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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리

힘들 때 내게 와준 샴고양이

by 윤 슬

그윽하게 서로를 바라본다.

그 깊고 파란 눈을 바라보면 푸른 바다가 보이고 마음엔 평안이 찾아온다.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각자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

이해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 비비며 만지다 보면 어긋나는 대화일지언정 교감이 된다.

허벅지사이즈를 더 키워야겠다. 뱃살을 빼면 안 되려나 보다

자리쟁탈전이 일어난다.

나는 너의 껌딱지, 너는 나의 껌딱지 귀여운 나의 스토커, 세상 무해한 나의 사랑, 계산 없이 사랑을 주는 너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지만, 너희의 시간은 나의 시간보다 빠르구나.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우리, 두리

힘들 때 내게 와, 위로가 되어준 나의 가족

사람들은 내가 사랑을 준다고 하지만, 되려 사랑을 받고 있는 쪽은 나인 거 같다.


그녀를 만난 건 2014년 4월 어느 날이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우린 동거하던 커플집에서 얹혀살았었다. 커플 중 남자는 해외출장이 잦았고 여자는 불만이 생겨 헤어지게 되었고 커플 중 우릴 거둬줄 수 있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린 갈 곳을 찾아야 했고,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이었던 남자는 같은 동호회 형에게 부탁해 우리의 입양처를 알아보게 했다. 초등학교 동창이었던 그녀는 동창밴드에 올라와 있는 고양이 입양글을 봤고,

그때 망설이며 나섰다고 했다.

"고양이는 처음인대 한 마리는 안돼?" 냐고 물었고 남매인 우린 같이 입양되어야 하고 꼭 같이 있게 해주고 싶다고 전집사가 이야기했다고 한다. 파양 하면서 남아있던 마지막 배려 인듯했다.


우린 앞날도 모른 체 집안에만 있다가 처음으로 긴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됐다.

모든 것이 낯선 향으로 가득한 집엔 묘령의 그녀가 있었고, 우린 그 집에 남게 되었다.

커플이었던 우리의 첫 집사는 사라졌다. 그 후로도 첫 집사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1년간 우리를 거두어 줘서 고마웠다냥.

아기냥 이었을때


그녀는 우리의 두 번째 집사였다.

집에 도착한 후 우린 낯선 향에 숨을 곳을 찾아 낮은 포복을 하며 침대 아래로 들어갔었다.

그녀의 이름은 송 이라 했다

사십 대 초반의 그녀는 아침에 허겁지겁 나가기 일쑤였고 새벽에 들어오는 날도 많았다. 낯선 그녀가 어서 나가길 기다렸으며, 일주일의 시간 동안 우린 그녀와 숨바꼭질을 하며 그녀가 출근하면 집안을 여기저기 탐색했고 킁킁대며 냄샐 맡고 있었다. 사료그릇의 사료와 물을 마셨고 화장실의 모래를 파 해져 놓았다. 그녀가 오는 발자국 소리가 나면 침대밑 장롱 위 책상아래로 후다닥 숨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사료그릇 비어있는 거 보니 밥은 먹었네, 어머 화장실에 맛동산 감자도 있네 근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니? "

송 은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성급하게 우리를 닦달하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오길 기다려줬다.

염탐은 끝났다. 10일의 시간 동안 송 은 위험한 사람이 아니란 걸...

이름을 새로 지었다며 우리. 두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집사들이 일본어로 된 이름을 불렀었는데 바뀐 이름이 더 정감이 갔다. 우린 남매이며, 2013년 4월 생이라고 했고 샴고양이라고 불리었고, 그녈 만났을 때 세상에 나온 지 1년이 지났을 때였다.

우리는 암컷이며 두리인 나는 수컷이다.

나는 점잖은 성격이며 집사의 다리 앉아있는 걸 좋아하고 입맛은 까다로운 편이라 잘빠진 몸매를 갖고 있다.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쫑알대며 이야기하기를 좋아했고, 집사가 안으려고 하면 도망가고, 자기가 원할 때만, 집사의 배나 허벅지로 올라갔다. 식탐은 말해 뭐 해...


송의 집엔 다른 사람은 없었다. 그녀 혼자 살고 있었고, 퇴근하고 돌아온 그녀는 피곤에 절어있었고 오자마자 티브이를 틀었다.

씻고 나와 밥대신 술을 마시며 티브이와 이야기를 하던가 우리를 끌어안고 이야기하거나 훌쩍이기도 했다.

한 침대를 쓰며 겨드랑이 팔베개를 하거나 사타구니를 파고들며 함께 잤다.

어떤 날엔 몇 날을 뒤척이며 잠 못 이루기도 하며 우리를 쓰다듬어 줬다.

우린 그녀의 사랑을 더 받고 싶어서 노는 척하다가도 싸우기도 했고 배 위에 올라가려고 서로 밀쳐대기도 했으며, 결국 둘 다 배위로 가슴 위로 자릴 잡곤 했다.

예민한 성격의 그녀는 새벽 내내 왔다 갔다 하는 우리들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우릴 방에서 내쫓고 방문을 닫아버리기도 했고, 우리는 악을 쓰고 울어대어 다시 방안 침대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어느 날은 악쓰고 우는 것도 안 통해서 포기를 했고 아침 8시만 되면 귀신같이 문을 긁어댄다고 알람이 필요 없단 소리까지 들었다.

그녀가 출근하고 나면 긴 시간을 무료하게 창밖을 보기도 했고, 아직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많이 습득하지 못한 그녀 때문에 방광염에 걸리기도 했었으며, 창밖만 보는 게 안쓰럽다며 강아지처럼 바깥바람을 씌어준다며 안고 나가기도 했다. 외출에 픽업된 나는 겁을 잔뜩 먹고 그녀의 어깨에 발톱을 고정시키고 벌벌 떨다 자동차 소리에 소스라쳐 그녀 품에서 튀어 나갈 듯 미끄러졌지만 엉덩이 부분을 끝까지 잡고 버텨준 그녀 덕에 다행히 함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생각해도 아찔하다, 그녀의 가슴 언저리는 나도 모르게 발버둥 치다 깊은 발톱 자국을 새겼고 피까지 나는 그녀를 보니 미안하면서도 길냥이가 될뻔한 걸 생각해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날의 외출은 그녀 의 빌라 현관에서 10발짝으로 끝났다.

우리는 개냥이다. 낯선 사람이 방문하면 잠깐 머뭇거리긴 해도, 위험이 없다 싶으면, 낮은 포복으로 냄새를 맡으러 다가가 인사를 전했다.

어느 날 그녀의 집에 낯선 남자 한 명이 방문했고, 남자는 "고양이 이쁘네" 한마디를 했고, 그 후로 가끔 그녀의 집에 들르기 시작했다.

혼자 살던 그녀에게 남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생겼으며, 우린 집사 둘을 갖고 있는 고양이가 되었다. 집사가 둘이나 생겨 좋았지만, 영원한 우리의 엄마집사는 그녀뿐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집사는 이뻐해 준다고 장난치는 게 우리를 괴롭히는 수준이었다. 여집사가 놀아주라고 시키면 그때서야 설렁설렁 낚싯대를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두집사가 싸우는 날이면, 우린 후다닥 눈치를 살피며 방으로 숨기도 하였고, 가끔 우리만 두고 며칠 집을 비울 때면, 집사에게 버려진 건가 하고, 집안을 탐색하며 울기도 했고, 엄마집사의 침대에 누워 냄새를 맡기도 했다.


11년째가 되었다. 엄마집사와 함께한 지, 아빠집사도 어언, 8년이 되어간다.

큰집으로 이사를 한번 했고, 캣타워도 3대나 생겼고, 일을 그만둔 그녀와의 쓰담쓰담할 시간이 길어졌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진 그녀는 우리들의 행동하나에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좀 더 좋다는 사료와 간식을 주려고 한다.

그녀의 머리칼이 희어졌고, 얼굴에 주름도 생겼다. 우리들도 흰털이 생기고 있고, 뱃살이 바닥에 닿을 정도가 되었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게 좋아졌고, 예전처럼 낚싯대를 봐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감수성이 풍부한 그녀는 우리가 노묘가 됐다고 벌써부터 걱정을 해댄다. 동물농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울며 이야기했다.

"우리 두리 꼭 대학가자, 엄마랑 같이 환갑잔치 하자"

그녀를 만나서 살고 있는 우린 행복한 고양이다.

햇살 좋은 날 베란다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으면, 곁으로 그녀가 다가온다 잔잔한 음악을 켜놓고 커피 한잔을 하며 눈을 맞추고 우리를 쓰다듬어 준다.

세상 평화롭고 행복하다.


우리 두리 유튜브

사진이 너무 많아져서 내가 보려고 올리기 시작한 유튜브

우리 두리 궁금하시면 눌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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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우리 우 두리
하품 하는 두리 찰칵
따스한날 베란다 캣타워에 일광욕을 좋아하지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나는 강아지 라면 사족을 못쓰게 좋아했다.
동물농장을 최고로 좋아하는 프로이며,
동물들의 무해함에 푹 빠지게 된다.
애완동물 인구가 폭발한다.
분양을 받은 이상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고 가족으로 충분한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
서로 에게 치유와 사랑을 주고받는 우리는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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