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유학생활은, 그래도 재밌다.

유학 이야기

by Professor Sunny

많은 유학생들이 나처럼 평범한 집안의 출신이 많은데, 이런 평범한 유학생의 유학시절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궁상맞음 (?)이 장착되어있다. 이것은 비단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이방인으로서 타국에 떨어져 공부한다는 출발선에 서있는 순간에 시작되는 것 같다.


뭐, 결국은 돈도 중요하다. 그래도 요새는, 박사과정에서 특히, 교수들이 큰 그랜트를 따와서 본인 학생들의 학비와 소정의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학에 큰돈이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나처럼 아예 밑천이 없는 유학생들은 다달이 나오는 그 작은 월급 안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궁상을 몇 년쯤 떨어야 한다.


워낙 셈과 수에 약하고, 돈에 대한 큰 관심이 없던 나도, 이 생활을 몇 년 해보니, 어느새 작은 돈에 연연해하는 쪼잔이가 되어있었고, 지금도 가끔 작은 돈에 돈돈 하는 내 모습이 보이면 스스로 흠칫 놀라며 얼른 반성하곤 한다. 나는 쪼잔이는 싫다.


그럼에도 박사 과정 시기에는 독특한 재미가 있다.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꽤 되는데, 이 친구들과는 국적을 초월하여 어떤 전우애 (?) 같은 찐한 우정이 생긴다. 같은 과에 소속되어 같이 전공 관련 지식과 영어를 배우고, 그러면서 우리끼리만 통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제일 친하게 지냈던 대만 친구와는,

- 돈을 아끼려고 한 달에 550불 정도쯤 렌트비를 내야야 하는 어두컴컴하고 무너져가는 아파트를 렌트해서 마주 보고 살면서, 연고가 없는 서로의 옆을 지켜주고

-연식이 10년은 훌쩍 넘는 덜덜거리는 자동차를 타고 같이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같이 학사 교양 수업 한 클래스를 맡아 코티칭(co-teaching)도 해봤다.

다른 대학의 교수가 된 이 친구가 짝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모습까지 지켜보며 자매 같은 친구로 남았다.


부재에서 오는 절박함이 도움이 될 때가 있는데, 유학생활은 돈의 부재, 시간의 부재, 주변 사람의 부재, 부재들 투성이다. 이 절박함의 결정체인 유학생활을 돌아보니,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정신을 똑바로 그리고 맑게 유지해 본 시간이 아닌가 싶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재밌는 시간이었다.



Screen Shot 2021-11-03 at 7.51.12 AM.png

무너져가던 그 아파트의 전경 사진을 찾았다.

keyword
이전 11화미국에 첫발을 디딘 날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