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에는 처음 살아봅니다. 남편도 나도 우리 아이들도 모두 1층은 처음입니다.
신축 아파트처럼 필로티 1층도 아니고 지면에 닿아 있는 순수한 구축아파트 1층입니다.
이제 막 한달이 지나고 두달 째에 접어들었습니다.
1층에 사는 삶이란, 생각보다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도둑이 들어올까,
벌레가 들어올가,
걱정일랑 내려두고
우리집 거실 창 앞에 있는 홍매화 한 그루,
우리집 주방 창 앞에 있는 단풍나무 한 그루,
집 앞 화단에서 올라오는 초록초록 풀들
1층도 제법 낭만이 있습니다.
1. 층간소음, 이젠 안녕!
제목 그대로 층간소음에서 벗어났습니다. 기존에도 조심히 다니던 습관대로 지금도 조심히 살곤 있지만, 최소한 잔소리 만큼은 확연히 줄었습니다. 잔소리만 안해도 일단 제가 해방입니다.
아이들도 잔뜩 움츠리고 살았던 지난 신축 아파트와 다르게 1층에서는 어깨펴고 당당히 걸어봅니다. 잠깐씩 방과 거실을 오가며 달달달 뛰어 다닐때 1층이라 정말 좋다며 엄지를 들어보이기도 합니다.
가끔 2층의 애기가 호다닥 뛰어가는 경우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 마저도 너른 마음으로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층간소음에 대한 설움은 나도 겪어보았고, 2층 부모님도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아 같은 육아하는 입장으로서 공감하며 무탈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2. 1층이면 도둑은? 보안은? 벌레는?
1층에서 가장 큰 걱정이 보안이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아파트 창을 열고 집에 들어올 수도 있을 것 만 같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인테리어 하면서 샤시에 가장 큰 공을 들였습니다.
샤시를 전면 교체하면서 기존에 있던 철창살의 방범창은 떼어버렸습니다. 아파트 CCTV가 코너집인 우리집을 중심으로 2대가 있기도 하고, 동네 생활 CCTV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1층 라인들 모두 방범창이 없었습니다.
보안과 관련하여는 제법 안정적으로 운영됨을 확인하고, 현재는 안심하고 거주하고 있습니다.
벌레는 아무래도 외부와 연결된 우수관 쪽에서 나올 수 도 있다 생각하여 우수관 뚜껑을 막기도 하였습니다. 다행히 현재까진 벌레에 대한 부분은 없습니다. 혹시라도 벌레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우리에겐 세스코가 있습니다.
3. 엘리베이터는 지하주차장 갈때만!
엘리베이터를 안타도 되는 게 이렇게 편할 지 몰랐습니다. 기다림 없이 바로바로 외부로 나갈 수 있어서 무척 편합니다. 특히 쓰레기 버리러 갈때 휘리릭 갈 수 있어서 쓰레기를 바로바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장보거나, 짐이 있거나, 아이가 차에서 잠들거나 하는 정도만 지하 주차장에서 1층까지 엘베를 타고 그 외에는 계단으로 저는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1개층이라 계단이용도 수월합니다.
대신 현관문을 열고 나갈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눈이 마추지면 살짝 웃어 인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의 생활을 존중한다는 분위기로 현관문과는 등을 지고 있어서 대면할 일도 거의 없습니다.
4. 창 밖의 화단이 나의 앞마당
나홀로아파트지만 나름 소단지입니다. 아파트 주위로 흙화단이 먼저 둘러져있고, 화단 넘어 아파트 경계부터 구에서 운영하는 화단이 또 있습니다. 그 화단까지 넘어가야 인도가 있습니다. 나름 여러겹의 층층 옷을 입은 것처럼 화단에 둘러쌓여있습니다.
덕분에 거실뷰도 주방뷰도 각 방에서도 화단뷰입니다. 게다가 저희 거실 앞에만 특별히 홍매화 나무 한 그루가 더 있습니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싹이 오르고 꽃이 피고 잎이 피어가는 과정을 주말 아침 느긋하게 내려다 봅니다. 마당이 있는 주택마냥 창 밖 화단이 주는 생동감이 집안에 생기를 더해주는듯 합니다.
5. 강한 수압
살면서 경험적으로 얻게 된 정보는 1층은 수압이 가장 강하는 것입니다. 정수기 설치해주시던 매니저님께서 보통 아파트 1층이 가장 수압이 세고 올라갈 수 록 수압이 점점 약해진다고 하였습니다.
실제로 씽크대 물을 틀면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나와서 물이 사방팔방 튀고 있습니다. 일부러 약하게 살살 틀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6. 외부 시선, 커튼과 블라인드
거실에는 기존 차르르 커텐으로 유지하고, 각 방과 주방 및 베란다에는 블라인드를 설치하였습니다. 출근 전 각 방마다 햇살이 들어오게 커튼을 걷고, 블라인드는 각도를 맞춰줍니다. 낮에는 이중창 넘어로 실내가 잘 보이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저녁에 각 방마다 불을 켜면 밖에서 실내가 더 잘 보입니다. 저녁이면 불이 켜기전에 블라인드를 다시 차단 모드로 하고 열었던 커튼도 다시 닫아놓습니다. 이정도는 기존에 살던 신축아파트와도 큰 차이가 없는 정도입니다.
7. 1층은 골목의 등대, 조명을 켜두기
아파트 주위로 가로등도 많이 있습니다. 오가는 차량들도 많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거리가, 동네가 어둡지 않지만, 1층인 저희는 가급적 자기전까지는 창가 조명을 일부러 켜두기도 합니다.
커텐박스 조명을 켜두면 은은한 조명에 실내가 아늑하기도 하고, 창 밖의 사람들에겐 빛이 새어나와 어두운 밤길이 더욱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1층 아파트라고 하면 다들 외부 시선을 피해 창문 꽁꽁 닫고 커튼 치고 사는거처럼 보입니다. 막상 살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습니다. 아늑한 조명이 새어나오는 집에는 그 가족만의 정겨운 삶이 또 있고, 그 길을 자주 지나가는 사람은 그 집을 지나갈 때는 안전한 마음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빛 보시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나오는 가게를 지나갈 때 속으로 나도 같이 흥얼거렸던 시대처럼, 따스한 조명이 새어나오는 1층의 아파트는 그 길의 CCTV가 되기도 하니까요.
8. 집 밖의 편한 산책
1층으로 이사오면서 집 밖으로 외출 혹은 산책이 더 잦아지기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라는 심리적, 물리적 거리감없이 현관을 나가기만 하면 되니 바깥 활동이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남편도 아이도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집콕남들이었는데, 어쩐지 1층 집에서는 마트며 공원이며 자주 나가서 산책도 하고 시간을 보냅니다.
단독주택인 친정집에 가면 마당을 거쳐 대문에서 골목길을 지나 동네를 둘러다니는 것 처럼 1층 집이 단독주택마냥 어려움없이 문 밖 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점이 달라진 점입니다.
9. 자유로운 손님 초대
저는 집에 손님이 오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같이 음식을 먹으며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바탕 웃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립니다.
요즘은 다들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소음에 예민하여 아이들 손님이 가장 무섭습니다. 저도 지난 아파트에서는 손님이 거의 못오다시피 하였었고, 저 역시도 아이둘 데리고 잘 다니지 않았습니다.
1층이니까 친구들, 아이들 친구들이 와도 걱정이 없습니다. 오히려 다들 와서 아이들과 편히 놀 수 있도록 오락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방 한켠 미니당구대도 설치하여 오시는 손님들마다 당구도 한 게임씩 하십니다.
아이를 위한 오락이 어른들도 무척 즐겁고 꽤나 진지하게 하셔서 서로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구축 아파트 1층에 살아보니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1층이 RR에 비해 더 저렴하기도 해서 저는 이또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층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고민 없이 지내면서 다시 윗 층으로 이사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1층도 사람사는 곳이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1층의 만족도가 커질 수 도 작아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기왕 1층 온 만큼 1층을 만끽하려 합니다.
1층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호불호 강한 1층이지만, 한번쯤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의견으로 이 글을 작성해보았습니다.
다음은 이 연재북의 마지막 게시글이네요.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