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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돌 Oct 21. 2021

최애가 없는 삶이란

소설 <최애, 타오르다>를 읽고



  20대 후반인 나의 학창 시절은 되돌아보면 아이돌 그룹의 황금기였다. 지금도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내 어릴 적 활동했던 그룹들이 그 시작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때는 '쟤도 예쁘고 쟤도 멋지고 이 노래도 좋고 저 노래도 좋다'가 친구들 사이의 화젯거리였다. 입시에 허덕일 것만 같았던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 학부모님들은 어떻게든 우리의 관심을 되돌려 놓으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하면 혀를 끌끌 차며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 핫한 엠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보면 몇몇은 어릴 때 보아처럼 되고 싶어 댄서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모든 것에 심드렁한 요즘 춤이라곤 아침에 샤워할 때나 흥얼거리며 추던 나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다. 내 동생은 어릴 때 댄스스포츠 유망주였다. 동생은 그런 나에게 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댄서들을 좋아하게 되는 게 그저 신기하다고 한다. 한 아이의 엄마에서 유명한 댄서가 된 훅의 리더 아이키는 동생의 최애가 되었다. 우리는 언젠가 최애를 만날 수 있다. 아직 만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나에겐 최애가 없던 적이 없었다. 어릴 때는 일본의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서 일본어를 공부했다. 일본어를 드라마 보면서 깔짝깔짝 하던 게 호주 유학을 가면서 일본 친구들을 사귀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작은 대화로 시작해서 결국 진심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남편 다음으로 절친은 일본인이다. 그 후엔 아이유의 음악을 접하게 되고 동갑인 아이유의 가사를 보며 공감을 얻고 나 자신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소설은 주인공 아카리의 최애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아카리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나에게 최애가 없다면 그래도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심결에 출근을 위해 문을 나서고 나면 내 손은 이어폰으로 간다. 굿즈를 사고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만이 최애의 일은 아닐 것이다. 별거 아닌 내 일상 속에 녹아들어 있진 않은지 나를 둘러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최애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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