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7번 외치기 싫어서 쓰는 에피소드 4.
흰머리 약국장은 여자손님에게는 관대하고 남자손님에게는 아주 무참히 짓밟았다.
많은 손님들이 빈속에 약을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젊은) 여자손님에게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다가
남자손님이 이 질문을 하는 날이면 아주 화가 단단히 난 사람마냥
"우리나라 사람들은! 빈속에 술은 잘만 쳐 마시면서! 약은 왜 빈속에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된다!"
하면서 그냥 빈속에 먹으라고 말한다.
(아... 쓰면서도 어이없네...)
좀 이쁘장한 여자손님이 물어보면 미소를 지으며
"웬만한 약은 빈속에 먹어도 괜찮은데요~
간혹 항생제 같은 경우는 속이 쓰릴 수 있어서 식사하시고 먹는 게 좋은데 이 약은 괜찮습니다~"
듣고 있는 우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또 G랄을 한다며 씹어댔다.
에피소드 5.
보통 점심식사는 약국에서 지원해 주는 편인데 역시나 이 약국은 그런 건 없었다.
우리끼리 맛있는 거 주문해서 먹거나 도시락을 싸서 먹곤 했는데 한 번씩 본인이 요리를 해주겠다고 설쳤다.
오늘은 내가 요리사!라고 하더니
조제실에 들어와 놓곤
냄비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저기 구석에 있는 냄비를 찾아다가 주니 본인이 가지고 온 냉동찌개를 가리키며 이거 그냥 끓이면 되는 거냐고 되려 나에게 묻는다.
네... 그냥 끓이면 됩니다.
하니,
그럼 끓여라 시전을 보여준다.
맛도 없는 걸 먹는 척을 하고 나서 설거지도 직원들이 한다.
이게 무슨 니가 요리사냐?!!
어이가 없을 무다...
평일 점심식사는 지원해주지 않았지만 웬일인지 토요일 점심은 먹고 싶은 걸 시키라고 했다.
토요일은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숨도 못쉬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는 이때다 싶어서 매번 보쌈이며 족발이며 값이 나가는 메뉴로 주문을 했다.
그날은 중국음식이 땡겼다.
토요일에 장사가 잘돼서 기분이 좋은지 먹고 싶은 거 다 시키라고 했다.
"국장님은 어떤 거 주문할까요?"
"나는 볶음밥!"
직원들은 삼선볶음밥을 주문했고 사이드로 탕수육과 깐쇼새우, 그리고 근무약사가 팔보채가 먹고 싶다며 팔보채까지 주문했다.
몇십 분 후 배달이 되었고 한상 가득 차려졌다.
그걸 본 약국장은 자기가 다 시키라고 해놓곤,
(자기 눈에 많아 보였는지)
먹는 건 좋다!
근데 이렇게는 하지 마라.
약국이 떠나가라 화를 내며 내가 시킨 삼선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야무지게 탕수육과 깐쇼새우, 팔보채까지 잘 쳐드셨다.
그래놓곤 왜 화를 내는지...
평일에 환자가 많으면 보통 400명 정도가 왔는데 그날따라 너무 많이 와서 조금만 더 오면 500건이 되어갔다.
웬일로 약국장은 500건을 하면 10분 일찍 퇴근시켜 준다는 이벤트를 만들었고 한 명 두 명 더 오더니 결국 퇴근 전 500건을 할 수 있었다.
환호성을 쳤고 6시 50분에 퇴근하려고 나가니
정색을 하며
"느그 왜 지금 가는데!" 시전
그래서
"10분 빨리 마쳐주신다고 하셨잖아요!"
했더니
"내일부터 느그들 나오지 마라"
자기가 한 말을 기억 못 하는지 10분 일찍 간다고 나오지 마라 시전을 보여주셨다.
다음날 진짜 다 안 나갔어야 했는데...
착해빠진 우리들.
나랑 잘 지내던 직원이 약국 데스크업무를 했는데
결제를 하면서 손님들에게
영수증 필요하세요?^^라고 물어봤다.
그걸 본 약국장은
항상!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내세요!!
보통 사람들이 영수증을 잘 안 들고 가니까!
영수증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아니요라는 부정적인 대답이 나옵니다!
앞으로는 영수증 필요 없으시죠?라고 물어보세요!
라며 또 화를 냈다.
나는 가게에서 영수증 필요 없으시죠?라고 물으면
아니요! 주세요라고 악착같이 받아낼 거 같은데?...ㅎㅎ
(성격도 안 좋은데) 눈까지 안 좋았던 약국장님.
눈도 안 보이는데 본인한테 일 시키지 마라고 소리 질러댔던
하루하루의 순간이 기억난다.
지금 잘 지내시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