 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연기가 자기가 직접 보고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며칠 전 우리 아이가 자기 전에 여느 때처럼 학교에서 오늘 누구랑 놀았어 재밌었니 하고 물었는데, 친구들 싫어 나 혼자 놀았어라고 대답하길래, 왜 친구들 싫어?라고 되물으니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더니 누구랑 놀라고 했는데 한 살 많은 언니가 걔는 내 친구라고 우리 아이에게 너랑은 놀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교를 아마존 박스처럼 맘에 안 드니 리턴하라는 것이다. 그때, 처음으로 우리 아이가 친구한테 상처받는 나이가 됐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 친구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일련의 클로이의 행동과 대답들이 이해가 되었고, 당장 선생님이랑 체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도 교실 현장에서 더 관찰을 하고 노력을 하시겠지만, 내 아이가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느끼기 시작하고 그런 상처받은 경험들이 어떻게 이 아이의 사회 정서적 발달 및 생활 전반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끼칠까를 생각하니, 단지 학교에만 맡길 일은 아니었다. 당장 이 아이가 자기가 입을 옷을 매일 선택하면서,  그리고 친구들이 학교에 입고 오는 옷을 관찰하면서, 한 가지 스타일만 아름다움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있고, 사람마다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며 성장했으면 좋겠다.


당장, 우리 아이가 친구들에게 특정 패션 스타일로 놀림을 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당했듯이 그 편협한 기준으로 다른 친구의 옷이나 헤어스타일을 평가하고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아이로 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4살 아이가 벌써부터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매일 입을 옷을 선택하느라 엄마 아빠와 아침 등교 전부터 대치해야 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고, 학교에 가서는 관계에서 상처받는 말을 들으면서 속상해하고 이런 이 현실이 조금은 슬프지만, 엄마에게는 슬퍼할 시간이 없다. 내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경향이 있지만 이때가 바로 우리 아이에게 어떻게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고, 그 속에서도 나에 대한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까를 고민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출발점인 것이다. 좀 더 적극적인 부모의 역할이 이제부터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회 정서 학습을 통해 어떻게 우리 아이 마음주머니를 키워줄까 하는 고민을 독자들과 함께 이 북 연재를 통해 함께해보고자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