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오늘아침 일어나니
오른쪽 무릎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왼쪽 무릎이 불안 불안하기에
여전히 양 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지팡이도 짚고
살금살금 걸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아침은 나도 아이들과 같이 블루베리요거트에
바나나, 그래놀라를 넣어 먹었다.
두 아이를 차례로 데려다주고 집에 왔다.
불안 불안하지만, 천천히지만, 너무 오랜만에
두 다리로 온전히 걷는 게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내가 돌 전에, 10개월무렵부터 걸었다고
했으니, 37-8년간 의식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여기던 일이 이렇게 중요하고 대단한 일인지
이번에야 알았다.
그래도 웬만하면 쉬어주자 싶었다.
계속 앉거나 누워있으려니 허리부터 엉덩이로
이어져 내려오는 신경이 눌려 그런지 다리가
저린 때가 잦았는데 조금 서서 걸으니 그런 증상이
싹 사라졌다.
밀린 빨래를 개어두고,
점심으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시켰다.
아이들이 이틀 전부터 쿠키가 먹고 싶다 했는데,
내가 따로 나가 사 올 수도 없고,
인터넷 주문을 하려니 수량이 너무 많아
샌드위치 배달 시키며 함께 시켜두기로 했다.
샌드위치는 소금, 후추, 올리브유만 뿌리는데
다음부터는 소금도 빼도 될 것 같다.
음료콤보에서 제로콜라를 함께 주문했다.
콜라 한 캔의 양이 이렇게 많았나 싶게 자극적이다.
탄산수나 먹을걸…
점심을 먹고 마당으로 나가 잠시 광합성의 시간을
가졌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읽을 책을 들고나가
마당에 캠핑의자에 앉아 있었다.
비타민D가 관절에도 면역질환에도 좋다고 하니
30분쯤 팔과 목덜미와 두피로 햇빛 좀 받아보기로
했다.
책을 보다가 하늘을 보니 참 맑고 높고 예뻤다.
평화로운 여유. 감사했다.
아이들을 데려오고, 저녁밥으로 고등어를 구워주며 나도 고등어 한 젓갈, 동그랑땡 4개를 저녁으로
먹었다.
근데 영… 양이 안 차 바나나도 하나 더 먹고 서둘러
이를 닦았다.
오늘 저녁은 여기까지.
체중은 다시 조금 줄었다.
소폭의 등락이 있긴 하지만, 일기를 처음 쓸 때와
비교해 보면 -4kg 정도에서 정리되는 중인가 보다.
지금은 스테로이드를 계속 먹는 중이기 때문에
특히나 먹는 양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신경 써서 무너진 것들을
다잡아가는 중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도 다들 어디 한 두 곳
아파 병원신세 중이다.
나라에서 올 6월부터 나이를 할인해 주긴 했지만,
원래 나이로 보면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마흔을
맞이하고 삼십 대를 보내는 중인 셈이다.
더 오래 쓰기 위해 고장 난 부품들(?) 고쳐 쓰는
중이구나 생각해야겠다.
그와 별개로,
몸 상태가 약간 호전되자 맘 속에 눌려있던 의욕이
흘러넘치려 한다.
어린이집 참여수업 못 간다고 했는데 갈까?
전화상담 신청한거 대면으로 바꿀까?
봐야 할 책이 있는데 내가 가서 빌려올까?
예약해둔 캠핑장, 취소하지 말고 그냥 다녀올까?
북클럽 모임 못간다 했는데 조심조심 다녀올까?
냉장고 청소도 해야하는데…
……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워워… 진정해…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 까지는,
이번에는 정말 내 몸에 집중하고
앞으로는 막 쓰지도 말고 아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