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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 Feb 16. 2023

우당탕탕 첫 면접

#수습 구하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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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은 면접을 볼 일이 없었지만, 20대의 나는 면접을 수도 없이 봤다.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서 일을 할 때에는 학부모님 또는 원장님과의 첫 대면은 면접 자리와 다름이 없었고, 로스쿨 면접을 보면서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운 교수님들의 질문도 많이 받아 보았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혹은 이직 준비를 하면서 웬만한 그룹사 면접 전형은 거의 다 경험해 봤고, 공공기관이나 단체, 병원 등 다양한 곳을 드나들었다.


그렇다면 나의 면접 승률은 어땠을까?

학부모님과 학원 원장님에게는 100%, 로스쿨 교수님에게는 0%이었다. 취업 면접은 10%도 안 되는 것 같다. 채용담당자가 되어 확인한 내 면접 점수는 꽤 높았지만, 로스쿨 교수님에게는 늘 퇴짜를 맞았다. 그런데 공대 교수님은 나를 썩 괜찮게 보셨고, 그 교수님 밑에서 2년간 일을 하기도 했다. 참 일관성 없는 결과이다. 면접 경험은 많지만, 자신은 없다.




#자신은 없지만, 준비 없이 면접을 보았다.


대표 노무사님의 친절한 카톡을 받은 다음 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법인 사무실로 찾아갔다. 채용공고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법인이라 면접을 잘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노무법인 면접은 처음이라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취업 면접을 준비할 때에는 1. 1분 자기소개, 2. 이전 직장 퇴사 사유, 3. 지원동기, 4. 본인의 강점 또는 역량, 5.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등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두었다. 그런데 딱딱한 자리가 아니라고 하셨으니 자기소개를 할 일이 있을까 싶어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전에는 생각해 볼 필요가 없던 새로운 질문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결혼하셨나요? 이미 아이가 있으시거나, 없다면 앞으로 2세 계획이 있으신가요? “

사실 이 질문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줄여서 ‘남녀고용평등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에 위반된다.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에 딱 좋은 나이라서(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언제, 어디서 저 질문을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미리 답변을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이 질문만큼은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를 남편과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관련된 질문은 전혀 하지 않으셨다. 첫 면접의 복병은 따로 있었다.


“햇님 노무사님, 보내주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래도 면접 시작하기에 앞서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다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렇다. 제일 먼저 예상 질문에서 제외한 ‘1분 자기소개’가 첫 번째 질문으로 등장했다. 첫 질문에서부터 나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대표 노무사님께서 “직접 채용을 담당하셨던 분이 자기소개를 하려니 조금 어색하시죠? 허허”라 하시며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긴 했지만, 이 첫 질문이 면접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다른 질문들에는 막힘없이 대답을 했고, “말씀을 참 잘하시네요.” 혹은 “경력이 정말 좋으세요.”라는 코멘트를 들을 정도로 나의 경험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첫 질문에서 당황했던 탓일까. 나는 다소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면접에 임하고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면접 태도는 질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답변에 더하여 본인을 어필하는 적극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자폭도 했다. 면접을 끝내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길에 “교수님께 신임을 받으셨나 봐요. 흔치 않은 경험을 하셨네요.”라는 말씀에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신임이 아니고 친분일 수도 있죠. 교수님께서 결혼식 때 주례도 봐주셨어요.”

가볍게 농담을 던진다는 것이 나의 결밍아웃(결혼했음을 상대방에게 밝힘)으로 이어졌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학교 후배들이 기겁을 했다. 다음 면접부터는 결혼반지도 집에 두고 가고, 기혼자임을 추측할 수 있는 어떠한 말도 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첫 면접을 봤던 대표 노무사님에게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후에는 후배들의 조언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참 좋은 면접이었다.


처음 지원한 세 곳의 노무법인 중 가장 관심이 있었던 법인. 면접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하지만 이 법인에서 첫 면접을 본 것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졌다. 먼저 개업을 한 선배 노무사로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기 때문이다.


사실 수습을 끝내고 바로 개업을 할 생각은 없지만, 마흔쯤에는 개업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면접을 보면서 내 계획과 달리 바로 개업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동기 중에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수습을 구하기 어려워서 바로 개업을 하거나, 고용 노무사로 일할 수 없어서 수습이 끝나자마자 개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은 그분들이 동기 중에 제일 잘 나갑니다.”

면접 당시에는 좀 싸한 느낌이 드는 말이었지만(저 말씀을 듣자마자 ‘나도 수습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씀을 돌려하시는 건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 개업은 조금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개업과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수습기간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을 배우는 지도 설명해 주셨고, 일반적인 노무법인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도 말씀해 주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바로 이것이었다.

“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앞으로 얼굴 팔릴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하하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요즘의 영업은 예전처럼 사람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유튜*도 찍고, 인스*도 하고, 여기저기 얼굴을 노출하면서 홍보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큰일이다. 집 나간 인싸력과 관종력을 얼른 찾아와야겠다. 브런치에서도 신상이 드러날까 봐 늘 조심해서 글을 쓰고, 악플이라도 달릴까 걱정하며 댓글도 닫아놓았는데... 나 잘할 수 있을까?


2023년 첫 해. “햇님, 저 잘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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