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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ssor Sunny Jan 20. 2022

익스트림한 정신 체계

마스크와 추위를 걷기

일전에 이야기 한 생태학적 사고로 보자면, 개개인 고유의 생태학적 바운더리(Boundary)에 아주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그것은 주변의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고, 만져질 수 있는 물체일 수도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상이나 생각의 개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바운더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이 꽤 있는데, 나의 경우를 들어보자면 엄마나 아빠, 언니가 되겠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여자 등등의 요인이 이미 내가 태어나기도전에 나의 1차적 생태 체계를 형성해놓았다. “어, 태어나보니 재벌” “유전자 조합이 잘된 미녀” 하는 식의 대화를 통해 보자면, 어디서, 누구의 자녀로 어떤 외형으로 태어났냐가 운 좋게 그 사람의 1차적 체계를 풍족하게도 만들고, 빈곤하게도 만들 수 있겠다. 


성장을 하는 동안 인지 체계가 발달하면서 그 개인이 ‘억지로’ 혹은 ‘인위적으로’ 생태를 넓혀가기도 하는데, 하기 싫은 공부를 앉아서 하면서 좋은 대학에 간다던지, 원하는 직업군에 속하게 된다던지 하는 후천적인 체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후천적인 변화를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것은 나이와 주제에 상관없이, 자의로든 타의로든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우리 모두의 생태에 ‘마스크를 끼는 시간’ 이 추가되었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부수적으로 따라온 삶의 불편이 몇 가지 있다면- 마스크를 사는데 쓰인 돈이  (특히 코로나 초기) 꽤나 가계에 부담을 주기도 했고, 안경 쓴 사람은 하루 종일 눈에 안개를 달고 다니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시간을 견뎠고,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쓴 사람을 일일이 찾아 눈 부릅뜨고 째려보는 시간도 있었다.  


지구력의 끝에 서있는 나, 그리고 무슨 일을 해도 끝을 봐야 하는 내 안의 두 성질이 만나, 여태껏 ‘비기너’ 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나는 근 1년째 열정적인 초심의 자세로 테니스를 치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슬픈 마음이 드는 건…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실력이 늘지를 않는다.  


하는 일의 양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나는 올해 마음에서 일을 조금 내려놓고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시간을 더 늘리자라는 새해 다짐을 했다. 꾸준하게 하는 테니스와 실내 자전거가 실력도 늘지 않고, 몸의 근육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자, 나는 내 바운더리에 ‘더 많은 양의 운동시간’을 추가했다. 그 첫 액션은 ‘하루에 한 시간 걷기’ 였는데, 시카고의 1월은 그 추위가 매섭다. 그래도 이왕에 마음먹은 거, 빼먹지 말고 하자 해서, 나는 온몸을 돌돌 감싸고, 마스크를 챙겨서 걸음을 떼었다.  


아무도 없는 공원을 한 바퀴 도는데, 저절로 드는 생각은 ‘이 추위는 익스트림이다’.  미국은 (현재 날짜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휑한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마스크를 끼는 시간’에 코로나 3년을 통틀어 처음으로 감동을 받았다. 내가 형성하고 다짐한 바운더리를 잘 지켜내기 위해 나는 그 익스트림 콜드를 마스크와 함께 한 시간 견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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