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여행 중

뻔한 말일지라도

by 나은

여행 좋아하시나요?


저는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편을 넘어서, 여행을 숨구멍처럼 느끼는 사람입니다.

정기적으로 환기하지 않으면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거든요.

그런데 현실을 살다 보면 여행과는 점점 멀어집니다.
여행은커녕 하루의 휴식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니까요.

하지만 이럴 때 조심해야 합니다.
그냥 묻어두고 하루하루 버티기만 하다 보면… 생각보다 크게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의 제가 딱 그랬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나태주 선생님의 인터뷰였습니다.

선생님은 인생을 바꾸는 것은 네 가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여행, 독서, 질병, 사고.

질병과 사고는 추천할 수 없으니
여행과 독서를 가까이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여행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고요.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가게, 길, 그리고 사람.

늘 같은 출근길이라도
오늘은 다른 골목으로 걸어보고,
평소에 들어가지 않던 가게에 들어가 보고,
어제와는 다른 마음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면

그 하루가 새롭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뻔한 말이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그 말이 유독 제 마음에 깊게 꽂혔을까요.


같은 영화라도 내가 처한 상황과 시간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다가온다고 하잖아요.


그날의 저는
그 당연한 말을 꼭 들어야 하는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처방전이랄까요?


그 생각을 하며 가게에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조금 다르게 보였거든요.


그날 들어온 손님께

평소처럼 저는 그냥 인사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익숙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지?’

수많은 카페 중에서
왜 이 사람은 하필 오늘 이 가게 문을 열었을까.

그리고 나는 왜 하필 이 자리에 서서
이 사람에게 커피를 내리고 있을까.


그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설렜습니다.

마치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 잠깐 눈이 마주친 것처럼요.


그날 이후로 저는 가끔 작은 여행을 합니다.

출근길에 일부러 다른 골목을 굳이 돌아 걷기도 하고,

같은 길이라면 뛰어도 보고 기어(?) 가보기도 하면서요.

평소에 말을 많이 나누지 않던 손님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 보내셨어요?”

그러면 어떤 사람은
그저 “괜찮았어요” 하고 웃고 지나가지만,

어떤 사람은 조금 더 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아, 오늘도 꽤 괜찮은 여행을 했구나.

멀리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 어딘가를 지나가고
누군가를 만나고
작은 세계들을 발견하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여행은

비행기 표가 아니라

마음을 조금만 다르게 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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