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애정하는 법

없어지는 가게들을 보며

by 나은

요새 수많은 카페와 브랜드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문을 닫는 가게들 중에는 정말 내로라하는 카페들도 많습니다.

특히 오늘은 제가 정말 애정하는 브랜드의 무기한 휴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롤모델이었거든요..


사실 최근에 나지트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인수 의사를 밝히며 찾아오신 분이 있었거든요.

저는 그분을 모시고 가게 이곳저곳을 돌며
나지트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빼어난 공간인지 한참을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말할수록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예요.

이렇게 구석구석 키운 내 가게를,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예쁘고 소중한 이 공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는 것이.

나지트가 더 이상 나지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그날 따라 단골손님들도 많이 와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목소리를 낮추며 그분을 밖으로 모셨습니다.

괜히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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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손님들과 좋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약속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게들이 오래 남아 있으려면
결국 사람들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크고 편리한 곳이 아니라
조금 더 마음이 담긴 곳을 선택하는 것.


대형 브랜드가 아니라
작은 가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그런 선택들이 모여
한 동네의 풍경을 만들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온도를 결정합니다.


작은 브랜드들은 사실 아주 거창한 꿈을 꾸지 않습니다.

그저 좋은 커피를 내리고

좋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눈을 맞출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래 지켜내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오늘도 나지트를 열었습니다.

이 작은 가게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들기를 바라면서요.


작은 브랜드를 사랑해주는 일은

단순히 가게 하나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를 선택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게들이
우리 동네에, 이 사회에
조금 더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나지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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