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parang
2030년 고궁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국악 공연은 낯설게도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담고 있다. AI는 전통 예술의 적이 아니라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내는 동반자가 되었다.
판소리 명창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는 잊힌 창법을 되살리고 인간 연주자와 실시간으로 호흡을 맞추며 변주를 제안한다. 서예가는 AI가 분석한 수천 년 필법을 참고해 새로운 서체를 창조하고 무용가는 동작 인식 AI와 함께 과거 기록에 없는 동선을 구현한다. 과거의 예술이 기계의 계산을 만나 새로운 울림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 극장은 AI 작곡가와 인간 지휘자가 협업한 고전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 계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과 일본의 전통 공연 예술단도 AI를 통해 고문헌 속 악보를 복원하고 실연 가능한 형태로 되살리고 있다. 결과 전통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가로지르는 살아 있는 예술로 재탄생한다.
그러나 모든 이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예술가는 AI의 개입이 정통성과 인간의 감각을 훼손한다고 비판한다. 또 어떤 이들은 “전통은 본래 변화를 통해 살아남아 왔으며 AI는 변화의 다른 도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2030년 전통 예술은 소멸이 아니라 변주 속에서 살아간다. AI와의 협업은 전통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뿌리를 더 깊게 울리며 새로운 시대의 관객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2030년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은 더 이상 모두 같은 영화를 보지 않는다. AI는 각자의 취향과 감정 상태에 맞춘 ‘나만의 서사’를 실시간으로 만들어낸다.
영화의 결말은 관객의 선택과 반응에 따라 달라지고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는 시청자의 감정 데이터를 반영해 바뀐다. 음악은 하루의 컨디션에 맞춰 즉석에서 작곡되고 게임은 이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매번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엔터테인먼트는 완결된 작품이 아니라 몰입형 경험의 흐름으로 진화했다.
글로벌 콘텐츠 보고서에 따르면 맞춤형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전체 미디어 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사용자의 평균 몰입 시간이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인간은 더 깊이 빠져들었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더 옅어졌다.
그러나 몰입의 확장은 동시에 우려를 낳는다. 개인 맞춤형 콘텐츠는 사회적 대화의 공통분모를 줄이고 이용자는 각자의 이야기 속에 고립될 위험이 있다. 또한 지나친 맞춤형 자극은 중독을 심화시키며 현실보다 가상 속 삶을 더 매혹적으로 만들 수 있다.
2030년 엔터테인먼트는 오락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와 감각을 지배하는 체험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묻는다.
“몰입이 즐거움일 때 그것은 해방인가? 아니면 새로운 구속인가?”
2030년 스크린 속 얼굴이 진짜 사람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이 만든 디지털 휴먼인지 구분하기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가상과 현실은 이제 기술의 정밀함 속에서 겹쳐지고 있다.
광고 모델, 드라마 주연, 심지어 뉴스 앵커까지 많은 경우 시청자는 자신이 본 인물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디지털 휴먼은 늙지 않고 스캔들과 피로도 없다. 기업은 이들을 고용해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팬들은 인간 스타와 같은 방식으로 열광한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실제보다 더 ‘현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디지털 아이돌 그룹이 차트 1위를 차지할 전망이고 미국의 한 방송국은 AI 앵커만으로 구성된 뉴스 채널을 개국한다. 2030년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의 40% 이상에 디지털 휴먼이 관여한다는 보고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가짜와 진짜의 구분을 넘어선다. 디지털 휴먼은 사회적 관계와 정체성의 경계를 흔든다. 친구의 아바타가 실제로는 알고리즘일 수 있고 연애 상대가 인간인지 디지털 휴먼인지 모호해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인간의 신뢰와 감정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2030년 인간과 디지털 휴먼의 경계는 흐려졌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저 사람이 진짜인가?”가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은 진짜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