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면 뭐가 좋아요? (4)

'목표 지향적'이 아니라 '과정 지향적'인 삶을 연습하게 됩니다.

by GTS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이 유럽과는 달리 불법이다.

그래서 이륜차의 고속도로 집입을 허가해달라는

헌법소헌을 내기도 하였었지만,

헌재에서 기각된 상황이다.

빨간색으로 된 지역만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이 금지라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의 오토바이 규제는 좀 과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처: 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이용 여부에 대한 찬반은 토론의 영역에서 다루되,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이

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래 글은 이러한 내 생각에 대한 변명이 될 거 같다.


는 길눈이 어둡기 때문에 항상 내비를 이용한다.

차를 탈 때는 T맵을 사용하고,

오토바이를 탈 때는 카카오내비를 사용한다.

이렇게 번거롭게 2개의 어플을 사용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T맵의 안내방식이 익숙하고, 편하지만,

이륜차 모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카카오내비는 이륜차로 등록하면,

'고속도로 등의 자동차 전용도로' 등을 제외하고

안내해줘서, 편리하다.


친한 친구가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다.

내일은 이 친구를 낮시간에 만나고 올 생각인데,

문막이라고 목적지를 입력해보면

자동차로는 1시간 6분

오토바이로는 2시간 3분으로 안내해준다.

자동차가 1시간 정도 빠르다.

이것은 순전히 고속도로를 오토바이가 이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인한 차이이다.


좌: 티맵(자동차 운행으로 안내), 우: 카카오네비(이륜차 모드로 안내 가능)

따라서 바이크를 타게 되면,

신호 위반, 속도위반을 하지 않는 이상

자동차보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게 된다.

속도가 중요한 사회에서

이것은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속도'를 최우선으로 두지 않게 되면,

자동차보다 느린 오토바이의 장점이 보인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반복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과 달리 지방으로 갈수록,

도로에 차량이 없어서,

편안하게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뭐, 서울에 차가 많고, 지방에 차가 없는 게

당연한 말이겠지

생각해 볼 측면이 있다.

동일한 목적지를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도로에서 차량을 많이 만나는데,

유독 오토바이로 이동할 때는

도로에서 차량을 많이 만나지 않게 된다.


그 이유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목적지까지 서로 다른 길로

안내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길 안내는 내비가 해준다.

차량을 운전할 때 안내받는 길은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고속도로가 포함된 길이다.

이렇게 차량으로 내비의 안내를 따라가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에서는

고속도로와 주변의 차량을 보는 경험이

대부분이 된다.


그에 비해 오토바이로

동일한 목적지를 향하는 경우...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신호 규정과 속도 규정을 지킨다면,

자동차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오토바이가 운행할 수 있는 경로는

속도를 중요시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경로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는

한적한 길을 가게 된다.

다른 차량 대부분이 이용하지 않는 경로로.


는 오토바이로

대관령이나, 미시령, 진부령을 넘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에 강릉을 가면서,

꾸불꾸불한 길을 오토바이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해당 고개를 넘는 국도에

차량이 없다.

주위에 차량이 없으니,

더 천천히 오토바이를 몰 수 있고,

주변 풍경을 즐기며 이동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대관령 국도에

차량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강릉까지 더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생기고..

내비들이 그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최적 경로를 안내해주면서,

진부령, 미시령, 대관령을 넘어가는

국도들의 차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다른 라이더분께서 찍은 사진입니다. 실제로도 차량이 얼마 없습니다.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 이라는

걸출한 천재가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라는 주장을 했었다.

이 주장은 미디어(매체)는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감각을 형성하는 힘이기에...

미디어(매체)가 지니고 있는 특성으로 인해

그 인간의 사고방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자동차' '오토바이'를 비교해보면,

'자동차'라는 매체는 기본적으로 목적지까지

빠르고 편하게 가는 가

- 목표 지향적인 삶을 지향한다.

그에 비해 '오토바이'라는 매체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가 없어서,

더 천천히 불편하게 가는 가치

-과정 지향적 삶을 지향하게 된다.


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목표 달성의 속도를 우선시하는

일방적인 흐름 가운데,

목표 달성의 속도가 아니라,

과정을 중요시하는,

세태와는 다른 시선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에 내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4번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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