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걷다가 무심코 돌아다보았다. 정비소 사장이다. 창을 내리고 그가 얼굴을 내밀며, 정비소 앞 동네 도로 위에서 차를 멈추고 말했다. 다행히 그의 뒤에 다른 차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 가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그 남자는 목소리까지 좋다. 차에 타고 있던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아, 아니에요. 수리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해서, 하천가 산책이나 하려구요."
마스크를 쓴 내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 남자가 탄 차가 도로 앞에서 오른쪽 모퉁이를 돌아서 떠나버렸다. 나도 똑같이 그 모퉁이를 돌아서 신호등 앞에 대기하고 서 있는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나의 말실수를 후회한다. 하천가나 혼자 산책할 일이 아니었다. 가는 데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할 때, 무작정 그 차에 올라탔어야 했다.
아까 십 분 전에 정비소에 들렀을 때, 그는 분명히 없었다. 내 차에 라이트가 나가서 정비소에 들렀다가, 잠시 산책을 나오는 길이었다.
간혹 내 글에서 형편이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써놓아서, 지금도 내 사는 게 어렵다고 느끼실 독자님도 계실지 모르겠다. 혹시나 하여 조심히 말씀드린다. 내 차는 십 년 된 외제차다. 수리비만 해도 꽤 나간다. 그래서 외제차 전문 정비소를 정해 놓고, 여기를 왕래한 지가 벌써 육 년이 넘었다.
정비소 사장은 나보다 십수년은 족히 어릴 것이다. 정비소 일을 하며 레이싱 선수로 트랙 위에 선다. 이 친구가 얼마나 미모가 출중한가 하면, 도덕책 같은 친구가 국산차 끌고 뭣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온 적이 있었다. 너무 잘 생겨서 깜짝 놀랐다는 그 친구가, 친구들 앞에서 잘하지 않던 남자 외모 이야기를 꺼냈을 정도다.
그런 그가 나를 태워다 주겠다며, 도로 위에서 차를 세우고 말을 건넨 것이다. 후드를 쓴 내 뒷모습을 보고 알아본 것도 신기하다. 세상에 할렐루야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동네 하천가 산책 간다고 거절했으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사태 파악이 너무 늦었다. 어디 멀리 증평이라도 간다고 했어야 했다.
하천가에 나무들이 마른 잎들을 바람에 떠나보내고 있었다. 노란 나뭇잎들이 초록색으로 깔린 산책길 바닥에서 몸들을 비틀며 나뒹군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 때는 늦었다.
그 남자가 별 뜻 없이 고객 예우 차원에서 했던 말 하나에도 이렇게 혼자 설레고 혼자 후회하는 걸 보니, 내 안에 가을이 들어와 있나 보다. 그게 가을이다.
수리된 차를 끌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 밥을 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