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페루 우리집을 소개합니다!

공사장? 아니죠~ 집이라니까요? 집 맞을걸요?

by 다정한 똘언니

지금부터 여러분은 공사장, 아니 진짜 우리 가족들이 함께 무려 4일이나 살았던 짓다 만 집을 구경하실 수 있는 기회를 얻으셨다. 믿기 어렵겠지만 믿으셔야 한다. 이런 집구석(?) 사진은 앞으로도 보실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좋은 경험을 하실 수 있는 기회이니, 잘 보시길 바란다.


지난번 그렇게 수익금에 대한 망발을 내놓고 처음 제시를 했던 본인 와이프의 이모부가 가지고 있다는 집을 소개받았다. 현재 그 집은 엄마와 아기가 살고 있다고 했는데 방을 하나만 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 전체를 해야하는 가족의 특성상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우리 세 가족과 계약을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기존 세입자에게 어째 좀 미안한 감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됐다.


우리가 페루에 있을때는 2017년도, 큰애와 우리 부부만 있었어서 세 가족만 있었던 지라 사실 작은집이어도 괜찮았는데 평수가 25평이라고 했다. 그런데 월세가 한 달에 7만원돈 밖에 안해서 우리 입장에선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험을 했던 것. 다소 깡촌 느낌의 우앙까요에서 그 정도 평수의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서 감사한 마음으로 집을 방문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눈을 의심하게 할, 기상천외하고 과거 현실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이런 집은 두번다시는 볼 수 없는 과거 우리집을 소개한다.


3

2

1

창문이 없던 우리집 거실. 바닥엔 온통 흙밖에 없었다. 거실에서 걸어다니면 흙먼지 폴폴~

우리집 거실이다. 창문이 없어서 흙바람이 불어댔다. 바닥은 시멘트 자국이 아니라 없는 창문에서 날려 들어온 흙이 쌓여 만들어진 순도 100% 흙이다. 저 끝자락에 쌓여 있는 것들은 쓰레기가 아니라 거실을 꾸며놓은 액자와 소품들이다. 집주인 이모부는 저 자리에 쇼파를 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추천까지 해주셨다. 감동받았다. (참고로 지금부터는 모든것을 반어법으로 칭하겠다.) 창문이 달려있지 않지만 통풍이 잘되서 거실에서 무슨짓을 해도 환기 하나는 잘 될 것 같았다.

흙과 싱크대와 가스렌지.

믿기 어렵겠지만 거실 옆에 있는 주방이다. 오른편에 있는 하얀색 고철로 추정되는 사각형의 제품은 은 아래가 오븐, 위가 가스렌지로 쓸 수 있는 2 in 1이다. 하수 시설은 만들다 말아서 물을 트는 순간 주방의 방바닥(?)으로 물이 쏟아진다. 왼편에 있는 벽돌로 추정되는 곳 위에 얹혀있는 사각형의 시멘트 덩어리는 여러분들이 예상하는 그 것. 바로 싱크대 맞다. 저 곳에서 설거지를 하고 나면 이제 바닥에 그릇을 둬야하는 불상사가(?) 발생되는데 그러면 이제 흙이 묻는다. 무한 설거지 굴레에 빠지기 딱 좋은 그런 곳이었다. 여튼 우리집은 주방도 창문이 없었다. 싱크대 바로 옆에는 올라오는 계단이 있어서 현관문과 같이 있다. 구조가 독특했다.

천장에 스티로폼이 있어서 당연히 기본적인 단열, 방수는 될거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화장실은 1개 방은 총3개, 거실과 주방 이렇게 있었고 말은 25평 정도였지만 더 넓은 느낌이었다. 이런 집을 월 7만원밖에 안 받다니.. 정말 우리는 행운인건가? 하는 생각을 해볼법 했다. 지금 보고 계시는 사진은 우리집 천장인데, 아무래도 마감은 조금 천천히 할 생각이었나보다. 시멘트 골격에 (철근은 없음) 방수와 단열 등을 위해 스티로폼을 잘 끼워놨다. 우앙까요는 지리적 특성상 고산지대에 자리하고 있어서 종종 비가 오는데 옥상에 고여있는 물들이 방수가 안 되는지 틈새틈새로 물이 줄줄 계속 흐르는 걸 알 수 있었다. 비가 오면 거실과 주방에서 샤워가 가능할 정도였다.

저 검은 줄은 빨래줄로 사용하면 되던데.. 세탁기가 없어서 세탁을 못 했다. 빨래는 세탁소로...

오른편 맨 끝은 우리가 안방으로 쓰려고 정해놓은 방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어린 시절 모습인 우리 큰애가 매트리스 위에 앉아 있는걸 볼 수 있다. 그 바로 옆도 방인데 그 곳에 내 밥솥과 주방을 실내에 만들어놨다. 작은 부르스타와 쿠쿠 밥솥, 수저세트와 먹고 살아야 하니 한국에서 가져온 식재료들을 주방으로 만든 방에 넣어놨다. 그 곳에서 이사 첫 날 고기 불판을 잠시 빌려서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패딩을 입고 따뜻하게 한 다음 날아가는 쌀을 쿠쿠로 밥을 지었고 삼겹살을 사서 우리 식으로 손질을 해서 빌린 고기불판에 구워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찬물마저 전기 찜질을 받으며 써야했던 열악한 수도연결 없는 욕실.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

화장실 겸 욕실. 세면대에서는 물이 나온다. 다행이었다. 세수정도는 가능한 정도. 하지만 변기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물을 채워놓기만 하면 물을 내리는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변기 물을 내리면 자동으로 다시 채워져야 하는데 수도를 연결하지 않아서 변기에는 그냥 용변들이 계속 쌓이기만 했던 것. 기존에 있던 세입자붙은 아이를 혼자 낳고 키우시는 미혼모였고 별다른 직업이 없던 분이라 저런 작은 단칸방에서 어딘가에서 구해온 버려진 매트리스 하나를 깔고 아기와 함께 지냈었다. 비를 맞지 않고 밖이 아닌 실내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한다며 이 집에 만족했던 미혼모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샤워기의 경우, 이건 페루의 특성이자 문화 중 하나인데, 욕실에 있는 샤워기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순간온수기가 달려 있는 일반 샤워기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전기샤워기라는 것이 있다. 전기 샤워기는 물은 찬물만 나오지만 내가 온수 레버를 작동 했을 때 전기 샤워기 헤드 자체에서 전기를 통해 순간 온수를 만들어내는게 전기샤워기의 원리인다. 가격이 정말 저렴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기 샤워기를 이용하는데, 이게 단점이 있다.


물을 틀었을 때 첫 물에 전기가 흘러나오면 물을 끌때까지 전기가 물과 함께 흐른다는 것. 그러면 난 씻는 내내 전기물을 맞으며 샤워를 해야 한다. 그게 너무 따갑고 몸에 무리가 간다 싶어 물을 끄기 위해 손잡이를 잡으면 전기가 온다. 그 말인즉, 씻다가 감전이 되서 욕실에서 몇 차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정상이 아닌 삶인데 그 나라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평균적인거라 받아들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렇게 월 7만원의 폐 공사장 같은 우리의 페루 첫 집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있었다.

keyword
화, 토 연재
이전 03화남미에 살다보니 국적을 버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