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leap Oct 19. 2022

나의 중고차 판매기-1

왜 헤이딜러는 김혜수, 한소희가 광고할까?

5호선 장한평역 근처를 지나다 보면 중고차 시장이 보인다. 이곳엔 오래전부터 거대한 중고차 시장이 있었다. 지금은 성수동 수제화골목, 경동시장 약재 거리처럼 거리 이름 조형물도 있다.

과거에는 중고차를 팔거나 사려는 사람들 대부분이 장안평 같은 거대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모였다. 그러나 요즘 중고차 매매단지에 직접 가서 중고차를 팔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커다란 차가 여러 층으로 잔뜩 쌓여있는 광경은 좀 무섭기까지 하다. 중고차 시장에는 대포차처럼 문제가 있는 차도 섞여있을지 모른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건가?


그럴 줄 몰랐는데 나는 2년 만에 타던 차를 팔게 됐다. 전시차였지만 신차였는데, 올해 갑자기 운전을 몇 달 동안 안 하게 되고 보니 차를 팔지 싶었다. 신차는 운행을 시작하면 시간이 감에 따라 가격이 뚝뚝 떨어진다. 1년 차랑 2년 차만 해도 가격이 확 달라진다. 아예 연식이 오래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가격이 조금씩 떨어진다고 한다.

내 차는 사고이력도 없고 깨끗하게 관리했다고 자부했고 주행거리도 매우 짧았다. 그리고 차를 정말 팔아버리자 생각한 게 마침 여름철이기도 했다. 왜 마침이라고 했냐면 여름휴가철 즈음에 중고차 수요가 높아져 가격대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차를 팔아야 하는데 십만 원이라도 더 값을 더 받고 싶은 게 사실이었다. 운행도 안 하고 팔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소중하고 아까운 내 차였으니까. 다른 사람은 ‘그래도 2년이나 탄 차잖아. 중고잖아.‘라고 할지 몰라도 나에겐 너무 깨끗하고 좋은 차였다. 조건은 좋은 것 같으니 이제 이 차를 사줄 사람만 구하면 됐다. 그럼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가 봐야 할까..?

사실 중고차 매매단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중고차 거래업체가 모여있다. 오래전 일이긴 했지만 가족도 중고차 시장에 가서 중고차를 산 적이 있다. 요즘은 다른 이유보다 직접 방문하지 않고 앱에 들어가서 차 번호만 입력하는 걸로 거래를 할 수 있으니 중고차 시장을 갈 일이 없는 거다. 입력 시간은 5분도 채 안 되고 빠르면 한두 시간 안에 여러 명의 달러가 입찰을 한다. 직접 발품 파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효율적이다.

물론 앱에서 입찰을 하더라도 최종 거래 가격은 실제로 딜러나 평가사가 방문해서 차량 점검까지 해야 결정된다. 이 부분에서 차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른다고 생각되는 차주는 자신감이 떨어진다. 딜러나 평가사는 직업적으로 차의 흠결을 확인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정해지는 가격 구조를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데 그들이 평가하는 내용을 내가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이 점 때문에 규모가 큰 중고차 거래업체를 더 찾게 된다. 내 차와 비슷한 조건의 차가 최근 어떤 가격에 거래되었는지, 또 현장에서 평가 후 어떤 부분에 얼마의 감가가 이뤄졌는지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팔기 위해 거래량이 많다고 알려진 중고차 거래업체 네 곳에서 견적을 받았다. 네 업체 모두 모바일 앱이 있었다. 네 곳 모두 견적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방식에 차이가 있었는데, 이건 차종과 시기 등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외에 가족이 신차를 구입했던 매장 딜러에게도 연락을 해봤다. 딜러에게 듣기로는 현대차의 경우 직접 중고차를 매입한다고 했으나 업체에서 받은 견적이 이보다 더 높아 진행하지 않았다. ”현대차 중고차 매입“을 검색해보면 출고된 지 3년 이하의 차를 매입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프로세스는 잘 모르겠다.

견적을 진행한 네 곳의 업체 모두 업체에서 어떤 공식적인 견적가를 내주는 것이 아니고, 업체에 등록된 중고차 거래 딜러들이 직접 참여하여 견적을 진행한다. 각 업체를 이용하는-그러니까 그 업체에 등록된 딜러가 다 다를 것이고, 내가 견적을 신청한 시점에 내 차를 보는 딜러가 다 다를 테니 그렇겠지만 최고가와 그다음 가격만 해도 100만 원이 차이 났다.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한 딜러도 있었다. 당연히 최고가를 부른 딜러와 거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모든 견적을 통틀어 최고가를 제시한 딜러와 거래를 했고, 현장 감가는 없었다. 업체에 따라 차의 견적가에 대해서는 물론, 내 차를 사고자 하는 딜러에 대해서도 보여주는 정보가 다르다. 내가 거래한 업체는 헤이딜러였고, 딜러는 케이카 소속이었다. 헤이딜러는 딜러가 최근에 거래한 내역을 좀 더 상세하게 보여준다고 느꼈다. 거래 후기는 다른 업체에서도 제공했지만, 헤이딜러는 그 딜러가 현장 확인 후 어떤 부분에서 감가를 했던 사람인지, 감가를 자주 하는지도 볼 수 있었는데 이게 선택에 매우 도움이 됐다. 이건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지만 견적가를 제시하는 딜러 중 한 명을 선택하면 그 사람과 거래가 성사되든 취소되든 종료되지 않으면 다른 딜러와 또 연락을 할 수 없다. 제시한 가격이 높았다 해도 최근 거래에서 현장 감가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거나 거래 후기가 좋지 않은 딜러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중고차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가격이 아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