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손이 가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by Solar 수지

내 주변에 놓인 것들을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본 적 있는가?

혹은 누군가 '너는 이런 물건들을 좋아하는구나.'라던가,

'너만의 취향이 있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책상 위에 놓인 펜, 옷장 속의 셔츠, 옷장 한편에 있는 가방.
그 모든 것은 무심히 고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나다운 이유를 품고 있다.
그 이유 속에는 나의 하루와 성격, 그리고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나는 깔끔한 것에 자주 손이 간다.
옷이라면 구김이 덜하고, 하루 종일 입어도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다림질을 해야만 완성되는 옷보다는, 옷걸이에서 꺼내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이 좋다.
옷감이 피부를 긁지 않고, 하루 종일 흐트러짐 없이 나를 지탱해 주는 옷.
그런 옷은 입는 순간부터 하루를 가볍게 만든다.


펜이라면 촉이 매끄럽게 움직이고, 잉크가 종이에 번지지 않아야 한다.
작은 잉크 똥이 종이에 묻는 순간, 기록의 흐름이 끊기는 것이 싫다.
내 생각이 막힘없이 이어지려면, 펜은 그저 조용히 따라와 주어야 한다.


가방은 물건이 적당히 들어가면서도 모양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고,
자잘한 스크래치에 무너지지 않는 소재면 더할 나위 없다.
그 안에는 지갑과 노트, 책 한 권, 그리고 작은 화장품 파우치 정도면 충분하다.
짐이 가벼우면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이 모든 조건은 편안함을 향한 욕심 같지만, 사실은 안정감의 다른 이름이다.
삶의 매 순간을 새로 꾸미고 다듬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래서 나는 오래 두고 쓸 수 있는 것, 매일의 나를 덜 흔드는 것들을 고른다.

결국 ‘자주 가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이름의 선택 기록이다.

그 기록은 나를 닮아 있고, 또 나를 만든다.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질감을 완성해 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취향을 따라, 손이 가는 것들을 곁에 둔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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