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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Jan 24. 2024

[가상 인터뷰] 뭉크 씨, 스크림을 혹시 아시나요?


핏빛 하늘에 혼란스럽게 일렁이는 구름과 황혼 때문인지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들쭉날쭉하면서도 날카롭게 깎여나간 피오르드 해안은 하늘의 일렁임과 섞여 더욱 두려운 공포를 자아냅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지만 언제나 비명만 지르는 탓에 좀처럼 인터뷰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다행히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그와의 연이 닿았습니다. 


창백한 하얀 얼굴, 반들거리는 전구알 같은 얼굴형, 뻥 뚫린 동공, 들창코, 그리고 공포스럽게 소리치듯 벌려진 입, 귀를 가린 것인지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몸짓, 어느 하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저 무섭습니다.





안녕하세요? 당신을 뭉크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니면 Mr. 절규라고 할까요?

반갑습니다. 사실 절규가 맞지만, 워낙 사람들이 뭉크의 <절규>라고 부르니 여기서는 쉽게 뭉크라고 불러주세요. 원래 뭉크 자신의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니까요…



당신이 느낀 경험이라는 게 대체 무엇이기에 이런 표정을 짓게 된 건가요?

해 질 무렵 친구들과 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녁때라 그런지 저는 좀 우울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숨조차 쉬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었어요. 하늘은 온통 핏빛였고 구름을 불타올랐습니다. 그때 끊임없이 비명소리가 들려왔어요.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요…



음…그 비명소리가 들려왔다고 하면 당신이 절규하는 비명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바로 피를 흘리고 어지럽게 일렁이는 자연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였습니다. 절망적으로 고통스럽고 처절한 절규였어요. 저는 너무나 날카로운 그 절규의 소리를 참을 수 없어 제 귀를 막고 있는 겁니다. 



그랬군요. 전 지금까지 당신이 손을 볼에 대고 두려움에 절규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잘 모르는 사람은 다들 그렇게 오해를 합니다. 사람들은 아마 제 전구알 같은 얼굴과 표정을 보며 제가 절규하는 듯한 인상을 받나 봅니다. 



요즘 제 주변에도 당신처럼 고통받는 지인들이 많습니다. 아마 동질감을 느낄 듯싶습니다.

인정합니다. 저만큼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 고독을 제대로 표현한 그림이 없을 겁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가슴이 갑자기 뛰고, 숨조차 쉴 수 없게 되고 가슴에 통증이 오고 손발도 저리게 되죠. 불안과 초조,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찾아옵니다. 이런 제 모습이 누구는 공황장애라고 그러더군요. 무엇보다 이럴 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도움이 됩니다. 힘들더라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주위에 알려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거죠.


탈모에 대한 공포와 절규도 함께 일거라 추측합니다. 


이런 질문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몸값이 궁금합니다. 

뭐 일반인은 그런 것에 더 관심이 있을 테니 괜찮습니다. 2012년 런던 소더비에서 1억 2천만 달러를 책정했어요. 한화로는 약 1,560억 정도입니다. 물론 이미 10년 전이니 지금은 제 몸값이 훨씬 더 높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도 겪었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일어났으니까요. 아마 그 질병과 전쟁의 두려움이 상당한 영향을 더 줬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전에 영화에서 당신이 출연한 줄 알고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혹시 영화 <스크림>을 아시나요.

그 공포 스릴러 슬래셔 영화 말하는 거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도 ‘헬로~시드니’라고 부르는 전화 목소리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네요. 저 보다 더 무서웠다는 거 인정합니다. 물론 그 영화의 스크림이 저의 스크림은 아니지만 당시에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시리즈가 되었으니까요.



혹시 <스크림>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따른 생존 법칙을 이야기하는 장면이죠. 살아남으려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 예를 들면 절대 야한 행동은 하지 마라, 술과 마약을 하지 마라, 절대 곧 돌아올게라고 말하지 마라. 마치 전쟁영화에서 가족사진을 동료에게 보여주면 죽은 것처럼요. 사실 영화 <스크림> 이외에도 <나 홀로 집에> 꼬마 케빈이나 <대부>의 돈 꼴레오네도 저를 따라한 거죠. 절대 부인 못합니다. 



심적으로 무척 힘들 텐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노르웨이는 겨울에는 아침 9시에 해가 떠서 3시에 지니 여간 우울한 게 아닙니다. 여름엔 또 해가 지지 않으니 그것도 견디기 힘들죠. 기회가 된다면 꼭 당신 나라에 가보고 싶군요. 따뜻한 나라에 가면 기분이 절로 좋아질 것 같습니다.



거리 난간에 다시 기댄 그를 뒤로 하고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옵니다. 여전히 전구알 같은 그는 불안과 고통으로 절규를 합니다. 더 이상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탈모의 공포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지출처 : Paramount Pictures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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