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정말 오랜만에 주말아침 외출을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빵을 파는 공원 근처 카페가
있는데 오늘 모닝커피는 거기서 먹기로 했다.
나는 빵은 안 먹을 거라, 미리 바나나와 구운 계란을
하나씩 먹고 약을 먹고 무릎보호대도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물론, 가서 앉아만 있다가 오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나들이에 기분이 꽤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정육점에 들러 남편에게 닭을
한 마리 사 오라 주문했다.
닭 껍질도 벗겨서 사 오라고 했는데 미션 클리어!
점심은 오랜만에 닭죽이다.
압력솥에 푹 삶은 닭 살을 발라내 밥과 밤과 함께
끓여 완성했다. 다들 잘 먹었는데 특히 둘째가
“닭죽이야? 닭죽 맛있어.”를 연발하며 먹었다.
닭죽을 먹고 둘째의 낮잠시간,
드디어 고요의 시간이 왔다.
감기기운 있던 남편도 둘째와 함께 자고,
나도 10분쯤 자고, 첫째만 안 자고 놀았다.
각자 재충전을 하고 맞은 저녁시간. 아이가 말했다.
“마르게리따 피자 먹고 싶다.”
안 그래도 얼마 전, 마르게리따 피자가 어떻게
나온 이름인지 아느냐며 퀴즈를 내더니,
계속 그 생각이 났나 보다.
가서 먹을까? 시켜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가서 먹기로 했다.
출입구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벌써부터 고소한 화덕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얼마 만에 다 함께 하는 외식인가 싶었다.
마르게리따피자, 깔조네샐러드, 로제파스타를
시켰는데 이태리 음식은 원래 이리 탄수화물
위주인가 싶었다.
샐러드를 주로 먹으며 파스타도 두어 번 먹고,
피자는 제일 작은 걸로 한 조각만 먹었다.
하나같이 다 신선하고 맛있어서
나와 먹길 잘했구나 싶었다.
주문한 순간부터 음식 다 먹기까지 30분!
이 정도면 흡입 수준이 아닌다 싶지만,
그래도 맛있었으니,
우리 가족 오랜만에 즐거웠으니 충분히 행복했다.
미국식 배달 피자와 다른 담백, 신선, 쫄깃한 매력에
다음에 여기 또 오자 하며 일어났다.
저녁을 잘 안 먹다가 오랜만에 꽤 먹은 것 같은데
속이 불편한 느낌이 없어 더 만족스러웠다.
첫째 아이는 이제 좀 커서, 나가서 사진 찍어준다
하면 스윽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웬일인지,
내가 찍는 사진 앵글 속으로 스스로 들어와
찍어달라 했다. 많이 좋았구나.
오전에 카페 외출과 더불어 저녁 외식까지.
매일같이 집에만 있다가 바깥공기를 쐬니
확실히 기분전환이 된다.
특별히 나빠지지 않는다면,
내일도 가벼운 외출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