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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nshine Apr 20. 2024

사회정서학습이 중요한 이유 Part 2

 더 나누고 싶은 생각들

저는 2007년부터 서울시 교육청 소속 초등교사로 동대문구 초등학교에서 근무했고, 2018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과 교수로 초등 교사가 될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갓 4살 된 아이, 클로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자 교육학자로써, 우리가 자라온 환경과는 결이 많~이 다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하고 도움이 될까를 항상 고민 중입니다.

*문의: lylamina@gmail.com




며칠 전 전기차 회사로 유명한 테슬라(Tesla)에서 전체 직원의 10% 삭감을 결정했고, 일요일에 해고가 단행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대략 14,000명의 직원들이 월요일에 출근해서 자신이 해고된 줄 알았다고 밝혔고, Severance package이라고 해서 퇴직 수당이 48시간 내에 안내될 것이라고 사측으로부터 들었다. 물론, 테슬라가 WARM (Worker Adjustment and Retraining Nortification)이라고 해서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에게 대량 해고 (100명의 직원 이상)를 단행하기 60일 전에 알려줘야 한다는 법을 위반한 부분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리고 분명 법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검토받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어린아이를 키우고 교육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로서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제일 먼저 주목한 점은, 얼마나 해고된 직원들은 멘붕이 왔을까? 였다. 물론 예고가 된 해고 계획이었다고 할지라도, 만약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면? 만약 내가 월요일 출근길에 일요일에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14,000명의 직원 중의 하나였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충격과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예고 없이 받은 큰 충격을 애도하고 나의 감정을 살펴보고 돌볼 시간도 없이 60일 내에 재취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할 것이며, 채워지진 않고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 은행 계좌를 바라보며 얼마나 조마조마한 하루를 보내게 될까? 나의 생각은 먼저 그렇게 흘러갔다. 이 기사를 보면서, 예전의 한 지인이 팬데믹 기간 몸집을 잔뜩 불렸던 빅테크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칼바람이 불었던 작년 초반에 어느 날 재택근무로 일하려고 직장 서버에 접속했더니, 자신의 얼굴이 흐리게 처리되며 비활성화된 것을 경험하며, 마치 헝거 게임의 한 장면 속에 자신이 있는 줄 알았다고 얘기했던 것이 생각났다.


우리는
한 치 앞을 예측할 수도 없고, 냉정하며,
개인에게 스스로 살아남으라고
큰소리로 명령하며 채찍질하는
잔인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구나.


우리 아이들이 사는 시대는 어떨까? 나는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 끌려다니거나 매몰되지 않고,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게 들리는 충격적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 정세나 사회의 면면을 보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미국이나, 나의 그립고 또 그립고, 지금이라도 모든 여건만 되면 당장 돌아가서 살고 싶은 한국이나, 똑같이, 더 치열해지면 치열해졌지, 현재보다 인간적인 사회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나는 종종 미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소통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정보도 얻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고민들을 읽어보기도 하는데, 어느 날 익명으로 올라온 글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띄고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그 글을 작성하신 분은 AI를 연구하는 회사에 다니시는데 연봉도 3 밀리언으로 굉장히 높고, 시대가 시대인만큼 직장도 유망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어 요즘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어떤 면때문에 그런 갈등을 겪으시는지 구체적으로 더 얘기해 달라고 했지만, 추가 설명은 없었고,  AI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직장이 없어질 거라는 추측 때문이 아닐까 하고, 이 글을 읽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추측했다. 실제로 댓글 중 하나는 본인이 회계사인데, 현재 근무하는 직장이 재작년까지 20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본인 포함 3명의 회계사만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아주 잘 돌아간다고 한다. 놀라움과 동시에 공포스러워졌다. 문득 뉴스에서 봤던  블루 칼라보다 화이트 칼라가 AI발전으로 더 자리가 빠르게 없어질 거라는 걱정이 든다.


과거의 전문직이 미래에 제일 먼저 없어질 직업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는 이런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 입시와 취업에만 집중하는 현재 교육 방법이 과연 충분할까? 전 초등교사이자 현 미국주립대교수이자 교육학자로서의 관점으로 대답하자면, 절대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당장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가치를 전환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살아온 세상과 다르다.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현재 교육 시스템과 그 교육의 초점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필요한 자질들과 역량을 적기 적시에 다 가르치기에 충분하지가 않다. 여러 가지 부모가 대신 채워줘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서 요즘 옛날에 비해 더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교육전문가로서 그리고 4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써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아이들이 사회정서학습 (Social Emotional Learning: SEL)을 할 수 있는 교육 경험을 어린 나이부터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가 이제 막 자신만이 아닌 타인, 즉 친구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자신의 작은 세상을 확대하려고 시도하는 순간부터, 사회정서학습 (SEL)은 시작되어야 한다.


사회정서학습 (SEL)이란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느끼게 되는 자신의 감정과 정서에 대해, "이게 무슨 감정이지? 내가 화나는 건가? 내가 슬픈 건가? 내가 기쁜 건가?"와 같이 잘 파악 및 이해하고 또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적 경험이다. 더 나아가 사회정서학습 (SEL)은 "저 친구가 내가 이렇게 얘기해서 슬펐겠다 아니면 화가 났겠다. 이렇게 하면 저 친구가 기쁘겠다"와 같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또 배려하는 능력을 기름으로써, 긍정적인 자아에 대한 인식 및 사회적 관계 형성을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활동들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자면,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교수인 Roger Weissberg가 박사가 2015년, 로욜라 그리고 조지타운 대학 교수인 Durlak박사, 그리고 Domitrovich박사와 함께 출판한 논문에, 사회정서학습 (SEL)을 우리가 수학이나 영어와 같은 과목을 가르치듯 체계적으로 시간을 들여 가르쳐야 하고, 특히 1)self-awareness (자기 인식 역량), 2) self-management (자기 관리 역량), 3) social awareness (사회적 인식 역량), 4) relaitonship skills (대인 관계 역량), and 5) responsible decision making (책임 있는 의사 결정 역량)과 같은 다섯가지 영역을 SEL을 통해 발달시킬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다 큰 어른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게 되면 선뜻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이고,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며, 조절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많이 목격한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어떤 감정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이 감정을 어떻게 타인에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나 스스로 알아차리고 조절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해 세라피스트를 찾아가면 치료를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환자로 하여금, 현재 처한 상황이나 이슈를 자신의 언어를 통해 다시 리플렉션 (Reflection) 하면서 정확히 파악하고 나 자신의 감정이 어땠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많은 어른들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그런 과정에 있어서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하물며 막 타인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은 어떨까? 처음으로 나 자신만이 가득했던 작은 세상에서 부모를 만나고 친구라는 타인으로 그 세상을 넓혀 가는 과정에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아기일 때 걸음마를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던 것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며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필두로 급격한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우리로 하여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현실로써 체험하게 만들고, 더욱 극심해지는 경쟁 사회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믿고 경험해 왔던 입시와 취업을 위한 성공방정식은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 라떼식 옛날이야기로 치부될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우리가 미리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에게 언제든 어떤 변화가 오든 내가 변화하는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에 따른 내 감정과 정서를 잘 살펴 조절하고, 무엇보다 나는 모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합리적이며 긍정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그 성격이 점점 복잡해진다. 우리가 시험이라는 포맷으로 익숙한 한가지 정답이 있어서 그걸 개인이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창의적으로 고안해내야 하며, 그를 위해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여럿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효과적인 해결책이 나올수 있는 성격의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무엇보다도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고 가치로운 일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들은 우리 아이 공부도 공부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거나, 아니면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데 주동하거나 가담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과 우려가 많을 것이다. 실제로, 어른들이 가족과의 관계나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는 것처럼, 학령기에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별 탈 없이 우수한 성적을 내던 아이들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일상생활 많은 부분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며 더 최악의 경우는 자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발달시키는 계기가 될수가 있다. 실제 미국 같은 경우는 청소년들 또는 성인들의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 사회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스스로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 그리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발달한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로부터 심각한 갈등 국면에 처할 확률이 줄어들고, 설령 갈등이 발생한다고 해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높다.


실제로, 예일대학교의 교수인 Christina Cipriano 박사와 Michael Strambler 박사가 리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서 학업성취도뿐만 아니라, 학교 생활에서 전반적인 태도나 행동의 향상을 보여주었고, 특히 자기 효능감이나 자존감, 끈기, 긍정적 마인드를 기르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었고, 걱정, 불안, 스트레스, 무기력감과 같은 부정적인 마음을 억제하는데도 효과가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친구나 교사와의 관계 발전 측면에 있어서도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향상된 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사회정서학습 (SEL)의 개인적인 성장 측면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도덕적인 사고를 갖추고, 사회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뿐만 아니라,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책임감 있는 행동과 태도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https://medicine.yale.edu/news-article/new-research-published-in-child-development-confirms-social-and-emotional-learning-significantly-improves-student-academic-performance-well-being-and-perceptions-of-school-safety/


저출산이라는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이 시점, 어쩌면 지금은 당장 닥친 현실이 아니라 많이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경험할 다문화 사회에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정서학습 (SEL)은 당장 뜨거운 관심과 함께 미래 세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분야이다. 가장 좋은 방향은, 부모라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나 학교, 교육부와 같이 교육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 주최들이 사회정서학습 (SEL)을 교육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통합하여 우리 아이들이 시험에 통과하기위해 공부하는 그런 편협한 수단으로써의 교육만이 아닌, 배움을 평생에 걸쳐 즐길 수 있고, 전반적인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는 마음주머니 성장을 위한 좋은 경험으로 받아 들일 수 있게 관점의 전환과 노력이 시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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