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인터뷰] 스네이프, 학교 폭력의 희생자입니다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킹스 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에서 열차를 탑니다. 짙은 장밋빛 열차는 증기를 내뿜으며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갑니다. 마치 윈도우 바탕화면과 같은 푸르른 들과 숲이 주위를 스쳐갑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권위적이고 가장 오래된 전통의 명문학교의 교수. 기숙사, 슬리데린의 사감이자 마법약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를 지내고 현재는 호그와트의 교장인 그와의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짙은 안개가 낮게 드리운 호수를 지납니다. 호수 건너편 깎아지는 절벽 위로 하늘을 찌르는 높다란 첨탑들의 성이 보입니다. 분명 호그와트 마법학교임에 틀림없습니다.
기름진 검은 머리로 커튼처럼 창백한 얼굴을 가린, 검은 눈동자, 마치 <개구쟁이 스머프> 속 가가멜과 같은 매부리코와 얇은 입술, 깊은 울림의 목소리…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첫인상입니다.
이 외로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준 그녀
반갑습니다. 카리스마가 넘치시네요. 개인적으로는 당신의 패션감각을 좋아합니다. 과감한 단발머리, 시크한 블랙톤의 튜닉과 망토는 아주 매력 있습니다.
그렇게 봐주니 고맙군요. 사실 제 취향이 좀 독특하긴 합니다. 저는 제 머릿결과 눈동자와 같은 검은색을 무척 사랑합니다. 블랙은 시크함의 상징예요. 그래서 의전이나 행사에서 모든 수트가 블랙인 겁니다. 나름의 패션철학이라 생각해 주시면 좋겠군요.
기억하기 싫겠지만, 어렸을 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들었습니다.
음… 사실 해리포터가 고아로 이모집의 계단방에서 생활한 것 이상으로 힘들었죠. 가난한 빈민가에서 아버지의 학대를 받으며 자랐어요. 최소한 해리포터는 아버지에게 학대당하지는 않았잖아요. 생각해 보면 해리포터의 아버지가 제게 학교 폭력을 가한 것이 자기 자식에게 업보가 된 거라 생각해요. 저는 최소한 그 인간보다는 좋은 인간이라 생각합니다. (분노에 찬 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면서 생각에 공감합니다.)
제임스 포터가 당신에게 왕따나 욕설, 놀림 이외에 또 어떤 짓을 했는지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언어폭력도 심했습니다. 네놈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자체가 싫다라고 대 놓고 말했습니다.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제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하고 입에 거품을 물리게 했죠. 제 치열이 고르지 않고 이가 누렇다는 이유였습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과거군요.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입니다. 해리포터의 아버지가 용서가 안됩니다.)
가가멜, 그 역시 학교 폭력의 희생자가 아닐까요?그래서 해리포터를 그렇게 싫어하신 건가요?
저와 그의 아버지의 문제겠지만, 저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인지라 사실 정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해리포터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꾸 제가 당한 학교폭력이 계속 떠올랐거든요. 슬리데린 아이들만 편애한다는 말도 있던데, 다른 교수들도 자기 학생들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그게 잘못은 아니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성공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압니다.
전 제 자신이 뛰어난 학생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법약 분야는 볼드모트나 덤블도어 이상으로 마법사 중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의 교수가 된 것도 다 그런 노력들 덕분입니다.
덤블도어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당황스러웠을 텐데
위대한 덤블도어를 믿고 따르지만, 제게 이중스파이가 되라고 했습니다. 전 내 영혼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냐고 그에게 항변도 했어요. 결국 저는 학창시철 친구들에게도, 존경했던 스승에게도 대상화되고 이용만 당하는 그냥 그런 가치 없는 인간에 불과했던 건 아닌가 여전히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이 사랑한 해리포터의 어머니 릴리는 어떻습니까?
릴리는 제 불행한 과거에서 유일한 희망였습니다. 저와 소꿉친구였죠. 그녀를 위해서라면 죽음 따윈 두렵지 않았습니다. 릴리를 살리기 위해 볼드모트에게 목숨까지 내놓았죠. 그녀의 복수를 위해 볼드모트 편인 척 이중 스파이 노릇도 한 것이구요. 이 외로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편이 되어준 그녀입니다. 그런 그녀를 나에게서 빼앗아간 것이죠. 제임스 그놈은 정말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사랑꾼이군요! 그럼에도 해리포터의 츤데레 보호자라 생각되는데…
그래도 언제나 그녀만은 나를 옹호해 줬으니까요… 아름다운 그녀가 어떻게 제임스 같은 인간과 결혼하게 된 것일까 괴로웠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아이잖아요. 해리포터를 지킬 수밖에요.
어려운 과거 이야기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절대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특히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고 운명에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모릅니다. 그게 더 가슴 아파요. 자신들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당신 자식도 누군가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요.. 해리포터처럼요.. 그러니 기회가 된 다면 꼭 사과하세요. 늦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그에 대한 한없는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그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해리포터를 마냥 두둔만 할 수 없는 이유겠습니다. 원래부터 그의 성격이 차갑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학창 시절 해리포터의 아버지인 제임스 포터를 중심으로 그의 못된 패거리들이 스네이프를 학대하고 괴롭힌 탓입니다.
힘내요! 스네이프!
이미지출처 : Warner Bros / wikipedia
