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그리운 날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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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랑




사랑이 그리운 날들의 기록


외로움은 사랑을 부르는 가장 오래된 언어다. 아무도 없는 방, 깊은 밤의 정적, 환한 불빛 아래에서도 느껴지는 공허함. 그 속에서 누군가를 원하게 된다. 따뜻한 눈빛, 가만한 손길, 무심한 듯 챙겨주는 말 한마디

미국 사회 신경과학 분야를 개척한 존 카시오포(John Cacioppo)는 외로움을, 생존을 위한 '사회적 경고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외로움이 인간의 뇌에 깊이 각인된 신호로 타인과의 연결을 갈망하게 만들며 사랑의 문을 연다고 말한다.

카시오포에 따르면 외로움은 뇌의 경계 시스템을 자극해 주변을 더 민감하게 바라보게 하고 누군가의 다정한 말이나 친절한 행동에 유난히 크게 반응하게 만든다. 외로울수록 사랑에 더 쉽게 빠지는 건 그 때문이다.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싶은 본능이 누군가의 온기를 더 절실히 느끼게 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때론 환상을 만든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내 빈자리에 꼭 들어맞는 존재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외로움에서 비롯된 사랑은 따뜻함과 동시에 조심스러운 경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외로움이 사랑을 갈망하게 만드는 이유는 하나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함께하고 싶은 존재라는 것 그리고 갈망은 누군가의 조용한 온기를 통해 조금씩 치유된다. 사랑은 그렇게 외로움이라는 그늘에 피어나는 가장 따뜻한 빛이 된다.


그림 프리다옥


외로움은 인간의 가장 깊고 오래된 감정 중 하나다. 그것은 혼자 있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심지어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외로움은 감정적 연결이 부재할 때 찾아온다.

진심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있다는 확신이 없을 때 마음속에 조용한 공허를 느낀다. 공허는 삶에 다양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외로움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우울과 불안을 유발하며 면역력마저 약화한다. 이는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결핍에서 비롯된 신호다.


"나를 정말 이해해 줄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물음은 인간의 깊은 내면에서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리고 물음은

‘사랑’을 갈망하게 만든다. 사랑에 대한 갈망은 낭만을 향한 열망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와 진심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적 바람이다.


사랑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게 하고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영국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말한 것처럼 안정적인 애착은 정서적 안정과 회복을 이끈다. 사랑은 우리에게 소속감과 안전감을 주는 심리적 안식처가 된다.


사랑은 연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감정만은 아니다. 깊은 우정, 가족의 사랑,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도 감정적 만족과 위안을 경험할 수 있다. 사랑받는 경험은 자신이 존귀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자기 긍정을 가능케 하고 내면의 외로움을 조금씩 치유한다. 외로움은 사랑을 갈망하게 하고 사랑은 외로움을 감싸 안는다. 하지만 사랑이 외로움의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진정한 연결은 관계 맺기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외로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첫걸음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자신을 돌보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로 이어진다. 사랑의 관계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감정적 연결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깊이가 필요하다.


감정적 연결은 진심 어린 소통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상대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그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려는 노력이 관계를 조금씩 깊게 만든다. 함께하는 시간의 길이보다 시간의 ‘질’이 사랑을 만든다. 마주 앉은 순간, 얼마나 서로의 마음에 집중하는지가 중요하다.


외로움을 느끼고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은 인간다움의 본질이다. 그것은 타인을 이해하게 만들고 자신을 사랑하는 길로 이끈다. 길의 끝에서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텅 빈 방 안에 작은 숨결 하나 그리워진다. 말없이 울리는 시계 소리, 불 꺼진 창밖의 정적 속에서 마음은 문득 묻는다.

“누군가 내 곁에 있다면 어땠을까.”


외로움은 누군가를 원하고 그리움에 반응하며 사랑을 향한 문을 열게 만드는 내면의 오래된 울림이다. 외로움은 때론 사랑을 향한 착각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조차도 사랑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증거다. 텅 빈 마음 위로, 누군가의 온기가 천천히 내려앉을 때 비로소 안다. 사랑은 외로움이 만든 가장 따뜻한 해답이라는 것을


은파랑




은파랑 콘텐츠 에세이 '토닥토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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