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티브이에서 새로 고침이나 결혼 지옥 같은 ‘부부불화’에 대한 프로그램을 몰입해서 보게 됐다.
“이런 줄 알았으면 결혼 안 했죠.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거죠”
“나한테 이렇게 짐을 주는 사람이랑 계속 같이 사느니, 차라리 혼자가 홀가분할 것 같아요.”
프로그램 솔루션에 나온 부부들은 하나같이 서로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상대의 외모나, 친절 어떤 조건으로 결혼에 골인하게 됐지만,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됐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시들해진 부부들도 연애할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연애할 때는 근사한 풍경 가득한 레스토랑에서 우리 둘만이 오붓하게 즐기는 시간이 행복했다.
예쁘게 차려입고 서로에게 예의를 다하는 몇 시간의 데이트에서의 헤어짐은 늘 아쉽기만 했다.
서로에게 존중하는 말을 하는 그 시간만으로 상대의 본모습을 알게 되기는 쉽지 않았다.
결혼하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남편에게 기대했던 감정이 서서히 식어갔다.
늘어진 티셔츠에 화장기 없는 얼굴과 헝클어진 부스스한 머리를 하는 부부의 삶에서는 그 어떤 설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서로의 피곤한 일과에 투덕거리며 싸우기가 일쑤였다.
어쩌면 그때 우리는
“나 좀 힘들어. 있는 그대로 나를 봐주면 안 돼?”
라는 말을 서로에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내 기준에 맞는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서운함이 커지면서 원망하는 마음도 높아졌다.
서로가 원하는 것만 요구하게 될 때 대화는 겉돌게 된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가 좋았던 첫 마음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너의 순수한 모습에 반했지만 살다 보니 그 순수한 면이 좀 불편하네. ”라는 말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서로에 대한 두근거리는 설렘만으로 살아가는 부부가 있을까?
요즘 마음이 힘들다는 남편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이다. 부부도 인간관계라서 조건 없는 희생은 또 다른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살면서 깨닫게 됐다.
내가 화가 안 나는 선에서의 배려가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랜 시간 사회생활로 지친 남편은 예민한 마음을 쉬게 할 시간이 필요했다.
6년째 주말 가족 텃밭을 하고 있다. 상추와 여러 가지 쌈 채소 등을 심었다. 다른 한쪽에는 지지대를 심어서 방울토마토와 가지와 고추를 키웠다.
자연에서 살고 싶다는 남편은 꼼꼼한 성격으로 작은 텃밭을 알차게 일궜다.
해가 뜨거운 오후에 상추를 따러 텃밭으로 향했다.
“와! 토마토 열매가 열렸어!.”
방울방울 달린 토마토를 발견한 우리의 눈망울은 마치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듯 호기심과 애정으로 반짝였다.
그날 텃밭에서 따온 채소들로 풍성한 저녁을 준비했다.
“상추는 내가 씻을게. 난 원래 꼼꼼하니까.”
“그래 그럼 난 반찬 놓고 된장찌개 끓일게. 당신이 고기도 구워줘.”
중년 부부의 안온한 저녁이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