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
"토마토 한 상자에 5천원이요. 아이스크림도 상자에 5천원이요!”
트럭 아저씨의 마이크 목소리가 울리니 불꽃같은 속도로 엄마가 밖으로 뛰쳐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자를 양손 가득 짊어지고 온 엄마는 짐을 내려놓고 가빠진 숨을 내쉬었다.
“휴…. 너희들 실컷 먹을 수 있겠다. 엄청 싱싱하더라! 이건 딸기 아이스크림인데 달콤해 보이던데?”
물건을 사기 위해 황급히 다녀온 엄마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어렸을 적에는 상자로 사 온 간식이 좋아서 언니들과 어떤 것인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이며 기다렸다. 엄마는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땀을 닦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술 한잔하시고 집으로 오실 때면 치킨 두 마리를 꼭 사 오시곤 했다.
주말 아침 성당에 다녀오는 길에 설탕 가득 묻힌 도넛을 봉투에 가득 사와서 온 가족이 맛보며 주말을 보내곤 했다.
집에 가져온 음식들을 본 우리는 아기 새처럼 서로 먹겠다고 재잘거리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때는 한입 베어 무는 도넛이 입안으로 퍼질 때의 설탕이 너무 달콤해서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다. 온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큰아이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 그릇을 금세 해치운 아이는 아쉬웠는지 젓가락을 그릇에 부딪치며 내 그릇을 빤히 쳐다봤다.
“배 많이 고팠지? 더 줄까?”
“네! 네!”
기다렸다는 듯한 대답에 피식 웃으며 아이 그릇에 자장면을 덜었다.
그 시절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던 어머니의 그 마음은 아마도
‘너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불러”가 아닌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내걸 안 먹어도 괜찮아.”가 아닐까?
"난 안먹어도 괜찮아"라는 말은 늘 우선순위인 아이들로 인해서 자신에게는 인색해도 괜찮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남편 회사 옆 건물에 와플 가게가 개점했다.
“이거 플레인이랑 초콜릿 맛 5개씩 사 왔어. 요즘 애들한테는 초콜릿 맛이 인기라더라.”
퇴근길에 아이들 간식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니 아이들이 신이 나서 “와! 맛있겠다”를 연신 외쳤다.
저녁거리를 준비하러 마트에 갔더니 마이크 소리가 울렸다.
“5시 타임세일. 수박 10개 한정으로 9900원에 모십니다! 어머님들 빨리 오세요.”
한정세일이란 목소리가 들리자 빛의 속도로 기다리는 줄이 즐비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간 탓에 9번째 간신히 도착했다. 뜨거운 오후에 무거운 수박을 들고
온 나는 땀범벅이 돼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달아서 꿀맛이에요!”
아이들이 한입 베어 문 수분 가득 퍼지는 달콤한 수박 한입에 미소가 번졌다.
수박 한 조각에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남편과 함께 지켜보며 빙그레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부모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