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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살다보니 국적을 버렸니?

그 사람은 한국인, 하지만 뼛속까지 페루사람 같은 행동을 한다?

by 다정한 똘언니

그렇게 일요시장까지 착착 잘 진행이 되고 있던 어느날, 같이 모여 식사를 하던 도중, 그 한인은 이런 말을 의미심장하게 우리에게 던졌다.


-아.. 그런데.. 두 분 아직 아이도 어리고 그런데 집이라도 숙소 아닌 다른데로 정해야 하지 않아요? 언제까지 숙소에서 계속 있을거에요~ 제가 와이프 이모부가 빈 집 있다고 해서 추천했으니까 그 집으로 가는건 어때요?


듣던중 정말 반가운 소리였다. 페루에 도착을 한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제대로 된 집을 구하는것도 좀 어려웠기 때문에 고민을 제법 하던 찰나, 일요시장 이야기와 함께 집을 구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해주니,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월세도 엄청 저렴한데 집이 너무 넓은 평수였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한국돈 기준, 월세 7만원 정도에 25평이 넘었었다.


-아 그리고 일요시장이요, 제가 생각해보니까 저희 와이프 명의로 신청하고 두 분은 돈을 내긴 하시겠지만 그래도 저희가 손해를 좀 더 보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장사를 안 할테니 두 분이 장사를 하시고 수익금을 좀 나눠주세요.


마치 명의를 빌려줬으니 명의에 대한 사용료를 내라는 듯 한 그 말투..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찌 됐던 우리는 그 머나먼 나라까지 향했고 이미 도착을 했으니 돈을 안 벌고는 살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이사던 일요시장이던 반드시 해야하는 그런 상황인건 맞았다. 하지만 덥석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는 없었기에 생각을 좀 해보고 답을 드리겠다는 답을 남기고 식사를 마무리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무언가를 당할 것 같으니 뭐에 씌였거나 또는 경험을 정말 강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게, 그 사람이 했던 말들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말도 안되는 집부터 일요시장, 학원 강사자리, 비자 문제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된게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거절이란걸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게 뭔가에 씌였던건지 경험을 위한 과정이었는지..


만두 찜기도 내 돈으로 제작하고, 비행기표도 내 돈이었고, 숙소도 집도 일요시장을 위한 푸드트럭 제작도 모두 다 내 돈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거절을 하지 않았던걸까? 남미는 어느 지역이던 정말 희망이 보이고 견디고 버티기만 한다면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그런 나라인건 맞다. 하지만 그 안에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진짜 많은게 변할 수 있는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학원 강사자리를 통해 비자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그 사람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고 대사관 분관조차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해당 업무를 위해서는 예약을 하고 수도 리마에 있는 이민청까지 가야만 했다. 또한, 학원을 운영하던 원장님은 한국어 교실이 있긴 하지만 굳이 비자까지 내주며 채용을 해야할 정도의 수요는 없다고 했고 코이카 단원분들이 일년에 몇 차례씩 들어오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무상으로 부탁을 해도 되기 때문에 비자를 내주거나 학원에서 근무를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렇다면 미스터 강 씨랑은 이야기가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봤더니 답은 아주 간결했다.


-그 사람이 그냥 자기 꿈을 이야기 한 것 같네요.


꿈? 무슨꿈? 그랬다. 그 사람은 코이카 단원으로 운좋게 남미 페루 우앙까요 라는 지역을 오게 됐고 그때부터 단원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곳에서 여성분을 만나 커플비자를 받고 살고 있는 중이었다. 기존에 코이카 단원이었을 때 그 분이 맡았던 업무는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어와 문화교육이었다. 하지만 해당 학원에서는 미스터 강씨의 어눌한 한국말과 발음, 성의없는 태도들을 안 좋게 봐왔고 그래서 실제로 수업을 만들어줘야 했지만 각종 핑계를 대며 미스터강에게는 수업의 자리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알게 되었다.


뒤늦게 알게 된 우리는 그 사람에게 드디어 "거절" 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장이 그 처음이었는데 그 사람이 제안을 했던 "우리한테 명의 빌려준 값을 니들 장사로 갚아라" 라는 말을 거절했다는 것. 사실 불공정계약이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었으니까.. 따박 따박 반박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화를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정중하게 이야기를 했다.


-지난번 제안해주셨던 일요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못 들은걸로 하거나 또는 조금은 내용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미스터강을 잘 알지 못합니다. 물론 저희를 여기로 와서 자리를 잡게 해주시기 위해서 백방 노력을 해주시는거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같이 일을 하기로 해놓고 돈도 일도 모든걸 저희만 하고 저희만의 노력을 명의 하나 때문에 비용을 받아간다는건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문제가 좀 있어보여서요. 명의를 빌려주신건 감사합니다. 그래서 명의에 대한 사례는 저희가 따로 하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그리고 일은 같이 해요. 우리 코너 두 개 만들어서 사장님네랑 저희랑 같이 반씩 시너지 좋게 일 하기로 한거였으니까.. 저희도 일 해서 벌고 사장님네도 일 해서 벌고 그렇게 해서 같이 일을 하고 저희가 명의비용을 따로 챙겨드리는 걸로 할게요. 그게 사장님네도 저희도 서로 윈윈하는 길인 것 같고 그렇게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만났잖아요. 어떠세요?


미스터강은 싫다고 단박에 거절을 했다. 1분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생색을 내면서 명의를 빌려줬다는 이유로 우리가 앞으로 벌 기대소득의 절반 이상을 받아가려고 했던 것. 한국돈으로 100만원을 벌면 50만원을 받아가려고 했고 500만원을 벌면 250만원을 받아가려고 했다고 본인 입으로 스스로 이야기를 했다.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는.. 그렇게 또 다른 망발을 던지고 있었다.

페루를 갈 때 직항이 없어서 멕시코시티에서 환승을 하곤 한다. 도스 에끼스 라는 맥주. 시원하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피자와는 사뭇 다르다. 더 짜고 재료는 덜 있고 진짜 그냥 만들다 만?
페루 우앙까요에 도착을 하자마자 찍었던 사진. 옛날 한국차들도 많다. 자동문이 써져있는 버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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