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힘들었다. 하루이틀 웅크렸다. 힘들어도 꾸준히 일했고 고객들과 성심성의껏 상담했다. 서서히 회복해서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그래도 억울해서 아는 교수님께 하소연을 했다. 교수님께서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다양한 변수가 있을 것입니다. 꺽이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강권합니다." 라고 조언해 주셨다. 생각해보니 조선소에서 더한 일도 많이 겪었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이제 내 삶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서지고 깨지면서 전진하는 수 밖에 없다.
원래 나는 지하실의 인간이다.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곰팡이가 벽지에 서식하고 벌레들이 바닥에서 기어다닌다. 창백한 형광등 아래서 모든 것이 어둡고 음울하고 잿빛이다. 철가루가 날리고 페인트 향기가 가득한 조선소라는 공간에서 십수년 버텼던 것을 돌아보면 지금 행정사 업무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아무 것도 아니다. 언젠가 나의 아기들이 독립하는 날 또다시 지하실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나는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 혼자서 읽고 듣고 쓰면서 시간의 흐름을 살아낼 것이다.
저번주에 두 가지 제안을 받았다. 다시 조선소에서 일하자는 제안과 대학교에서 전속으로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두 제안 모두 나를 아끼는 분들이 말씀해 주셨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삶은 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을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 그러니까 눈앞의 작은 욕심에 눈이 멀어서 사람을 외면하지 말고 매사에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자고 다짐한다. 어느새 지하실의 인간에게 회복탄력성이 생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