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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Apr 28. 2023

40. 제대로 영글어 가는 것이 없다.

독도의 괭이갈매기는 40일이 지나면 어미는 자식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어미 갈매기는 새끼를 아예 둥지 밖으로 쫓아버린다. 새끼 갈매기의 선택지는 하나다. 스스로 비행하여 삶을 영유하거나 운명을 마무리해야 한다. 어린 갈매기는 3년이 지나야 어미 갈매기와 같은 색으로 변하고, 매년 4월에 같은 장소로 돌아와 번식한다.     


공자는 “인간과 동물은 미미한 차이가 있을 뿐이고, 대부분 인간은 그 차이조차 없다.”라고 했다. 빈곤의 시대에는 배움에 장벽이 높았다.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도시로 내몰렸다. 1980년도 이전 국민학생(지금은 초등학생) 40% 정도가 중학교로 진학했고, 그중 30%만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대학은 10명 중의 1~2명만이 발을 담갔다. 오늘날 누구나 가질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된 TV, 냉장고, 승용차 등이 부의 척도였다. 타관에서 기쁘나 슬프나 고향 생각이었다.     


1년에 두 번(설과 추석)은 지긋지긋하게 고생고생하면서 살았던 고향이 그리워서 양팔 무겁게 선물을 들고 부모와 형제, 이웃과 친구를 찾는다. 와보면 별것도 없는데 시끌벅적한 날이었다. 귀소 본능은 같으나 습관의 차이가 더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코로나19 이후 간소화되어 2023년 설에는 모든 게 달라졌다. 변하지 않는 것은 귀성객을 통해서 듣는 정치 이야기다.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2023년 1월 10일 KBS는 ‘2022년 4분기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MBC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방송사, 뉴스 등 전 부문 1위이고, ‘가장 선호하는 방송사’도 1위라고 발표했다. 신뢰도 수치는 4분기에 거의 모든 계층에서 급상승한다. 2022년 11월 9일 동남아 순방에 오르면서 대통령실이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익 보호’, 대통령은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불허했다고 했는데, 이후 MBC 태도가 변하지 않았는데도 대통령실은 2023년 1월 14일부터 시작된 순방길(UAE와 스위스)에 기자 탑승을 허용했다. 대통령 말씀대로라면 국익을 포기했고 헌법수호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 된다. 대통령실은 “상황 변화는 없지만, 윗선에서 통 크게 결정했다.”라고 떠넘긴다.     


기자는 질문으로 화가는 그림으로 답한다. 의원은 같은 약으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국민은 나무의 곁을 보면 속을 알고, 돌을 보면 무게를 안다. 국민은 권력자의 목소리를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는다. 음력 명절 때부터는 경기가 살아나기를 희망하는 덕담으로 마무리한다. 자기를 용서하는 사람이 남을 용서하는 사람이다. 머리 나쁜 시어머니가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법이다.     


갈릴레이는 “온도의 변화에 따라 물의 부피가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물의 부피에 따라 온도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가느다란 시험관에 물을 넣고 공기를 뺀 다음, 밀봉하여 시험관 표면에 눈금을 새겨놨다.” 체온계는 이렇게 탄생했다. 대통령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다. 그런 대통령이 순방길마다 문제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실이 참모로서 최소한의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설 명절에 지인을 초대하여 떡국, 계란말이, 만두 등을 직접 요리해서 대접했고 반려동물 밥까지 손수 챙겨줬다고 전한다. 논란 없던 임인년이었다면 국민 모두 다감한 모습에 환호했을 것이다. 묵은해를 잘 보내야 새해를 잘 맞는다. 계묘년에는 대통령실이 대통령과 함께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을 통감하는 진중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2023년 2월 1일 새전북신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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