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by 모퉁이 돌

최고로 평온한 고향 안식처에서

방전된 심신을 완벽히 재충전했다 생각하고

의기양양 출근한 오늘.


지독한 세상은 기어코 나를

혈흔이 낭자한 창원의 흉기 난동 살인사건 현장에

불러 세운다.


원죄의 기운이 강력한 곳에선 늘 그랬듯

머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또다시 심호흡 한 번 하고

살기 어린 현장을 낱낱이 살피며

취재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쨍쨍했던 하늘도 스리슬쩍 사라지고

어느새 시커먼 먹구름이 끼더니

세찬 비바람이 나를 할퀴며 뒤덮는다.


오랜 루틴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늘 그랬듯 씨익 웃어주는 것 밖에.


오늘내일이 아니라

당장 한 치 앞도 허락하지 않는

미궁 같은 세상사에 맞서

또다시 난,

있는 힘을 짜내 전의를 불태운다.


#20210922 by cornerki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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