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장대(상)

by 도라지

해는 밝았지만, 우리 집에선 아직 이른 아침 일곱 시 삼십 분이었다. 공동현관에서 문 열어달라고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택배요~"


어~? 이렇게나 빨리 도착할 줄은 몰랐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본다. 커다란 두 개의 택배 상자가 보인다. 들어보니 한 개는 만만치 않게 무겁다. 겨우 들고 들어왔다. 내가 기다리던 게 아니었다. 큰아들이 주문한 조립식 책상이었다.


그래, 쿠팡도 아니고 주문한 지 32시간 만에 도착할 리 만무였다. 남편이 거실 소파에 누워 물었다.


"왔어? 뜯어봐~"

"아니에요, 큰애 책상 같네요."


남편도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건 감나무 장대다. 지난주에 청주에서 가까운 회남에 가서 물구경을 하고 올 때였다. 집으로 향해 가다가, 우연히 저쪽 마을이 궁금해진 남편이 차를 돌렸다. 돈은 없는데 땅에는 관심이 많은 남편은 이제 제법 지형을 읽을 줄 안다. 운전하고 가다가 저쪽이 궁금해지면, 그쪽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세상에, 물길을 따라 감나무가 지천이었다. 맞은편 산자락에 가려서 응달진 곳이라 그런지, 나무에 달린 감들이 마치 조생 귤처럼 옹기종기 작았다.


"잠깐 차 좀 세워봐요~"


감나무에 달려있는 벌겋게 익은 감들만 보면 흥분하는 내가 먼저 말했다. 작은 강물을 끼고 있는 도로 옆으로 서있는 감나무들이니, 개인이 농사짓는 감나무는 아닌 게 분명했다. 탱자만 한 감들이 아직 덜 익어서, 팔이 닿는 가지에서 겨우 익은 감 두 개를 따서 다시 차에 올라탔다.


남편이 차를 몰고 마을 쪽으로 난 길을 계속 들어간다. 도로가에 감나무들이 드문드문 계속이다. 팔순 가까이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대나무로 만든 장대 하나를 들고 산 쪽으로 걸어가고 계셨다. 그러자 남편이 다시 차 머리를 쌩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줄 알았다. 남편이 회인 읍내로 들어가 빈 공터에 차를 세웠다. 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철물점 하나가 보였다.


"이 감나무 장대 얼마예요?"

"5만 원~ 요새 감 값이 비싸서, 이거 하나 사서 감 따먹는 게 싼 거야~"


주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나는 남편 옆에서 계산을 해본다. 과연 감 몇 개 따 먹자고 5만 원을 주고 장대를 살 일인가?


그걸 사려고 덤비는 남편이 신용카드 한 장을 꺼내려고 할 때, 할머니가 지금은 돈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는 현금이 없어서, 그날 남편은 장대를 사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감나무 장대를 잊고 있었다. 이틀 전 목요일 저녁 늦게, 남편이 감나무 장대 이야기를 꺼낸다. 내일이라도 사서 토요일에 감 따러 회남을 가자고 한다. 만원 한 장도 아쉬운 나는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했다. 배송비 포함해서 똑같은 길이와 재질의 국산제품으로 3만 3천 원 결제를 했다. 배송 예정 날짜는 토요일로 떴다.


오늘이 토요일이다. 이른 새벽부터 장대를 기다리느라, 휴대폰으로 택배사 배송 조회를 한다. 정오에서 두시 사이 도착 예정이라는 문자도 받았다. 지금은 오전 11시 40분이다. 그 시간 안에 장대가 도착해야 할 텐데, 시계를 바라보는 내 마음만 애가 탄다.


(2021년 10월 23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