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를 값어치 없다
폄훼하지 말라.
공짜에도 다 사랑과 철학이 있더라.
그렇게, 안 받는다 손사래 쳐도
배에서 말린 오징어 '배오징어'가 꼬시다며
비니루 봉다리에 겹겹이 넣어서
추석 쇠고 고향 떠나는 날
또 전화 걸어 챙겨주는 친구 녀석의 그 마음이
어찌 값어치 없는 공짜이겠는가.
서울 옆 시골 대안학교에서 눈물겹게 살아가는,
너무 특별해 온 가족이 다 아는 여자 사람 친구가
아버지 가게 찾아 한 끼 맛만 볼 정도라며
얼굴 거슬려 농사지은 햇고매와 땅콩 한 줌 주고 간
그 정성이 어찌 값어치 없는 공짜이겠는가.
집에 오면 직장 일로 파김치 되어
쓰러져 있던 아내가,
시댁에 와선 새벽에 벌떡 일어나
아버지와 두 시간 넘게 살갑게 얘기 나누고
대중가요 노래 틀어 같이 듣고 웃음 지으며
근래 보도 못한 애교 떠는
추석 명절 2박 3일 알알이 채운 며느리 그 효심이
어찌 값어치 없는 공짜이겠는가.
공짜 주는 말 못 할 사연이 다 있고
공짜 받아 가슴 저미는 감동이 있고
공짜에도 팡세와 채근담의 깊은 사색과
진한 울림이 스며 있다.
결코 경박하지 않을 이런 공짜라면
공짜 좋아해서 민머리 되어도 난 좋다.
어차피 인생은 공짜니까.
#20210922 by cornerkick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