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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인아 Apr 07. 2023

특별대담: 상호돌봄의 디자인 협업 지속가능한가?(하)

모든 것을 디자인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지난 이야기) 어쩌다보니“주로 변화를 꾀하는 개인 및 조직"의 프로젝트를 맡아 온 8년 차 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이하 ‘오풍’). 세상이 잘못되어 무릇 ‘좋은 일'하는 곳의 예산이란 본디 ‘약소’하고 ‘부족’하게 책정되어 있기 마련인데… 발주를 받고 기한 내에 산출물을 납품하는 일반적인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와 같은 갑을 관계로 일을 진행하다보면 특정한 문제가 반복됨을 느끼고, 발주처와 오풍이 동등한 파트너로 만나 함께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며 작업을 진행하는 “상호돌봄의 디자인 협업 프로세스"를 파트너 조직들에 제안하는데…(관련 글 읽기
그후 1년,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상호돌봄의 디자인 협업이란 그래서 무엇일까? 그건 지속가능할까? 2023년 1월 4일, 인아와 희원은 대담을 나눈다. 화를 내다가 다시 골똘해지기도 하면서.




(상)편에서 이어서


희원: 다른 질문으로 돌아가자. 우리가 먼저 상호돌봄의 디자인 협업을 제안한 곳들이 있잖아. 왜 거기 컨택한 걸까?


인아: 전에 한번 같이 일해봤는데 담당자님들이 좋았다. 하는 곳으로 연락을 한 거였지. 우리의 제안을 들어봐 줄 것 같아서.


희원: 디자인 프로젝트 할 때 담당자가 좋다는 건 어떤 거야? 예를 들면?


인아: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협조를 잘 해준다거나. 사실 안 해주는 경우도 많고,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때는 아무래도 일이 많아지는 거니까 기껍지 않을 수 있는데, 그걸 잘 수용해주었던? 


희원: 아하. 근데 나는 이 얘기 하다보니까 점점 생각이 너무 복잡해진다. 


인아: 왜?


희원: 상호 돌봄의 디자인 자체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우리 일에 한정해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오풍의 프로젝트를 모델링 해보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됐는데, 사회 운동과 기부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니까 나의 지난 경험들이 너무 생각에 많이 개입되네. 나는 비영리에서도 일하고 활동가이기도 했으니까.(생각에 잠긴다.)

근데 나 그거 궁금해. 그러면 오풍은 앞으로 상호 돌봄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이윤을 거의 못 남겨도 진행한다 쪽으로, 그냥 다른 프로젝트들과 노선을 구분해서 해 나갈 생각인거야? 아니면 어떻게든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 같은 게 게 있는 거야?


인아: 돈은… 그냥 일한만큼만 받을 수 있으면 최고겠다.


희원: 디자이너지만 활동가적인 마음도 있는 건가? 이 프로젝트에 동의하고 이게 잘 되기를 바라고 이 운동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해야 되나.


인아: 몰라. 그건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돈버는 일로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좀 불만족스럽겠지. 그런 일은 효율을 중심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프로젝트들은 너무 오래 걸리고 효율적이지 않으니까. 당연히 효율을 제일 중심에 두고 하는 일은 아니지. 아무튼 내가 이 일을 해서 억만장자가 되어야지 그런 생각은 당연히 없지.


희원: 근데 왜 하는 걸까? 여기(상호돌봄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만든 일의 논리, 효율이 아닌 다른 것도 보는 일의 논리를 다른 쪽으로도 확장시켜 나가고 싶고 그런 욕구가 있는 걸까? 아니면 네가 생각했을 때 세상이 이런 쪽으로 바뀌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는 거야?


인아: 글에도 썼듯이 그냥 내가 그냥 일하기 편한 공간 만드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이게 막 어떤 효과를 가져와서 몇 퍼센트에 뭐가 있고 몇 명의 뭐가 있고 이런 수치적인 뭐가 있는 거는 아니고… 비영리 단체 일을 뭔가 하고 싶은데, 그냥 이전에 해왔던 대로만 하면 내가 너무 소진되고… 하면 할수록 나한테 손해인 구조니까. 다르게 해나가고 싶은 거지.


"해마다 과로사로 죽는 사람이 500명이 넘어간다는 뉴스를 보면서 회사 다니던 때를 떠올렸다. 그러다 최근 '활동할 힘을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을 받곤 그 무렵을 떠올리며 "그냥 살면 죽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라고 대답했던 일도 생각났다." - 가령, ‘한국에서 가능할까?를 묻지 않을 수 있을까? 중


인아: 그리고 솔직히 영리 일할 때랑 비교해서 일 자체의 보상이 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 더 뿌듯한 것도 아니야. 내가 이렇게 훌륭한 단체와 이렇게 의미있는 일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 같은 건 안해. 피드백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아 또 헐값에 쳐냈구나. 해냈다.' 생각하고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아. 그러니까 당연히 ‘내가 왜 여기 일을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냥 ‘좋은 일' 따로, ‘돈 버는 일’ 따로 해서 돈 되게 많이 받는 프로젝트 하고, 좋은 일은 내 시간 남을 때 공짜로 해주고. 그게 사실 기존의 구조지. 프로보노로 좋은 일 하는 디자이너들도 되게 많아. 근데 나는 큰 돈을 받는 데서 잘 할 의지도 없고, 거기에서 일하면 병이나. 위장병.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내가 조금이라도 납득할 수 있고 동의할 수 있는 데서 일을 해야 돼. 그래야 살 수가 있어. 나는 그것 때문에 하는 거야. 안 그러면 병을 달고 사니까. 


희원: 응.


인아: 너는 돈을 벌 줄 알았어?


희원: 아니. 그렇진 않고, 저번에 회의하면서 비영리단체를 따로 만들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어서, 이런 프로젝트만을 위해 따로 사업 계정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지. 


인아: 아 그건 주체가 비영리여야 사람들에게 프로젝트 모금 같은 것에 있어서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아서? 보조금에 덜 기대고 모금으로 해결한다고 했을 때. 근데 그렇게 한다고 해도 인건비 이상을 벌 생각은 없고. 더 벌면 단체에 기부를 하던가 하는 모델로… 그래야 사람들도 아 이게 오풍 수익 사업이 아니란 걸 알 것 같아서, 어떤 형태로든 영리가 아닌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 거지. 


희원: 내가 지금 대화하면서 계속 관심이 가는 건 약간… 인아는 작업자적인 정체성이랑 활동가적인 정체성이 섞여 있는 것 같아. 너한테는 자연스러워서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예컨대 그냥 응원이나 기부로 끝이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 같은 게? 그래서 뭔가 일을 하면서는 그 두 가지 영역?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의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뭐 그런 게 궁금했어. 행동도 하지만 돈도 벌긴 해야하잖아. 


인아: 그치. 돈을 안 벌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내가 그 정도로 착하진 않아.


희원: 근데 돈을 안 받고 하면 결과물이 뭔가 꼬일 수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작업자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기가 어렵잖아. 좀 우울한 얘기지만… 선의에 대한 의사소통이란 게 시장에서 용역을 사고 파는 의사소통보다 어려운 것 같네. 계속 대담을 진행해보자면… 그래서 이 상호돌봄의 디자인 어디로 가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까지 왔나요? 


인아: 돈이 더 없는 데랑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희원: 아무튼 그런 질문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이걸 실천해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긴 하다. 


인아: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과연 파트너들이 우리랑 또 해줄런지.(편집자 주: 2023년 1월 4일 기준. 이 글을 발행하는 지금은 파트너들과 함께 작업 논의를 하고 있다.) 너는 어때? 작년에 연락해 보고 싶은 데를 몇 군데 더 얘기하기도 했었잖아. 


희원: 나도 지금 생각나는 데는 없어. 막상 1년 경험해보니까 작년에 떠올렸던 곳에 우리 같은 디자인이 필요할지 잘 모르겠어.


인아: 그러면 우리 같은 디자인이 필요한 데는 어디야?


희원: 음...완전 신생 조직이랑도 할 수 있을까?


인아: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왜냐면 디자이너들은 모든 곳에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


희원: 음.


인아: 근데 나는 거기 동의하진 않아. 그래서 디자인 하지 말라고 말하는 편이야. 모든 곳에 세련된 디자인이 필요한 건 아닌데… 그냥 빨리 한글로 뭐 파일 만들어서 해도 되는 일들도 있는데, 굳이 일을 복잡하게 하게 된다고 해야 되나? 엉뚱한 에너지를 쓴다고 해야 되나. 무조건 ‘더 예쁘면 좋잖아요.’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서… 그게 다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필요한 곳에만 디자인하면 안 되나? 그래서 디자인이 필요한 곳이라는 게 뭔지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어떤 조건들에서 디자인이 들어갈 때 효과적인가 질문해보자는 거지. 예를 들어서 지금까지 한 가지 의제를 가지고 열심히 해왔던 데가 있는데 자료는 많아. 근데 그게 효과적으로 전달이 된 적은 없는 것 같고, 다 개별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그럴 때는 뭔가 개입을 해서… 그걸 한번 정리를 하고 좀 보기 쉽게 만들어주면 되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런 게 있을 수 있잖아. 아니면 완전 신생이라 아무것도 없어. 근데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있어. 그럼 그게 어느 플랫폼에서 어떻게 나가는 게 가장 좋을지 같이 고민을 해보고 뭘 만들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래서 신생 조직이랑도 할 수는 있을 것 같아. 


희원: 근데 확실한 건 처음에 서로를 알아가는 3개월에서 5개월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면 상호돌봄의 디자인 협업을 같이 못할 것 같아. 예전 결과물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오풍의 이전 작업 중에 이런 걸로 컨셉 비슷하게 뽑아주세요’ 하는 요청도 자주 들어오는데, 그럴 때는 이미 컨셉에 대한 논의는 그걸로 끝일 거라고 생각하잖아. 근데 사실 그게 아니잖아. 그 이전 작업도 컨셉 도출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거고. 그래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만큼 상응하는 어떤 보상을 주는 게 아니면 프로젝트 착수할 때 3개월에서 5개월 정도는 생각을 해야 된다고 제안할 수 밖에 없고, 거기 동의하는 건 신생이든 오래된 곳이든 뭔가 상호 믿음을 만들어야 할 수 있는 의사결정일 것 같거든. 그 과정이 필요하단 걸 믿고 우리랑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함께 할 수 있지. 뭔가 그냥 여기 스타일을 가져가고 싶다. 이렇게 해서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야.


인아: 중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희원: 그래서 우리가 작년에 그렸던 그 상호돌봄의 협업 모델에, 이제 구체적으로 필요한 시간 같은 걸 표시한 내용 같은 거를 공개하거나 할 수도 있겠다 싶어. 근데 확실한 건 그런 트랙으로 일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결과물이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와 뭔가 다르게 좋았다고 느껴지는 게 있어요.


인아: ‘와 결과물이 대박이다!’ 이런 느낌은 아니지만 확신은 있는 것 같아. 물론 벌써부터 고치고 싶은 부분은 많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이게 필요했고, 지금은 이게 최선이고 이만큼을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은 있어.


희원: 맞아. 그리고 우리가 같은 페이지에 있다. 파트너들이랑. 물론 다 격차가 있지만.


인아: 그게 좀 나한테는 중요했던 것 같아. 그전에는 내가 일을 해주고도 ‘이게 맞나? 좋다니까 뭐 좋나 보다.’ 약간 이런 모호함이 나를 계속 괴롭혔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 기간 내에 우리가 얘기를 했고, 지금 필요한 게 이거라고 정했고, 그 결과물로 이게 나왔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 그 누구도 별로 이견이 없을 것 같아서 그게 마음이 편해.


희원: 앞으로는 뭘 더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인아: 나는 완성도를 전반적으로 높이고 싶어. 그러려면 우리가 다 같이 레퍼런스를 더 많이 봐야 된다고 생각해. 파트너들도 더 구체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게. 그냥 ‘와 멋지다' 정도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서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피드백도 많이 오가고 했으면 좋겠어.


희원: 난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에게 완성도에 대한 욕구를 갖게 하는 게 힘들긴 할 것 같아. 솔직히 내 경우 시각적 완성도가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지 않아.


인아: 아니야. 좋은 걸 많이 보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해.


희원: 그렇기야 하겠지만 그게 어느 이상까지는 안 가는 것 같고, 이미지에서 컨셉이나 메시지를 읽어내는 거는 굉장히 오래 훈련되어야 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해. 근데 나는 모두가 그걸 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긴 해. 물론 생각은 더 해봤으면 좋겠다는 거는 있는데.


인아: 음


희원: 크리틱을 같이 해봐야 되나? 뭔가 어떤 걸 보고 좋다고 생각하면, 그게 왜 좋다고 생각하는지 자기 언어로 설명하고 피드백 해 본 경험은 대체로 없지 않을까?


인아: 그러니까.


희원: 예를 들면, 어떤 템플릿처럼 만들어주세요 하는 요청이 들어올 때, 그게 왜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잖아. 되물으면 ‘깔끔해보인다' 정도인 경우가 많고. 


인아: 맞아. 근데 나는 막 새끈하게 빠진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높인다기보다는… 조금 더… 하 내가 욕심인가.


희원: 무슨 욕심?


인아: 다 찢어버리겠다는 욕심.


희원: 음… 그렇지 기깔 나는 게 하고 싶지.


인아: 응, 멋있게 하고 싶으니까. 근데 그 멋있다의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해. 미팅할 때도 레퍼런스로 가져갔던 건데 젠더페일(GenderFail)이 출판하는 프로젝트가 되게 멋있다고 생각하거든. 그게 다 (퀴어 인권 운동의) 유산을 살리는 일이고 어떤 미학적인 완성도랑은 맥락이 좀 다른 훌륭함인데. 그런 멋진 걸 하려면 더 잘 알아야 될 것 같아.


퀴어 시위 피켓의 문자를 활용한 젠더페일의 타이포그래피와 진 작업들(출처:https://genderfailproject.square.site/)


희원: 난 잘 상상이 안 돼 솔직히.


인아: 근데 보통 클라이언트들에게서 보이는 욕망은 ‘더 세련되게 나왔으면 좋겠다'거든. 그럼 난 ‘다른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왜지?’라는 생각이 들어. 세련된 걸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드는 이유에는 세련됨 너머의 뭐가 더 있을텐데. 그게 시각적으로 어떤 방향성일까? 그런 건 오히려 파트너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제약에서 나올 수도 있는 건데, 그런 건 제약이고 모자란 부분이니까 아예 옵션으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서.


희원: 그건 내가 연구 활동 교육할 때 경험하는 거랑 비슷하다. 연구하고 싶어하는 활동가들에게 설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랑. 내가 알고 있고 알 수 있는 내가 궁금한 게 뭔지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 중에 얼만큼을 어디를 조사해서 알 수 있고,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거는 뭔지를 정한 다음에 시간이나 예산 같은 제약을 다시 적용해서 이번에 어디까지 얼만큼을 알아낼 수 있는지 명확히 하면, 다른 게 아니라 그게 연구인 거라서, 내가 알아낸 것의 한계랑 제약을 정확히 알고, 이 생각과 의견과 조사는 이런 제약 속에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거다라고 설명을 적을 수 있으면 완벽한 지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연구라고 생각하는데,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온 비연구자 분들은 어떤 유명한 이론을 인용해야한다거나 그런 압박을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아. 근데 사실 심도 깊게 연구하지 않는 이상 그 이론을 읽고 쓰면 그냥 그 주제에 대한 공부 이상으로 뭐 응용하고 적용시키긴 힘들거든. 


인아: 맞아. 그거 제대로 하기가 엄청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지… 다른 얘긴데, 나는 이렇게 말하면 웃기지만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되는 것 같아. 나의 미감을. 우리가 쌓아 온 걸 자랑스러워 할 수 있어야 되는데! 그래야 ‘우리는 이런 일을 하고 그래서 이러 이러한 결과물이 있고 지금까지 뭘 해왔어요’ 라는 게 자랑스럽게 있어야 되는데,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거기에서 부족한 게 보이겠지….이거 말고, 우리가 가진 거 말고, 멋있는 걸 하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자신들이 가진 건 안 봐.


희원: 지금까지 해 온 게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건데.


인아: 그러니까. 그래서, 거기서 디자인을 뽑아내면 고유한 멋진 것이 나올 것 같은데, 음. 


희원: 뭔가 브랜드 마케팅 일반에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얘기가 되긴 하네. 솔직하게 우리 조직을 돌아보고 거기서 정말로 전달하고 싶은 진정성 있는 컨셉을 뽑자.


인아: 하는 일은 사실 다 비슷해서 그런 것 같아. 뭔가 에센스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책 '21세기 상호부조론 mutual-aid'(딘 스페이드, 장석준 역) 같은 거 읽어도 사람들이 자꾸 그건 분명히 비영리단체 일인데 자기가 다니는 회사를 대입해서 생각하더라고.


희원: 그게 자기가 아는 조직이니까.


인아: 그리고 그 비슷한 게 그런 쪽에서 또 나온단 말이지. 결국 원리는 다 비슷한 것 같아. 결국에는 회사도 조직이고, 비영리 단체도 조직이고, 비영리 단체 디자인도 디자인이고, 브랜딩 디자인도 디자인.


희원: 상호돌봄의 디자인 협업에서 우리가 시간을 많이 쓴 게 단체 담당자들에게 질문하고 얘기 듣는 과정이었던 것과도 연결되는 얘기인 것 같고 중요한 지점 같아. 재발견해 주는 과정이 꼭 있어야 되는 것 같달까. 파트너들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거를 우리는 보면서 ‘이게 되게 훌륭하다’는 걸 짚어낸다든지. 활동가들은 우리가 되게 당연하게 하는 것들을 ‘우와 막 이렇게 하니까 너무 좋다’하고 반응해준다든지. 그런 게 이런 프로젝트에 있는 것 같고. 그게 상호부조적인 관계일 수도 있겠다. 물론 돈이 오고가는 일이지.


인아: 근데 말야. 이 정도 말했으면 글 세 편 정도 분량은 나오지 않았을까?


희원: 좀 많이 쳐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 (끝)

끝내야 할 땐 끝내는 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 디자이너 신인아(좌)와 에디터 백희원(우) / 사진: 임효진


협업 문의는 contact@sceneryof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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