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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 전정신경염

세상이 빙글빙글 울렁울렁

by 윤 슬

2012년 봄 나의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과 완전한 헤어짐을 겪고 나서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잘 못 잤으며 힘들면 찾던 술조차 마시지도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던 어느 날 여명이 밝아올 때쯤 깜박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세상이 빙빙 돌며 눈앞의 원근감이 이상했고 중심을 잡기 힘들었으며 속이 울렁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증상에 당황했다.

'먹지 못하고 잠도 잘 못 자고 스트레스 때문에 이러는 걸까,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을 거야'

걸어서 출근을 하는데, 좌로 우로 삐뚤삐뚤 걷고 있었다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써봐도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생로병사의 비밀, 명의는 내가 좋아하는 티브이프로이다.

의학다큐 프로를 좋아해서 그런지 문득 귀에 이상이 생긴 건가 란 생각이 들어, 가게를 잠깐 비우고 이비인후과 종합병원을 방문했다.

안진을 먼저본 선생님께서 눈동자가 많이 흔들린다고 "엄청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참았어요 이 정도면 길다가 쓰러져서 구급차 타고 실려올 정도 에요"라고 말씀하셨고 바로 입원을 하자고 했다.

음.. 저 지금은 입원 안 되겠어요 예약손심이 계셔서 일단 가봐야겠습니다.

가게로 돌아오자마자 손님이 몰아쳐서 오후 11시까지 일을 했다. 어찌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월세만큼 매상이 나와서 인지 버틸만하기도 했다.

그 당시 커트비가 만원이었고 기본펌이 3만 원이었던걸 감안하면 그날은 다른 날에 비해 꽤나 매상 이 많은 날이었다.

집에 어찌 왔는지 침대에 누워도 침대가 빙빙 돌면서 침대까지 방바닥 아래로 꺼져 내려가는 것 같은 숨 막히고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쉬고 있던 친한 후배에게 며칠 가게를 봐줄 수 있냐 묻고 그래주마 해서 바로 이비인후과에 입원수속을 밟았다.

"이석증입니다, 이석치환술 하고 나면 며칠 내로 괜찮아질 거예요"

눈에 의료용 고글 같은 걸 씌우고 눕혔다 앉혔다 하면서 머리를 휙 휙 젖히기도 돌리기도 하면서 운동자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3일간 입원하면서 깨어있으면 어지럼을 느끼기에 링거 속에 안정제 같은 걸 주사하고 잠을 재워서 3일간 잤던 기억 밖에 안 난다.


어지럼증은 겉은 멀쩡해서 본인이 느끼는 두려움과 괴로움은 안 겪어 본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병인 거 같다.


첫 어지럼 이석증이 온 이후로 1년 정도 지났을 때 또 재발을 했고 , 한번 앓아본 경험이 있어서 바로 병원을 향했다.

안진과 평형감각을 측정한다고, 기계 위에 세워놓고 좌우로 흔들고 고글을 쓰고 레이저포인터를 따라 눈움직임 보는 검사, 귀에 얼음물을 넣고 하는 검사등 여러 검사를 했고 이석증과 전정신경염이 동반되었다고 했다.

1년 동안 쉴 새 없이 움직였었다, 일을 하며 퇴근 후엔 각종모임 음주, 새벽귀가 쉬는 날에는 등산, 연극, 뮤지컬관람 동네 공원 걷기 어디라도 외출을 했고 혼자 있는 시간을 안 만들려고 했었다.

몸은 힘들면 신호를 보내는구나...


어지럼증이 오면 처방해 주는 약은 신경안정제 종류나 멀미약 처방이 일반적인 거 같다.

멀미약 부작용증 하나가 어지럼증 이라니, 내겐 어지럼증 더 유발해서 약은 안 먹기로 했다.

전정신경염은 전정기능의 저하로 이어졌고

잃어버린 기능은 뇌가 적응해 가면서 대체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어지럽다고 가만히 있지 말고 자꾸 걷고 움직여야 뇌가 적응하는 시간이 빠르다고...

전정재활운동 이란 것도 같이 하라 하셨다.

첫 발병 이후 13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어지럼증은 1.2년에 한 번씩 계속 재발 중이다.

죽을병은 아니지만, 심할 땐 죽을 만큼 괴로운 병이고, 걸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의 생활의 애로가 많은 귀질환,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석증, 전정기능저하, 메니에르, 이명. 등 다양한 어지럼증을 동반한다.


작년 6월 층간소음으로 불면증이 더 심해졌고

우려했듯이 어지럼증이 도졌다.

아랫집 실외기를 구축 아파트인데 뒷베란다 안에 설치했고 정속형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대는 통에 실외기 진동이 하루 종일 벽진동으로 울리며 새벽시간, 고요 속에 큰소리가 되어 귀를 때렸다.

진동소리에 귀가 트여버리니, 6.7분에 한 번씩 돌아가는 실외기진동을 그대로 느끼며, 불안감 마저 들었었다.

아랫집 사람은 만나볼 수 없었고, 관리소직원이 와서 벽이 울리는 진동소리를 확인하고 아랫집분과 통화를 했는데 아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24시간 에어컨을 튼다고 했단다 실외기수리를 받겠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현관문 앞에 "실외기진동으로 벽이 울립니다. 방진패드 깔아주시고, 실외기 빨리 수리해 주세요였다.

처음으로 층간 소음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덥다는데 벌써부터 두렵다. 5월부터 10월까지 에어컨을 틀어대는데, 곧 5월이 다가오니 말이다.

수면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고 어지럼증 때문에 침치료도 계속 받았다.

침으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도 생기길 기대하며 침치료를 받았었다.

전정기능저하 어지럼증으로 보험가입 시 귀 쪽은 부담보가 잡히기도 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의 어지럼증을 맞닥뜨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지럽다고 일상을 놓지는 않는다.

남편은 비틀거리며 기우뚱거리는걸 처음 봤을 땐 놀라며 붙잡아 주고 큰일이라며 걱정을 했지만. 일상생활을 놓지 않고 다해내는 날 보면 요즘 "어지러운 거 맞아?" 건성으로 이야기한다.

제일 심하게 오래갔던 건 두 달, 가장 짧았던 기간은 일주일정도였다. 보통은 보름 내외로 어지럼증은 어느 순간 괜찮아진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제일 먼 저 해야 할 것은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덧붙일게요. 당신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체력을 길러라. 이건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말이에요 마음으로 마음을 잡을 수가 없고 생각은 로 생각을 잡기가 어마어마하게 힘들어

근데 마음과 생각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심장이 뛰게 운동 을 하는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삶의 틈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어디로 가야 할지, 그건 제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현장에서 보실 거예요. 그러니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운동, 운동 을 하세요

김창옥


나는 어지럼증이 오면 더 많이 걷는다.

비틀비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걷는다.

눈동자는 한곳에 집중시키고 , 어지럼증 완화 운동법이다.

좋아하는 줌바는 나가서 음악이라도 듣고 온다.

심장의 펌핑을 느끼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요즘은 이명도 심해졌다. 어지럼증이 사라지면 더없이 좋겠지만,

내 방식대로 견뎌내야 하는 것도 안다.


만성적인 귀질환을 알고 계신 모든 분들의 쾌유를 빌어봅니다.

힘들어도 걸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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