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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글샘 Sep 02. 2024

내 고민은요

5학년5반 아이들 - 윤숙희 저, 푸른 책들

우리 반에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조금 읽다가 보면 몸이 꿈틀꿈틀 대며 화장실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특히 5학년 6반인 우리 반은 5학년이다 보니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도 있지요. 모두다 일상에서 겪게 되는 감정들을 모두 '해소'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요.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교실에서는 더더욱 많은 갈등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자신이 인식하는 문제의 틀에 박히게 되면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 채 억울함이 쌓여가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책을 통해 자신의 고민에 대해 공감을 받으면서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며 자신의 성장통을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책 속 세상을 알 수 있는 기회와 이 체험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또래 아이들이 나오는 성장 동화였으면 좋겠고 지금 우리 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고른 책이 5학년 5반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각자의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는 5학년 5반의 일곱 아이들이 나옵니다. 한 챕터에 한 명씩 각자의 고민 이야기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된다. 여기서 각 챕터들은 모두 5학년 5반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연결되어 있지만, 꼭 그렇게 시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7 챕터를 모두 읽기 어려워 하는 아이들의 챕터별로 골라 읽어도 되는 장점도 있지요.


 1장에는 아이큐가 79인 천재 이야기가 나옵니다. 똑똑해지고 싶어하는 천재가 자신의 고민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는지 나옵니다.


2장에는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수정 이야기가 나오지요. 잘 보이고 싶은 남자 친구에게 아토피 발진과 부어 있는 얼굴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수정이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답답해 하지요.


3장에는 누가 봐도 멋진 회장 준석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준석이에는 남모를 고민이 있습니다. 아빠는 빚쟁이들에게 쫓기고 가세는 기울었습니다. 준석이는 아빠에게는 화가 나 있고 자신의 처지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지요.


4장은 살찌고 예쁘지 않은 장미 이야기입니다. 노래를 잘 불러 미래의 슈퍼스타가 되는 꿈을 가진 장미입니다.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생각에 좌절하게 되지요.


5장에는 스쿠터 도둑 태경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태경이는 나쁜 녀석입니다. 누군가의 속을 긁거나 찔러야 기분이 통쾌한 아이지요. 아이들은 태경이의 눈치를 슬금슬금 봅니다. 친구들에게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요.


6장은 공부를 무척 잘하는 미래 이야깁니다. 엄마가 원하는 중학교를 가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미래는 지금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버겁고 힘들기만 합니다.


7장에는 주의력 결핍 장애를 앓고 있는 한영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영이는 잃어버리기 대장입니다. 잃어버린 물건은 수백 가지도 넘지요.


어느 챕터 이야기도 딱! 나와 똑같은 고민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이미 살짝 살짝 가지고 있었던 고민과 공통되는 부분들이 챕터들을 걸쳐서 나오지요.


우리 반 아이들도 참 다양합니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주인공이 있을 거란 생각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 1명을 선택하라고 하며 주인공 팬클럽 가입을 받는다고 했지요. 골고루 팬클럽이 형성될 거라 생각했던 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지요.


과반이 넘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오장미'를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항상 밝고 자기 모습을 부정하지 않아서라고 했습니다. 얼굴과 몸이 공처럼 동그랗고 뚱뚱한 아이이지만 성격이 되게 털털하고 기죽지 않는 아이인데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게 멋지다고 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했지요.  


이야기 속 모범생은 '준석'이 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데다가 잘생겼지요. 누구나 이야기하는 '엄친아'입니다. 어른들은 우리 아이가 '준석'이처럼 반듯하게 자라기를 바라지요. 그러나, 이런 준석이를 좋아하는 인물로 뽑은 친구는 한 명입니다. 우리 반 그 친구 역시 굉장히 반듯한 학생입니다. 진지한 성격에 리더십이 있고 아이들을 잘 이끄는 점이 좋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잘하는 준석이가 많은 친구들의 공감을 받기가 힘들다는 점은 그만큼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하는 듯합니다. 너무 높은 기준으로 조금만 어긋나도 모자라고 틀린 것처럼 여기는 게 당연시 되는 건 아닌가? 그렇게 잘하는 아이가 있기에 그 정도는 될 것이라고 당연히 바라는 것 또한 너무 높은 기준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좀 더 편안한 인물에게 끌리나 봅니다. 스스로 '슈퍼 돼지'라며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장미'가 좋았던 것이지요. 엄마로서 '엄친아'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보다, 단점까지도 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런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러한 부분을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스며들 수 있는 책 '5학년 5반 아이들'을 권해봅니다. 단점을 가진 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있는 모습을 배워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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