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책장은 수천 권의 책으로 채워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잉크와 종이의 무게일 뿐
진정한 지식은 읽은 것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읽은 것을 깊이 생각하고 끓이고 걸러내는 것
거기에서 탄생한다.
존 로크는 말했다.
"독서는 지식의 재료를 공급할 뿐, 그것을 자기 것이 되게 하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읽는다는 것은 지식의 문 앞에 서는 일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것은
사색의 몫이다.
글자들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하지만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문장을 읽었다고 해서 뜻을 살아낸 것은 아니다.
정보를 알았다고 해서 지혜가 내 피가 된 것은 아니다.
독서는 재료다.
나무 한 그루, 돌 한 덩이, 물 한 모금
그것을 엮어 자기만의 집을 짓는 일,
비바람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생각의 성채를 쌓는 일은
오롯이 사색에 달려 있다.
사색은 시간을 요구한다.
급하게 넘긴 페이지 위에는 아무것도 뿌리내리지 않는다.
사색은 고요함을 요구한다.
모든 소란을 지나 문득 자신에게 묻는 일이다.
"나는 지식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진실을 내 삶에 어떻게 새길 것인가."
우리는 읽으며 안다.
하지만 생각하며 비로소 살아낸다.
책은 우리에게 길을 제시할 뿐 발걸음을 대신 옮겨주지 않는다.
읽어라. 그러고 나서 천천히 앉아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단어 사이를, 문장 너머를 바라보라.
그리고 질문하라. 스스로 답을 찾아라.
독서는 씨앗이다.
사색은 꽃이다.
그리고 삶은 꽃의 향기를 품는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