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여성 직원이 기름을 넣어준 적 있나요?
“안녕하세요~”
차창을 자연스럽게 내리면서 인사를 했다. 머뭇거림 없이 시동도 이미 껐다. 아주 좋았어.
“네 안녕하세요~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갑자기 눈이 떨렸다. 주유 게이지가 밑에서 첫 번째 칸을 막 벗어나고 있다는 건 알았다. 지도에 보이는 첫 번째 주유소로 무사히 진입하는 데 성공했고, 주유기에 아주 적당히 붙여서 차를 세웠고, 정차한 위치도 거의 완벽했다. 머뭇거리지 않고 시동을 즉시 껐으며 주유구도 자연스럽게 열었다. 완벽했다. 거의. 나는 기름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아저씨의 눈을 보며 어렸을 때 아빠가 주유소에 가서 했던 말을 떠올리려 애써봤다. 뭐더라, “예~ @$만원어치요~“ ”#%만원어치요~“ 가끔씩은 ”가득이요~”하는 날도 있었는데… 삼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이었나? 정말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 도대체 몇 만 원을 넣었는지 그 부분만 생각이 안 났다.
“네? 얼마 넣어드려요?”
아저씨가 다시 물었다. 주유소에서 ‘얼마나 넣으시나요?’라는 문제를 푸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채 일 분도 되지 않는다. 내가 결국 한 말은 이거였다.
”어… 어…. 오… 오 리터요?! “
“네?!”
아저씨는 나보다 더 당황한 표정이 되었는데, 그러자 나는 아저씨의 당황함에 다시 당황하고 아저씨는 또 나를 보며 더 당황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오.. 오 리터? 삼 리터?”
“네?!”
“어….. 십 리터? “
”네??? “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계속 오답을 쏟아내는 게으른 학생이 된 것 같았다. 글러브박스를 열어 차량 매뉴얼 제일 뒷장을 펼치면 <정답과 풀이>가 있을 것만 같았다.
“어……., 그게… 가득가득?? 가득하면 얼마죠?”
“네?????”
“아님 그냥 일 리터만 넣을까요?”
“네??????? “
그때, 뒤쪽에서 다른 아저씨가 목장갑을 끼며 다가오셨다.
“왜? 뭔데 그래?”
“아니, 얼마 넣으실 거냐고 했는데,……”
한껏 당황한 아저씨와 내가 말을 잇지 못하는 와중에 목장갑 아저씨가 말했다.
“이 차가 여기로 왜 왔어~? 손님, 엘피지 차량 맞으세요?”
“네??”
“여기는 가스 채우는 엘피지 충전소예요. 이 차는 일반 휘발유 차량 같은데~? 휘발유 채우시죠?”
“어 네! 맞아요! “
“아…… 혹시 주유 처음 하세요?”
“네 죄송해요! 사실 제가 주유소 처음 왔거든요, 얼마 넣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아 그러시구나, 기름 넣으실 때는 유종에 맞는 데서 넣으셔야 해요. 여기는 가스 엘피지 충전하는 데고요, 앞으로 나가셔서 한 이백메다쯤 가면, 같은 브랜드인데 휘발유 넣는 주유소 있어요~ 거기서 꼭 휘발유인지 확인하시고 주유하세요~ 보통 한 삼만 원어치 넣으면 돼요~ 제가 주유구는 다시 닫아드릴게요~”
그제서야 그 주유소에 커다란 탱크를 단 트럭들만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는 게 보였다. 부끄러울 정신도 없었다. 목장갑 아저씨의 친절로 대형 사고도 피했고 차를 운전하면서 꼭 알아야 할, 아니 모르면 운전을 못 할, 하지만 면허시험에서는 나오지 않는(요즘은 나오는지 어쩌면 내가 단순히 기억을 못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문제의 답도 알았다.
그러나 이 이후에도 주유하는 게 자연스러워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직원이 있는 곳이든 셀프이든 주유소 방문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 이유도 다양했다. 항상 원인은 내 미숙함, 그리고 여자라는 게 원인이었다. 첫 번째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만 두 번째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정 성별만을 위한 주유소는 존재하지 않고(사실 이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주유소 직원이 여자였던 적은 한 번도 기억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