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면 뭐가 좋아요? (5)

나의 두려움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이해하게 됩니다.

by GTS

<오토바이 타면 뭐가 좋아요>의 마지막 내용이다. 이렇게 5개 정도의 이유를 생각했다. 억지로 더 찾아보면 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건 실제 오토바이와 구분된 관념적인 이유일 거 같다. 여기까지 5개 이유들 역시 상당히 관념적이지만, 내가 오토바이를 주행하는 중에 떠올린 생각들이기 때문에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틀 전 목요일에 오토바이를 탔다. 오토바이를 타기에 날씨가 매우 좋았다. 아쉬운 것은 만나는 지점이 팔각정이라는 점이다. 마포에 사는 친구와 위례에 사는 나 사이에 바이크를 타고 집결할 수 있는 지점이 현재로서는 팔각정 말고는 못찾겠다. 우리 둘다 오후 3시까지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 자녀의 어린이집 하원을 담당해야 한다. (혹시 라이딩하기 좋은 장소를 아시는 분이 있다면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


그래도 팔각정을 가는 북악 스카이 웨이가 오토바이 타기가 제일 좋다는...


이제 오토바이 타면 좋은 이유의 마지막 5번째이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면서 두려움을 배웠다. 일상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일이 많은 나라는 인간이 굳이 오토바이까지 타면서까지 두려움을 배워야 되는가 싶지만, 바이크를 타면서 느끼는 두려움은 조금 더 실랄하게 원초적이고 직접적이다. 내가 도심에서 오토바이 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이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를 탈 때는 상쾌함도 느끼지만, 두려움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내가 오토바이를 탄다고 했을 때, 오토바이 타는 것을 말리기 위해서 주변인들이 오토바이 사고 영상들을 잔뜩 보내줬었다. 그 사고장면들이 순간순간 연상될 때 무섭다. 이렇게 무서움을 느끼는데, 도로에서 오토바이는 그리 배려받는 입장이 아니다. 정확하게 차선을 따라, 정속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해도 옆차로에서 깜빡이 없이 차량이 끼어드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마도 자동차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수많은 오토바이들의 운전하는 모습에 불만이 많이 생겼을 것이다. 오토바이가 칼치기해서 들어올 때마다 얼마나 놀랐는가. 그러니 너희도 한 번 당해봐라. 나도 바이크를 타는 시간보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기에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도로의 오토바이 운전자는 한번씩 무서운 느낌이 '쫘악' 들 때가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시선에서 자동차는 매우 무섭고 공포스런 존재이다. 그래서 나는 오토바이 운전하면서 욕심을 내지 않는다. 빨리 가려고 칼치기 같은 것은 하지 않고, 무엇가 차선을 바꿀 때는 급히 하지 않고, 공간이 있을 때만 한다. 어떤 차량이 내 차선으로 들어오려 할 때 당연히 양보한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양보하지 않아 사고가 나면, 오토바이 운전자는 크게 다칠 것이 뻔하기에, 양보는 생활화된다. 무엇보다 교차로에서 꼬리물고 가는 일은 없다. 오토바이 사고의 상당수가 교차로의 신호바뀌기 직전의 찰라에서 발생한다. 자동차로 운전할 때, 나도 그렇게 꼬리물고서 운전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게 신호를 놓쳐서 몇분을 기다려야 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몰면서 그 습관은 전부 사라졌다. 꼬리 물면서 운전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맨몸으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확실히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토바이는 사고가 나면 아스팔트와 내 몸이 직접 충돌을 하지만, 자동차는 나를 보호해주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 매우 위험함에도 그 위험함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 운전하는 사람들이 운전면허를 발급받기 전에 도로 주행할 때, 자동차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로 운전하는 것을 포함했으면 좋겠다. 오토바이로 도로 주행을 한번 해보면, 안전한 자동차 안에서 잘 모르던 운전의 무서움을 알게 된다. 두려움을 알아야 한다. 나의 두려움도 알고, 타인의 두려움도 알아야 한다. 두려움을 모르면, 상대방에게 두려운 대상이 된다. 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운전하는 모습에서 두려움을 몰라서, 두려운 존재가 되는 메커니즘을 느낀다.


나는 1종 대형 면허 소지자다. 수동으로 운전하고 싶었던 욕망이 이렇게까지 되게 만들었다. 수동 차량을 몰면서 힘들었던 점들 중 하나는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때이다. 수동 차량의 경우 언덕을 오를 때,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때 뒤로 밀린다. 특히 수동 운전 초보인 경우에는 뒤로 상당히 밀린다. 이때 뒤의 차가 바짝 붙어 있으면, 접촉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요즘에는 대부분이 자동변속기 차량만을 운행해서 그런지 앞차가 뒤로 밀릴 가능성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거 같다. 나는 언덕길에서 앞차가 뒤로 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앞차를 위해, 그리고 내 차를 위해 일정 간격을 두고 있다. 이것은 내가 수동 차량을 몰면서, 곤란해 봤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통증과 같다. 문둥병으로 불렸던 한센병은 육체적 통증이 상실되는 질병이다. 우리의 육체는 통증을 통해 오히려 안전해진다. 한센병은 육체의 상태를 진단해주는 통증이 사라지게 되어, 오히려 육체가 손상되는 메커니즘이 나타난다. 나는 두려움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토바이를 탄 이후로, 나는 매우 매너있는 자동차 운전자가 되었다. 그것은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처음에 내가 다칠 것에 대한 두려움만을 인식했다면, 이제는 상대방이 다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의 안전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안전을 염려하면서 자동차를 운전한다.


이것이 내가 오토바이를 타는 5번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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