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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맘 끌레어 Sep 13. 2022

꿀한국 입성, 런던에서 무슨 일을 겪었기에?

프롤로그

꿀한국에 입성한 엘라맘, 런던에서 무슨 일을 겪었기에 갑자기 암환자?

런던에서 코로나19 문화 온도 차이에 ‘헉’하며 8개월을 ‘꾹’ 참았다. ‘중간에 엘라와 둘이서 한국에 먼저 들어갈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런던살이 초창기에 부부싸움을 하고 가출하듯 집 밖을 뛰쳐나가는데 창문을 보는 신랑의 뒷모습에서 ‘짠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헬영국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나타나는 신랑의 뒷모습. ‘전우애’로 잘 살아왔는데 코로나19 상황에 혼자 남기고 떠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을 고쳐먹고 남은 시간 잘 버티기로. (나 또한 중도포기보다 3년을 채우고 오는 게 마음이 편했다.)

2020년 10월 30일 한국행 비행기 타기 전 들린 런던집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코로나19는 다시 심각해지고 언론에서는 ‘락다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삿짐도 다 보낸 상황에서 락다운이 되면 에어비앤비에서 갇혀야 하는 거야?’ 어떻게든 한국으로 제 날짜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해외이사 하는 날 차도 팔고, 집 근처 에어비앤비에 며칠 머물렀을 때 사진이다. 다시 락다운이 되어 비행기를 못 탈까 조마조마했던.

헬영국을 탈출하듯이 겨우 탄 비행기, 마스크를 2개나 쓴 대한항공 승무원이 우리를 맞아준다.

당시 런던 상황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의무로 써야 하는 곳도 제한적이었고, 실외에서 쓴 사람 찾기는 숨은 그림 찾기 정도. 마스크를 쓰지 않더라도 ‘거리두기’만 제대로 지켜주면 좋을 텐데... 훅 들어오면서 비말을 선물?로 받다 철저한 방역 공간에 오니 마음의 안정감이 느껴졌다.



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신랑은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군인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니. K-방역 훌륭하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온 신랑에게 ‘한국이 훌륭하다.’라는 말을 내가 들어본 적이 있던가? 한국에 살면서도 미국을 그리워하는 신랑은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미국에 대한 회귀본능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한국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랬던 신랑이 달라졌다.

“한국이 이렇게 훌륭한 나라인지 몰랐어. 영국살이가 나를 바꿔놓았지. 앞으로 감사하면서 살래”

2020년 10월 31일 인천공항 도착

비슷한 시기에 뉴욕으로 주재원 나간 시우씨가 있다. 나가기 전, 서울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라 불리는 곳에 전세를 살다 뉴욕으로 나갔고, 미국에서 샀던 큰 차를 한국에 다시 가지고 왔다. (큰 짐들을 다시 사고파는 것 돈, 시간, 에너지 낭비다. 영국도 오른쪽 핸들이 아니었더라면 가지고 왔을 만큼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집값이 ‘천정부지’로 띄는 바람에 큰 차를 주차하려면 신축 아니면 시댁뿐, 결국 시댁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미국에서 큰 집, 넓은 도로에 큰 차를 몰고 다니며 편하게 주차하다 한국 들어오면 마음이 심란할 거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잘 안된다고. (가난하다 부자로 살면 괜찮지만 부자로 살다 가난해지면 마음공부가 필요한 것처럼) 내가 예전에 미국 살다 한국 들어왔을 때 그랬거든. 근데 지금은 런던에서 좁은 집, 좁은 도로에 작은 차를 몰고 다니다 한국 들어오니 뭐든지 적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네. 맛없는 음식에 형편없는 서비스를 맛보다 한국에 들어오니 천국과 다름없고. 그런 면에서 런던살이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어. 고마운 런던.”


자가 격리 2주, 2달 후에 도착하는 해외 짐 풀기, 엘라의 초등 1학년 한국어 적응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런던살이와 여행 덕분에 추억 부자가 된 우리는 전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었다. (여행 초창기에는 ‘다른 자아 셋’이라 싸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모난 돌이 둥글어지듯 서로에게 최고의 여행 메이트가 되어갔고, 이것은 삶으로 이어졌다.) 한국에 대한 감사함이 늘어난 신랑과 코로나19에 안전하게 학교만 가도 기쁘다는 딸과 함께 행복한 정착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갑자기 선고받은 나의 암 소식. ‘암환자라고요?’ 분명 2019년 4월, 한국에 잠깐 들어와 정기검진 했을 때는 괜찮았는데. 따져보니 2019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대략 2년 사이에 암이 생겼다. 영국에서는 코로나 19가 2020년 2월 말부터 심각해졌고. 이것을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즐겁게 다닌 여행,

코로나19 이후 락다운 및 런던살이,

그리고 2020년 11월부터 한국살이


그중에 제일 힘들었던 시간은 두 번째 기간.


헬조선이 아닌 꿀한국으로 입성했는데,

갑자기 생뚱맞게 ‘암환자?’

나는 런던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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