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작가님의 책을 읽고....
얼마전 추적60분 다큐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7세 고시라 불리우는 황소(?)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인데요.
뉴스기사를 통해 보았던 기사지만 나랑 상관없다며 제목만 훑고 지나갔던 기억이 나네요.(바로 옆동네 얘긴데 말이죠...)
황소 레테에 응시하기 위해 같은 시각 60여개 지점에 몰려든 학부모와 아이들.
전국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 황소 레테 시험을 본 7세 아이가 무려 만 이천 명이라네요.
분위기가 수능 저리가라 느낌이더라구요.
황소가 뭐기에....
우는 아이와 달래느라 진땀 빼는 엄마,
우는 아이를 우겨넣듯 밀어넣는 엄마,
선생님이 나가라 하니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우르르 몰려 나가는 그야말로 도떼기 시장같은 모습은 당황스럽기만 한 생경한 모습인데요.
(제가 경험해본 저런 풍경은 아이 바둑 심사나 줄넘기 심사 때였는데, 어쩌면 그것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생경했을 풍경일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에는 사교육 없이 아이를 과학고를 보낸 사례를 통해 사교육의 불필요성에 대해 역설합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부부간에 대화를 많이 했다는 이야기도 있구요. 아이의 몰입을 끈기있게 지켜보았다는 사례도 들려줍니다. 중2 학교 시험에 몰입해야 할 아이가 큐브에 빠져서 1년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여행은 배낭여행으로 이곳저곳 많이 다녀왔다는 사례도 있더라구요.
과학고를 보냈다는,
결과(?)가 좋은 것만 보고 사람들은 이 아이가 원래 똑똑한 아이일거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지레 선을 그어버리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에 나오는 작가님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을 거라는 견해에는 동의합니다.
아이가 비교적 순한 기질이었을테고 양육 환경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큰 아이를 키울 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큰 아이는 돌이 될 즈음부터 많이 아팠어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아이와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안정적으로 넘치는 사랑을 주면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거죠.
아토피로 얼굴과 몸에 진물이 질질 흐르는 아이는 놀이터에 가면 괴물이라며 아이들이 피했었구요.
간지러우니 잠도 잘 못자니 예민해지구요. 항상 온몸을 긁어대며 괴로워하는 아이의 간지럼증을 조금이라도 잊게 하는게 양육의 최우선 목표, 아니 유일한 목표었습니다.
아픈 아이는 늘 비몽사몽 예민한 상태로 긁고 있었고,
남편은 스테로이드를 쓰자,
에미인 저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심하니 밖으로 굴리자. ...
라며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었지요.
아이가 겨우 잠들면 남편에게 육아에 참여해달라며 하소연해도 대화는 늘 의견 차이로 겉돌며 싸움으로 끝나곤 했었던 시절입니다.
아이는 부모 눈치 보느라 소심하게 변해갔구요.
남편은 그렇게 자기만의 동굴로 들어가버렸고 아픈 아이의 육아는 오롯이 제 몫이었더랬습니다.
아이가 아프니 어미인 저의 신경은 늘 날카로웠고,
누군가가 건들기만 해도 바로 할퀴어버릴 것만 같이 위태로웠던 시기였으니, 이 분 사례처럼 갈등을 대화로 풀면서 아이를 케어하기는....쉽지 않았다고 변명을 해봅니다..
반대로 작은 아이를 키울 때는 양육 환경이 그나마 나았습니다. .임신한 아내를 대신해 큰 아이를 남편이 조금씩 케어하기 시작했구요.
불꽃처럼 저의 분노가 타오르며 자제력을 잃고 큰 아이를 향해 폭탄을 던지던 시절에는 큰 아이에게 얇디 얇으나마 나름 보호막이 되어주기 시작했구요.
코로나와 함께 거의 최악의 양육환경 속에서 막다른 골목으로 왔다 싶을 즈음, 다행히 남편이 양육과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순하디 순하면서도 엄마 아빠 형아의 눈치를 보느라 작은 아이가 위태로워보이던 그 때,
남편 회사에서 양육 상담을 받고 엄마인 저도,
남편도 180도로 바뀌었지요.
상담이라는 걸 처음 받았는데 그 한 번이 우리 가정을 지켜낸 정말 절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서로 탓을 하기보다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반성하며 조금씩 서로를 배려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지난한 노력 끝에 지금의 비교적 안정적인 가정의 모습이 되었지요.
그런 아픈 시기를 겪으며 지금까지 지켜온 신념은 있어요. 아이는 자연에서 커야 하고,
공부,시험 성적보다 소중한 건 아이의 건강이라는 걸 말이죠.
이 책에 나오는 아이처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사랑으로만 키울 환경이 되지 않았기에 다른 가정보다 출발점이 늦은 편이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도달해야 할 목표치는 모두가 동일하지 않을까요?
가정의 행복, 모두의 건강 말이지요. 몸 건강 마음 건강을 모두 포함한 건강한 가정 말입니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에 더해 풍요로운 가정이 되려면 학원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얻어지는 주입식 지식이 아니라,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실패와 성공, 그리고 긍정적인 교훈에 이르는 경험값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스스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계획해보는 경험.
계획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던 경험.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써보는 경험.
어려움에 이르렀을 때 가족과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보는 경험.
그렇게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통해 얻은 긍정적인 교훈까지.
그렇게 얻어진 교훈이야말로 아이들 삶에 진짜로 쓸모있는 살아있는 지식이 아닐까요?
이제는 부모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결단을 해야 될 시기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