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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맘 끌레어 Sep 28. 2022

꾹 참으며 '최선'을 다한 게 '최악'이었을 수도

런던 정착기에 길거리에서 여러 번의 구토, 개인병원에서 치과치료 경험 등 타국에서 아팠던 경험은 코로나19 상황이 되자 과도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가족 중 한 명만 아프면 도와줄 수 있는데,
전염병이다 보니
누군가 아프면 셋 다 아플 텐데...
그럼 누가 우리를 도와주지?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으려면 런던에서 70-80km 이상을 혼자 운전해 가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영국 병원은 아프더라도 죽지 않을 정도로만 살려 놓을 텐데... 불안감이 커질 때마다 한국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엘라와 둘이서 먼저 들어갈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신랑의 뒷모습. 생각을 고쳐먹고 남은 시간 잘 버티기로 다짐한다. 결론은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


K-방역 뉴스와 영국 뉴스를 비교했고, 락다운 규정을 발표해야 하는 ‘보리스 존슨’마저 코로나19에 걸리니 지도자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 불신의 씨앗은 내 마음속에 나비효과처럼 큰 파동을 일으켜 학교가 오픈했을 때 엘라를 학교에 보낼 수가 없었다.


영국 '하루' 확진자가 한국 ‘누적’ 확진자 수랑
비슷할 만큼 위험한 상황인데,
마스크를 쓰지 말고 학교에 보내라고?”


당시 영국 뉴스에 아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도 심각한 상태가 될 위험이 적고,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사회화와 교육 등에서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따라붙어 다녔다.

학교 전체는 마스크를 안 쓰지만, 우리 아이만 마스크를 써서 보냈다가 괜히 상급생들한테 ‘아시안’이라며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보니 마스크를 써서 보낼 용기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보낼 수도 없고... 처음 몇 달은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졌다. 하지만 9월부터는 대면 수업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주재원 임기는 9, 10월까지 2달 남았는데 굳이 2달을 학교에 가야 하나 싶었다. 보냈다가 바이러스에 전염되면 한국에 못 들어갈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니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문제는 나와 신랑의 의견이 달랐다. 신랑이 코로나19를 받아들이는 온도는 영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사이 정도. 조심은 하지만 설령 걸리더라도 건강하기에 괜찮지 않을까. 그러니 ‘엘라가 학교에 가도 괜찮다’는 주의. 내 입장은 ‘사람마다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니 엘라도, 우리도 너무 위험한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학교에 보내지 말자’는 주의.


영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처벌을 받습니다. 부모에게는 자녀가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원칙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는데도 자녀를 보내지 않는 부모들은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요.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구성원이 있는 가족들은 이런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 교육부는 법에 따라 학교 재학 등록을 취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정규 수업은 빠지지 않고 출석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그러니까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면 벌금을 내거나, 학교를 그만둬야 합니다. 그런데 벌금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많게는 2500파운드까지 내야 합니다. 결국 벌금을 낼 여력이 없는 가정에서는 학교를 그만두는 선택밖에 할 수 없는 겁니다.

출처: 이상미 기자. “코로나 걸릴까 봐 '자퇴'한 사연..英 "학교 안 보내면 벌금" 논란” EBS(한국교육방송공사). 2020년 10월 13일 https://news.v.daum.net/v/20201013142049684


나와 신랑의 다른 온도차는 엘라의 교육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친구들에 비해 ‘교육 혹은 영어가 뒤쳐진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레고, 콜라쥬, 마카롱, 머핀 만들기를 포함해 영어 그림책 읽기 유튜브까지.


그밖에 책읽기와 연계된 홈스쿨링의 기록들

한국에서 걸려오는 어머님의 전화

“어머님, 지금 영국 하루 확진자 수는 한국 누적 확진자 수와 비슷해요. 영국은 코로나19가 정말 심각한 것 있죠.”

“그러냐..(중략) 엘라야, 소피아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엘라만 학교에 안 가고 집에 있으면 어떡해?”


코로나가 심각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한담. ‘엘라가 고학년도 아니고, 한국 나이로 겨우 7살인데, 코로나보다 공부가 중요한 나이는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다음에 또 같은 말씀을 하는 것을 알기에 말을 아낀다.


따지고 보면 엘라 학년에서 학교를 안 보낸 사람은 우리가 유일했다. 나만 다른 행성에서 온 것 같은, 그래서 코로나19에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엄마’가 된 기분이었다. 서로 다른 온도 차이에 갈등만 생기느니 침묵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달을 꾹!!!!!! 참았다. 그러나 ‘암에 걸릴 만큼 힘들었어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살면서 이런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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