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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Oct 15. 2021

[가상 인터뷰] 디오니소스(Dionysos)_4.

주정뱅이의 신을 만나다!







다시 인터뷰로 돌아가 봅니다. 




드가의 그림에서는 도시와 예술, 그리고 고독이 느껴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인상주의 화가들도 즐겼던 술이라 그런지 압생트를 오브제로 한 작품이 제법 있습니다. 특히 저는  에드가 드가의 압생트라는 작품이 생각나는데요? 사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아…드가의 <in a cafe> 말하는군요…워낙 그림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보니 압생트로 불리기도 하죠. 잘 알겠지만 드가는 인상주의 화가이면서도, 무대나 밀폐된 공간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보통 인상주의 화가들이 밖으로 나가 자연의 빛과 색을 화폭에 담았던 것과는 구별이 되죠. 그는 본질적으로 도시 화가였어요.


드가의 <압생트>를 보고 있으면, 당시 예술가의 고독이 묻어나죠. 장소는 몽마르트 피갈 광장 근처의 카페 누벨 아테네(Café de la Nouvelle-Athènes)예요. 그림 속 두 인물은 여배우이자 드가의 모델였던 엘렌 앙드레(Ellen Andrée)와 판화와 조각으로 유명한 마르셀랭 데부탱(Marcellin Desboutin)였어요. 


드가의 그림에서는 도시와 예술, 그리고 고독이 느껴집니다. 헌데, 당시 인상주의 화가 집단이 주류 미술계에서는 워낙 배척되는 시절였고, 그러다 보니 알코올 중독자, 매춘부의 이미지가 덧씌워졌죠. 압생트를 마시고 사리 분별 못하는 방탕한 인간들로요…


뭐야 눈이 다 풀리고…저 꼬락서니 봐봐..

저 변태 같은 남자 놈은 다 뭐야...

저것들이 무슨 예술가들이라고…

술만 처먹는 주정뱅이들이잖아..



압생트가 이런 시대의 인식과 함께 했던 거죠."


옹호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네요..누가 봐도...외모를 보면 욕을 먹어도 배부르고 찰지게 먹었을 것 같아요.


피카소 그림 속 압생트 마시는 여인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네요...지나친 음주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저도 특별히 을지로 골목을 좋아합니다.
노가리는 사랑이죠~



"전 세계 어디나 당신의 축제와 당신이 와서 한판 벌이는 술자리들이 많습니다. 물론 현시대 대한민국도 당신의 영향력이 정말 많은 나라죠. 우리나라에서 당신과 가장 인상 깊게 만난 곳은 을지로의 골목였어요. 정말 대단합니다. 당신의 영향력에 놀랐습니다."



"아…을지로 노가리 골목 말이군요. 재미있는 곳이죠. 남들은 저를 떠올리면 먼저 와인을 생각하지만, 저는 술의 신, 축제와 광기, 도취의 신이니 주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남녀노소 좋아하는 곳이라면..그리고 저를 관대한 마음으로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된 곳이라면 제가 당연히 거기에 있습니다. 


저도 특별히 을지로 골목을 좋아합니다. 힙한 곳도 많지만, 그렇게 오래되고 낡은 건물과 골목 사이로,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곳이라 마음에 듭니다. 물론 저렴한 안주와 야장에 앉아 썸을 타고 날리는 남녀의 모습도 사랑하죠. 


나이 든 중년, 불륜이 아니길 바라지만 뭐 불륜이면 또 어떻습니까? 이미 지나간 젊음을 추억하며 서로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사랑합니다. 노가리는 사랑이죠~"



(그렇습니다. 전 세계 240여 개국 중 우리나라의 음주 순위는 대략 13-15위 권입니다벨라루스, 몰도바, 리투아니아, 러시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중심으로 음주량이 많습니다. 


열심히 마시다 보면, 언젠간 세계 1위도 할 수 있을 겁니다. 힘냅시다!!! 그날이 머지않았어요!!! 노력합시다!!!




하지만, 우리처럼 음주와 가무에 능한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싶어요...한편으로...왜...1위를 못했을까...아쉬운 감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잘 놀고...잘 먹고...잘 울고... 웃고... 그런 게 인간의 본성이고,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요! 예부터...우리는 그런 솔직한 민족입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단언컨대, 우리는 디오니소스의 민족입니다!!! (출처 : tv_tne)






물론 그는 주정뱅이였고… 술에 취해 있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



"당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나 해보죠. 미다스와의 일화입니다. 그를 잘 아시죠? 미다스의 소원을 디오니소스 당신이 들어준 것으로 아는데요."




"네, 그랬죠. 마이다스 즉 미디스는 프리기아의 왕였어요. 저에겐 실레노스 (Silenus)라는 양아버지이자 멘토가 있었어요. 어렸을 때 헤라의 괴롭힘을 피해, 실레노스가 저를 돌봐주고 세상사는 법을 가르쳐줬죠. 


물론 그도 주정뱅이였고… 술에 취해 있지 않는 날이 없었어요. 어느 날 과음으로 인사불성인 이런 실레노스를 미다스 왕이 보살펴줬죠. 그래서 제가 고마운 마음에 미다스에게 니 소원이 무엇이냐? 물었죠.




미다스, 니가 내 술친구를 도와줬다고? 쌩유~ 뭐 필요한 거 없어? 내가 다 들어줄게!

호홋!!! 정말요? 

오케이! 소원을 말해봐~!

아…그럼 제 손에 닿는 모든 게 황금이 되게 해 줘요!

어라…괜찮겠어? 

그럼요~~ 아싸!!




이리하여, 황금의 손을 얻게 되었어요. 처음엔 좋았죠. 왕궁의 기둥을 쓰~윽 만지면 전체가 황금으로 다 변하고, 수저를 쓰~윽 잡으면 금수저, 샅바를 쓰~윽 잡으면 금샅바. 완전 신났더랬죠.


 그런데 배고픔엔 장사가 없다고 허기져서 밥을 먹으려 합니다. 오~ 기분도 좋겠다…. 투뿔한우 땡기네……음식에 손이 닿는 순간 모두 금덩이로 변합니다. 결국 주위 모든 게 황금였으나, 단 한 톨의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되었죠.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그의 딸 또한 금덩이로 변했어요..ㅠㅠ


미다스가 자신의 손으로 코를 후볐다면 어찌 되었을지 가끔 상상해봅니다. 



이후에 반성…또 반성…결국 저를 다시 찾아와서…자신의 소원을 철회해달라고 빌어요.   그래서 팍톨로스(Pactolus)강에 몸을 씻으라고 했죠….이후로 강에서 사금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미다스 왕의 황금이라 보면 될 겁니다. "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강에서 미다스의 코딱지라도 발견하려 사금 채취에 목을 맵니다.







그러니 카르페디엠!  인생을 즐기세요~




"앞서 말했 듯 당신은 진정한 포도주의 신 아닌가요? 요즘 와인의 인기가 뜨거운데 와인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사실 와인만으로도 백과사전 몇 백 권의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성경, 로마,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와인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니까요. 오늘은 제가 아직 숙취에 시달리고 있어서 와인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시간 관계상 어려울 것 같아요. 미안합니다. 다만, 조만간 다시 인터뷰에 응하겠습니다. 약속할게요~ 저는 인터뷰에 언제나 환영이니. 술이 깨고 맨 정신일 때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실 와인뿐 아니라 위스키, 칵테일…아니 전 세계 모든 술에 대해 궁금합니다. 당신은 주정뱅이의 신이니까요… 오늘 인터뷰 고맙습니다. 끝으로 현세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인간은 유한합니다. 당신들은 저와 같은 불멸 불사의 신이 아니니까요…그러니 카르페디엠!  인생을 즐기세요~ 인생은 짧습니다. 후회하지 말아요! "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난 오늘만 산다!!!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신화의 세계에서 돌아오는 길!

클럽이나 EDM 축제, 음악과 페스티벌, 이 모든 게 하나의 디오니소스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왜 우리는 미친 듯이 놀고 싶을까요? 간단합니다. 삶..우리 인생이 짧고 유한하니까요…


다시 한번 그의 말처럼 호라티우스의 카르페디엠(carpe diem)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만성피로, 뤼마티스, 갱년기 장애 ....못 놀아요...뭐해요???? 빨리 놀러 갑시다!!!


짧은 우리네 인생에서 

긴 욕심일 랑 버려라.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시간은 

우리를 시샘하며 흘러가나니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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