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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leap Oct 28. 2022

주유구가 좀 멀리 있네요

주유구는 차의 어느 쪽에 있을까요?

그날따라 주유소가 붐볐다. 빈자리로 어서 들어가려는 생각만 했다. 줄을 서서 주유기 쪽을 살펴보는데 엇, 빈칸이 보였다. 왜 저기로 안 가고 다 줄 서 있는 거지? 얼른 차를 빈 주유기 쪽에 댔다. 대고 보니 차 오른편에 위치한 주유기였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아빠 차를 타고 주유소에 가면 아빠는 운전석 창을 내리고 주유금액을 말했다. 당연한 모습이었다. 이 말은 주유구는 항상 운전석 쪽, 그러니까 차의 왼편에 있다는 뜻이었다. 주유소에 있는 여러 개의 주유기는 모두 동일했다. 호스와 건까지 다 똑같았다. 그렇다면 주유기의 왼편에 차를 대고도 주유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단순하게 ‘다 된다’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주유기를 다시 보니 주유호스가 꽤 길어 보였다.

‘그럼 그렇지.’

주유기에 주유량을 입력하고, 주유구를 열고, 주유건을 주유구에 넣으려고 하는데…!!

주유 호스는 절대 반대편의 주유구까지 닿을 만큼 길지 않았다. 호스가 차 천장을 퉁퉁 쳤고 주유건은 아슬아슬하게 주유구에 겨우 들어갔다. 기름은 나오고 있었고 나는 정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조금만 움직였다간 기름을 옆으로 철철 흘릴 것만 같았고 또 기름이 꽐꽐 흘러나오는 굵고 튼튼한 주유 호스가 차체를 너무 세게 치거나 짓누르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다행히 기름 한 방울 안 흘리고 주유를 잘 마쳤고, 차에도 아무 흠집은 안 났다. 얼른 차에 올라타 출발하면서 보니 어느 방향이든 똑같이 생긴 주유기는, 거기 매달린 주유 호스의 길이도 주유건의 크기나 모양도 똑같았다. 너무 당연하게도. 이상했다. 혹시 반대편 주유기에 주유할 때는 차를 반대방향으로 댔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그렇지만 이것도 이상하잖아…). 이때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고서 처음 알았다. 차의 주유구는 왼쪽에도 있을 수 있고 오른쪽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다만 국산차는 대부분 왼쪽에 있어서 나는 여태껏 오른쪽에 주유구가 있는 차를 보지 못했던-봤더라도 지나쳤던 것뿐이었다.

그냥 그런 차도 있다는 걸 몰랐던 것뿐이고, 별일 없이 주유도 잘해서 사실 큰일도 아니지만, 이날 힘들었던 게 따로 있다. 다른 운전자나 주유소 사장님이 저 사람이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며 비웃고 쫓아 나올 것만 같았단 거다. 너무 부끄러웠는데, 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아무도 나를 신경 안 썼을 것 같다. 내가 주유구 반대편 주유기에서 주유를 한다는 것 자체를 눈치채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니 모든 운전자여 자신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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