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토닥토닥 20화

떨어지지 않은 사과

eunparang

by 은파랑




떨어지지 않은 사과


태풍이 지나간 아오모리의 들녘엔, 떨어진 사과가 가득했다.

바람은 잔인했고 나무에서 삶을 키워가던 사과들 대부분을 앗아갔다. 수확을 기다리던 이들의 마음까지도 함께 흔들어 놓았다.


그런데

모두가 떨어졌다는 그 밭 한가운데

끝내 가지를 붙잡고 있던 단단한 사과 몇 알.

흔들리고 비에 젖고 바람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떨어지지 않은 고집스러운 생명들

바로 그 사과들이 열 배의 값으로 팔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니, 대단하네."

"역경 속에서 살아남은 사과니까 더욱 값지지."


그렇게 낙과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피어났다.


삶도 그렇다.

예상치 못한 태풍이 우리의 모든 걸 앗아갈 때가 있다.

계획도 노력도 쌓아온 시간도 바람처럼 휘몰아치고 사라져 버릴 때,

우리는 어쩌면 무기력하게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남은 단 하나의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바라볼 수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은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이 될 수도 있으며

또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낸 나’라는 존재 자체일 수도 있다.


현실은 때로 너무 거칠고 냉혹하다.

하지만 현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비로소 떨어지지 않은 사과처럼 빛난다.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며

그러면서도 꿋꿋이 존재하는 것


떨어지지 않은 사과는

고통 속에서 피어난 믿음이자

시련 속에서도 지켜낸 가능성이다.


오늘, 내 안의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바라본다.

그 하나가 나를 다시 걷게 하고

다시 웃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과처럼

세상의 바람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음을 믿는다.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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