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캠핑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군대 있을 때
시시때때로 했던
고된 야외전술훈련,
그 기억 탓이다.
얼룩무늬 위장막 치듯
땀 뻘뻘 흘리며 텐트를 쳐야 하고
각종 날벌레와 신경전도 펼쳐야 하고
분주히 밥도 지어야 하고
하여간 나로서는,
그야말로 고생을 사서 하는
'소모적 활동'과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이제껏 애들과는
단 한 번도 캠핑을 해본 적이 없었다.
최근 힘든 학교생활로
다시 기분이 우울해진 딸내미도 있겠다,
누나와는 전혀 다른
천방지축 쾌걸 조로 DNA의 소유자
아들도 바라겠다,
지인의 지대한 도움을 받아 캠핑을 했다.
그것도 무려 2박 3일.
와중에 천만다행은,
그럴 것 같지 않던 딸아이가
캠핑의 묘미를 알았다는 거다.
지구의 공전과 자전,
굴절된 스펙트럼이 만든
'소낙비 내린 뒤 갠 하늘'의 저녁놀.
해가 지고 나면
'미물인 우리도 다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의 외침'을 바람결에 실어 보내는
풀벌레 소리.
함께 더불어 보고 들을 수 있어
물론 다 좋았지만,
백미는 역시 따로 있었다.
프로메테우스의 선물, '불'이었다.
딸은 유독 모닥불의 황홀경에 취했다.
집에선 사실상 단절되고 시들었던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바람의 빛깔'이란 노래를 부르겠다며
스리슬쩍 마이크도 쥐었고,
어느새 불이 사그라들 것 같으면
'후~ 후~' 불어대며
기필코 불씨를 살려내고 마는
귀여운 마법을 부리기도 했다.
무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불의 세계는
청량하면서도 강렬했다.
이글거리는 소녀의 눈동자에
이슬 같은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가슴은 아팠지만
오히려 시원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응원했다.
'사랑하는 우리 딸, 힘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