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바르셀로나에 가득한 가우디

13th 국가: 스페인 16th 여정: 바르셀로나 (5. 8-5.11)

by GTS

현재까지의 여정(2017. 3.10 출발)


① 한국 → ②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시베리아 횡단 열차) → ③ 러시아 모스크바 → ④ 우크라이나 키이우 → ⑤ 그리스 아테네 → ⑥ 그리스 산토리니 → 그리스 고린토스 → 알바니아 티라나 → 몬테네그로 포드코리차 → ⑦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⑧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비엔나 →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⑨ 체코 프라하 → ⑩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부르크, 본 → ⑪ 네덜란드 뒤셀도르프, 노테르담 → 벨기에 브뤼셀 → ⑫ 이탈리아 베니스 → ⑬ 이집트 카이로 → ⑭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국립공원 ⑮ 남아공 케이프타운⑯ 나미비아 나미브사막 → ⑰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재 위치> 13th 국가: 스페인 16th 여정: 바르셀로나 (5. 8-5.11)



사십춘기 방랑기 D+60일(2017.5.8)


사하라마라톤 완주 이후, 아직 다리 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러나 미리 항공권을 구입한 관계로 바르셀로나로 이동한다. 아프리카 남단의 나미비아에서 2번의 공항 환승(요하네스버그, 카이로)을 거쳐 스페인으로 올라오는 길은 24시간이 더 걸렸다. 카이로 공항에서 환승 대기하며, 어버이날을 맞이하였다.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마치고, 가족들에게 완주 소식을 알린 날에,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아들 참 잘했네. 보기 너무 좋아. 언제든지 비상금 요청하면 콜이야.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마음껏 누려."


자식에게는 마음껏 누려라고 하지만, 정작 당신은 파출부로, 간병인으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만하고 지내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안다. 또한 대장암 3기로 수술하고 나서, 항암 치료기간에도 공사장에서 일을 하신 아버지이시니, 아버지 또한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눈에 훤하다. 그래서 아들은 죄송하다.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아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거의 다른 의견이 없으셨던 부모님이 '꼭 그래야 되겠느냐'며 만류하셨었다. 그 만류를 듣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렇게 부표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냥, 아들은 온 힘을 다할 뿐이다. 막 살지 않기 위해서... 바라기는 부모님은 건강만 하시라.


오관산

-문충


나무토막으로 조그마한 당닭을 새겨

젓가락으로 집어다가 벽에 앉히고

이 닭이 꼬끼오 하고 때를 알리면

그제사 어머님 얼굴은 서쪽으로 기우는 해처럼 늙으시리라.




사십춘기 방랑기 D+62일(2017.5.10) 스페인 in 바르셀로나


어제는 체크인을 하고 나서, 숙소에서 계속 앓았다. 오늘도 몸상태가 거의 엉망이지만, 바르셀로나까지 와서 누워있을 수는 없어서 길을 나섰다. 숙소근처에 있는 구엘공원에 먼저갔다. 너무도 특이해서, 볼거리가 많은 공원이었지만, 걸을 때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걷는 것은 무리인가.

구웰 공원. 신기하고 예쁘다. 건물과 자연의 경계를 정하기가 어렵다.


그래도 가우디의 흔적은 봐야 된다는 생각에, 파밀리아 성당을 찾았다. 그리고 막눈에게도 엄청난 감동인 광경을 접했다. 몸살이 걸린 것처럼 온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파밀리아 성당은 그 고통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정말로 신비롭고, 오묘했으며, 아름다웠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간 들렸던 어떠한 성당하고도 그 궤적을 달리했다. 그간의 성당들이 외부는 조각과 건축, 내부는 성화(그림)의 조합이었다면, 파밀리아 성당은 내부와 외부 모두 철저하게 조각과 건축에 집중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기존에 봐았던 어떤 성당하고도 상이했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좋았다. 그간 보았던 어떤 인공 건축물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그리다 팔밀리아. 속칭 가우디 대성당. 계속 건충 중인 미완의 성당. 저 미완의 모습 조차도 아름답다.
433090703_3615995368618893_151391197071268264_n.jpg
19958898_10213718438458156_7265267871384468245_n.jpg
성당 내부의 모습은 그냥 오묘하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건축물이다. 그냥 처음 보면 빠져들게 된다.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가우디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곡선과 자연스러움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우디스러움과 엄격한 격식을 갖춰야 하는 전통적인 성당 건축 양식의 갈등. 그런데 이 갈등은 가우디로 하여금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성당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의 고뇌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파밀리아 성당은 단연 내가 그간 봐왔던 모든 인공물 중에서 최고였다. 가우디, 그의 흔적을 볼 수 있어서 영광이다.




사하라 레이스로 망가진 신체리듬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발바닥은 물집으로 가득하여 쓰라리고, 발톱은 흔들리다 몇개는 빠졌다. 온몸이 쑤시고, 왼쪽 무릎은 걸을 때마다 통증이 몰려온다. 원래 계획이라면 오늘 사라고사로 이동해야했으나, 도저히 움직일 엄두가 안났다. 그래서 숙소측에 하루더 머물겠다고 하고서는 하루 종일 숙소에 누워있었다. 바르셀로나까지 와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 와있지만, 나의 세상은 0.5평 정도 되는 도미토리 침대가 전부이다. 그래도 조금은 이런 나에게 관대해지기로 했다.


집을 떠난지, 2달이 넘었다. 그리고 아주 큰 산이었던 사하라 레이스도 무사히 완주했다. 여기까지 보면, 지난 2달간 정말 알차고 야무지게 보낸 것이 맞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처음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을 때 계획했던 것들을 제법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살짝 염려가 되는 것은 약간의 침체감이다. 사하라 레이스를 기점으로 무엇인가를 해내는 성취감이 극에 도달했던 거 같다. 그런데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더이상 공부하기 싫은 것처럼, 사하라 레이스가 끝나고 나니, 이후에 진행되는 어떤 여정에도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게 된 것 같다. 또한, 외국 사람들에 대한 울렁증이 현저하게 약해지면서 긴장감도 함께 사라지고, 몸도 아프니 여러모로 침체기가 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 카미노 ; 프랑스길을 선택했으면, 어떤 여정이었을까 궁금하다. 나는 북쪽길을 선택했다.

이런 침체의 상태에서 순례길의 여정을 고민하다보니, 결정이 계속 미뤄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법 여러개의 코스가 있었는데, 길을 선택하는 동시에 40일 정도의 추후 일정이 결정되어 버리는 셈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포르투갈길과 은의 길은 그 동선으로 인해 일단 먼저 배제시켰다. 남은 길은 2개다. 일반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하면 가장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걷는 프랑스길이 있다. 그쪽이 순례길하면 떠올리는 모습에 제일 가깝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의 청개구리 심보가 계속 발동했다. 한국 사람들이 잔뜩 찾는 그 길을 굳이 나까지 걸을 필요가 있을까. 그러다고 북쪽길에 대해 관심을 기출이게 되었다. 사람들이 거의 걷지 않는다는 북쪽길. 이 길에 누군가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해안을 따로 걸을 때가 많아서, 바다를 쳐다보는 벅찬 느낌이 자주 들지만, 산길을 따라 걷다보니, 평지가 거의 없어서 힘듦. 그래서 북쪽길을 택하게 되었다. 아, 육체를 단련하는 행위를 그만하겠다고 그리 다짐을 하고서는 더 힘듦기 때문에 북쪽길을 선택하는 나는 모순덩어리다.


북쪽길의 시작은 '이룬'이라는 도시이다. 이름도 특이하다. 가보자. '이룬' 그래, 한 번 걸어보자.

keyword
이전 11화# 18. 사하라 사막 마라톤 2부 - 77등 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