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욕 이야기
애플병이 있다고 하던데.
애플병은 Apple 전자기기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 기기를 살 때까지 온갖 글과 영상을 찾아보며 일명 '애플앓이'를 하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남편아, 나는 애플병 말고 뉴욕병이 생겼거든?
여행이 취소되고 뉴욕병(뉴욕에 못 가서 뉴욕 앓이 하는 병으로 내가 부르는 말)으로 시름시름 앓았다.
약속 취소 이후 일본 친구 리사와 다시 만났다.
소소하게 작은 맥주집에서 만나서 뜨끈한 감자튀김과 맥주 한 잔 하며 내 속마음을 털어놨다.
"뉴욕 여행 취소한 거 정말 미안해. 그리고 많이 후회하고 있어.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데.."
돌아온 친구의 말.
"그렇지. 뉴욕에 갔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나 이제 너랑 같이 뉴욕 못 가. 그 취소표로 플로리다 예약했거든."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굳어진 표정의 친구였다. 당연히 이해한다. 나라도 화가 날 거야.
정말 친절하던 친구의 얼굴이 이토록 딱딱하던 적이 있던가.
아주 짧은 찰나의 적막이 흐르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금세 화제를 돌렸다.
친구와의 만남은 여전히 즐거웠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우울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기분이 안 좋다고 말했다.
내가 기분이 안 좋다고 하면 언제나 걱정스럽게 '왜'라고 물어주는 남편.
"리사가 나와 함께 뉴욕에 갈 수 없데. 그런데 나 뉴욕에 못 가고 한국에 돌아가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
남편은 한참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주일에 교회를 갔는데 목사님과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
목사님은 언제 한국에 돌아가는지 준비는 잘되어가고 있는지 남은 시간 동안 여행 계획이 있는지 물으셨다.
"여행을 가면 좋지만 좀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남편이 이야기하자,
목사님께서는 "아니야~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내년에 일 다시 시작하고, 또 나중에 아이 생기면 이런 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돈은 없지만 시간이 있잖아? 나중에는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 돈을 흥청망청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이 시간에 할 수 있는 경험을 쌓으라는 거지. 돈을 가치 있게 쓰라는 거야. 어떻게 돈을 좀 빌려줘?" 라고 하셨다.
목사님께서 돈을 빌려주신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리는 빵 터졌다.
목사님께 돈을 빌리지는 않았지만, 목사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울림을 주었다.
결국 다시 뉴욕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당시에 사실 재정적으로 여유도 없었고, 상황적으로도 맞지는 않았다.
근데 그것만은 확실히 알았다.
지금이 뉴욕 여행을 가기 위한 최적기라는 걸.
다시는 이런 시간이 잘 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여러 번의 설득 끝에 남편이 넘어왔다. 야호.
물론 지금 우리가 갈 형편은 안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근데 시간은 다시 살 수도 벌 수도 없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